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두께

2018-10-11     배동현 시인

세월의 두께  - 시인  배동현

 

아스팔트 포장도로

한뼘만 걷어내면

그곳에

여느 날 술에 취해

천식으로 힘겹던

아버님 해소기침소리 들린다

물안개 자욱한

하얀 눈발 흩날리던 신작로엔

이웃마실 이어주던

강 어구 징검다리 위의 파고

부서지는 저녁노을 등진

수십 해 전의 늙은 어부가

살찐 수치를 초망으로 잡던

그날도

나이가 들수록

두눈 가득히 고이는 눈물속엔

아스팔트 두께 만큼 녹지 않는

내 유년의 아픈기억

세월의 편린들이

하늘만큼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