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방송=임동현 기자) 국내 유일의 산악영화제로 산을 중심으로 자연과 인간의 삶을 이야기하는 제9회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지난달 27일부터 1일까지 엿새 동안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 울산대공원 일대에서 진행됐다.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당대의 중요한 세계 산악영화를 한 데 모아 소개하면서 산악문화의 흐름과 트렌드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끊이지 않고 솟아오르는 '삶'을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영화제는 '함께 오르자, 영화의 山'을 슬로건으로 28개국 97편의 영화가 선을 보였다.
프랑스 산악인 3명이 히말라야 산맥의 눕체봉(7,855m)을 등정하는 과정을 생생히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눕체: 정상을 위해>(감독 휴고 클루조)가 올해 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됐으며 이 외에도 국제경쟁과 아시아경쟁, 이탈리아의 산악 영화를 소개한 '올해의 산', 한국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코리안 웨이브', 청명한 산의 기억을 담은 국내외 단편을 상영하는 '투게더' 등의 섹션이 진행됐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영화제 제작지원 프로젝트인 '움프 프로젝트'를 통해 소개된 김민경 감독, 김청수 프로듀서의 <내가 만난 사람들>이 큰 주목을 받았다. 김민경 감독은 2020년 첫 장편 <리메인>을 만든 감독으로 이번이 두 번째 연출작이며 부산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영화는 오랜 커플의 이야기다. 7년 동안 연애한 진욱(유의태)과 수민(조수향)은 부산 인근 펜션에서 한 달 살기를 하기로 한다. 무료한 나날을 보내던 두 커플에게 작은 파동이 일어나는데, 같은 펜션에 26세의 젊은 여성 혜나가 옥상방에 입주한게 된 것이다. 두 커플에 낀 혜나는 거침이 없고 발랄하며 끼가 충만하다. 이런 혜나를 보고 진욱은 잠시 흔들린다. 둘을 연결해 주는 가시적인 도구는 글과 책이지만, 보이지 않은 시선은 둘의 감정선를 놓고 줄다리기한다.
영화의 전개는 느리고 답답하다. 고구마 열 개로는 부족한, 백만 개는 우겨 넣은 듯한 답답한 전개는 역설적이지만 이 영화의 매력이다. 배경은 부산 인근 임랑해수욕장이 보이는 펜션이다. 이야기의 전개는 대부분 펜션에서 이루어지지만, 바다는 일탈과 해방의 창구 역할을 한다.
김민경 감독은 작가 노트를 통해 "낯선 하나는 익숙한 여럿을 일깨워 준다. 장편영화 속 또 한 편의 영화를 넣고자 한다"고 밝혔다. 답답해보이지만 앞으로 나아가려는 인물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이 영화는 곧 일반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한편 폐막일인 1일에는 눈표범이 숫양 9마리를 죽인 뜻밖의 사건으로 인해 한 지역의 양치기 가족이 겪는 상황을 그린 <스노우 레오파드>(감독 페마 체덴)가 폐막작으로 선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