[인터뷰] "소리를 통해 일시적인 공동체를 만든다, 직접민주주의처럼"
[인터뷰] "소리를 통해 일시적인 공동체를 만든다, 직접민주주의처럼"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4.09.0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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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비엔날레 퍼포먼스 '테이프 뮤직' 린 치-웨이 작가
작품을 설명하는 린 치-웨이 작가. (사진=임동현 기자)
작품을 설명하는 린 치-웨이 작가. (사진=임동현 기자)

(내외방송=임동현 기자) 약 2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모인다. 이들은 서로서로 끈을 움직이며 무엇인가를 읽는다. 그 끈에는 다양한 글자들이 적혀 있고 사람들은 그것을 계속 읽는다. 그 끈은 마치 카세트 테이프처럼 돌아가고 또 돌아간다. 그렇게 카세트 테이프가 돌아가듯이 소리는 계속되고 끈은 계속 돌아간다. 인간이 표현하는 사운드 작업, 이 모습을 짧게 나마 먼저 보자.

지난 8월 개막한 부산비엔날레에서 선보인 퍼포먼스 <테이프 뮤직>. 이 작품을 만든 작가 린 치-웨이는 프랑스 문학, 문화 인류학, 미디어 아트를 섭렵하며 참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하나가 되는 과정을 담아낸 퍼포먼스들을 선보이고 있다.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여주며 ‘집단 지성’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린 치-웨이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비엔날레에서 <테이프 뮤직>을 인상깊게 봤습니다. 작품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우선 부산에 와서 인터뷰 질문에 답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테이프 뮤직>은 2004년부터 시작한 ‘인류간 동적 조율 모델(Human Dynamic Coordination Models)’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전 세계 여러 도시에서 200회 이상 공연되었습니다. 여기에는 정해진 규칙이나 이상적인 결과에 대한 개념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즉석에서 참여한 이들로 구성된 ‘일시적이고 사회화된 사운드 머신’이라고 봐야겠죠. 이분들은 다른 구성원들과 함께 소리의 구조를 형성해야한다는 즉각적인 도전에 직면하게 됩니다.

따라서 각 참가자는 작품을 만들어내면서 자신의 역할을 정의해야 합니다. 미적으로 정의되지는 않지만 이 게임을 통해서 정의가 되어져야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과정은 직접 민주주의의 실험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끈에 적힌 각각의 글자를 함께 읽습니다. 이 글자들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지요? 또 이를 직접 참여자들이 낭독하게 하면서 전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인지요?

사실 글자에는 실제적인 의미가 없습니다. 이는 과거 전통적으로 모음을 사용했던 것과 일치합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제 의도는 소리의 질감을 형성해 일시적으로 사회적인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소리를 통해 하나가 되는 모습을 표현하는 게 중요합니다.

퍼포먼스 참여자들. (사진=임동현 기자)
퍼포먼스 참여자들. (사진=임동현 기자)

점점 사라져가는 ‘테이프’를 퍼포먼스의 주내용으로 한 이유가 있다면요?

저는 실험 음악가였고 실제로 릴 투 릴 아날로그 테이프를 주요 기어로 사용했습니다. 때문에 저에게는 테이프가 매우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말하는 매듭>도 선을 보였습니다. 이 작품은 제가 보지 못했는데 이 작품도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둠 속에서 손가락만으로 매듭 문자를 읽어내던 잉카 문명의 ‘키푸’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참가자들이 소리를 반복하면서 여름밤 습지의 개구리나 귀뚜라미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되지요. 밤의 늪 지대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청각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실험으로 의성어의 반복적 패턴을 만드는 것을 기반으로 합니다.

끈에 적힌 글자들. (사진=임동현 기자)
끈에 적힌 글자들. (사진=임동현 기자)

작가님이 생각하는 ‘집단 지성의 형성’은 무엇인가요? 집단 지성이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을 전한다면?

우리는 이를테면 호모 사피엔스와 같은 집단 지능의 오랜 역사의 일부이며 이것은 우리의 운명이기도 합니다. 결국 우리의 문제는 어떻게 의식적으로 살아남을지, 그리고 우리 자신의 커뮤니티를 어떻게 형성할 지 입니다. 산업 문화로 들어서면서 조금씩 운명이 정해지고 있는데 그에 대한 통찰력을 되찾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혹시 구상 중인 작품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주제인지?

저는 현재 EU에서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시간적 커뮤니티를 형성하기 위한 디지털 사운드 도구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테이프처럼 돌아가는 끈과 참가자들의 낭송이 '일시적인 사회적 공동체'를 만들어낸다. (사진=임동현 기자)
테이프처럼 돌아가는 끈과 참가자들의 낭송이 '일시적인 사회적 공동체'를 만들어낸다. (사진=임동현 기자)

앞으로 추구하려는 본인의 작품 세계는?

저는 인간의 소리 모델에 대한 실험을 계속하면서 고대 중국의 예악(禮樂, 예법과 음악을 아울러 이르는 말)에 대한 이론적 기반을 미래의 모델 작품으로 재구축할 것입니다. 또 자크 아탈리(프랑스의 경제학자)가 자신의 책에서 ‘조화’라는 개념을 ‘감시와 억압’으로 축소한 아이디어를 크게 발전시켰습니다.

저는 모델을 통해 "타인"의 말을 듣고 상호 작용할 때 새로운 미학을 개발할 수 있다는 제 생각을 보여주려 합니다. 저의 연구는 또한 전통 문화와 현대 미술 관행의 일반적인 화해를 위한 모델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 접근 방식은 저에게 매우 유망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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