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방송=임동현 기자) 지난 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오페라단 오페라 <토스카> 공연에서 주인공 '토스카'를 연기한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의 행동이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다. 3막 공연 중 남주인공 '카바르도시' 역을 맡은 테너 김재형이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을 열창한 순간 관객석에서 박수와 함께 앙코르 요청이 나왔고, 이에 김재형이 한 번 더 '별은 빛나건만'을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게오르규가 무대로 나오더니 지휘자를 향해 "미안하지만 이건 공연이지 독창회가 아니다. 나를 존중해달라"고 항의했고 공연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깨지고 말았습니다. 게오르규는 공연이 끝난 뒤 커튼콜에서도 잠깐 나와서 손만 흔들다 들어갔고 결국 주인공 없이 커튼콜이 진행됐죠. 언론들은 일제히 게오르규의 행동을 비난하면서 '게오르규가 한국 관객을 우습게 여겼다', '테너에게 관심이 돌아가는 것을 질투했다' 등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일단 이 사건의 1차적인 책임은 게오르규에게 있습니다. 관객들과 팀원들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 뜻에 맞지 않는다고 극의 흐름을 깨고 커튼콜마저 성의없게 끝내는 모습은 충분히 비난받을 만 하죠. 하지만 게오르규에게 모든 책임을 묻기에는 뭔가 석연찮은 것도 사실입니다. 게오르규는 왜 이런 행동을 한 것일까요? 정말 한국 무대를 우습게 여긴 것이었을까요?
우선 오페라 공연 중에 앙코르가 가능한 지 궁금하실 겁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가능합니다. 지난해 서울시오페라단의 <투란도트> 공연 당시 테너 이용훈이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부른 뒤 앙코르 요청으로 다시 한 번 부른 사례가 있었습니다. 공연 중간에 성악가들은 'BIS(이탈리아어로 '두 번')' 요청이 오면 곡을 다시 들려주기도 하지요.
하지만 오페라도 일종의 '극'이지 않습니까? 공연 중 앙코르 요청은 자칫 극의 흐름을 방해할 수 있지요. 상대 배우가 연기할 타이밍을 못 잡는 경우도 생기게 됩니다. 그렇기에 출연진은 앙코르 요청에 미리 합의해야하고 관객 역시 최대한 극 중에는 앙코르를 자제하고 극이 끝난 후에 앙코르를 요청하도록 권장하고 있지요. 그런데 이 '암묵적 규칙'이 이 날 공연에서 깨진 겁니다.
특히 게오르규는 지난 2016년 빈 국립오페라 <토스카> 공연 때도 똑같은 행동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카바르도시 역을 맡았던 요나스 카우프만이 '별은 빛나건만' 앙코르를 하자 아예 무대에 등장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한 오페라 관계자는 "게오르규의 행동을 알았다면 좀 더 조심하고 합의를 했어야했는데 서울시오페라단이 지난해 사례만 생각하고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 같다"고 전해주기도 했습니다. 합의 없이 앙코르를 하는 상황이 또 벌어졌으니 이를 게오르규의 자존심이 허락할 수 있었겠느냐라는 것이죠. 그리고 적어도 초청한 주체는 그 상황을 알고 있어야했고 그에 맞춰서 협의를 했어야한다는 것이죠.
결국 <토스카> 해프닝은 우리가 오페라를 어떻게 봐야하는지를 고민하게 하는 하나의 숙제를 던진 셈이 됐습니다. 세계적인 소프라노를 초청해 완성도 높은 공연을 보여주겠다는 계획은 협의 없는 돌발상황으로 인해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아직도 '마니아들의 장르'로 인식되고 있는 오페라. 게오르규의 돌발 행동에 대한 비판도 필요하지만 한 번 쯤은 우리의 공연 관람 문화, 신중한 합의가 필요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