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투숙객 1천600여명 '몰카'...인터넷에 생중계 됐다

2019-03-20     석정순 기자
▲셋톱박스

(내외뉴스=석정순 기자) 숙박업소 객실에 초소형 카메라를 몰래 설치해 투숙객들의 사생활을 촬영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중계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박모(50), 김모(48)씨를 구속하고 범행을 도운 임모(26), 최모(49)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박 씨 등은 지난해 11월24일부터 올해 3월3일까지 영남, 충청권 10개 도시에 있는 30개 숙박업소 42개 객실에 무선 인터넷 프로토콜(IP) 카메라를 설치해 투숙객 1천600여명의 사생활을 촬영하고 이를 자신들이 운영하는 사이트에서 생중계한 혐의를 받는다.

주범 박 씨와 김 씨는 해외 사이트에서 착안해 작년 6월부터 숙박업소에 카메라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헤어드라이어

박 씨는 객실을 단시간 '대실'하는 수법으로 숙박업소를 돌며 객실 내 TV 셋톱박스, 콘센트, 헤어드라이어 거치대 등 내부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김씨는 박씨가 카메라를 설치하면 정상 작동 여부를 원격으로 확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범행에 쓴 카메라는 숙박업소 내 무선인터넷을 이용해 영상을 전송하는 방식으로, 렌즈 크기가 1㎜에 불과한 초소형이어서 작은 구멍만 있어도 촬영이 가능했다. 이들은 셋톱박스 전면 틈새나 콘센트·헤어드라이어 거치대에 뚫은 작은 구멍을 통해 촬영했다.

이어 11월24일부터는 외국에 서버를 둔 사이트를 만들어 투숙객들의 영상을 실시간 중계했다. 중계 영상물 일부는 녹화 편집본을 만들어 제공하기도 했다. 사이트 회원은 4천99명이었고, 이 가운데 97명이 유료회원으로 파악됐다.

박 씨 등은 작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불법촬영 영상물 803건을 제공하고 유료회원들로부터 700여만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이트 구축과 서버 운용, 동영상 편집 등은 공범 김 씨가 담당했다. 함께 입건된 임 씨는 중국에서 카메라를 구매해 들여오고 대금을 결제하는 일을 맡았고, 최 씨는 사이트 운영자금 3천만원을 지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이 제공한 영상이 재유포된 정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모텔 등 숙박업소에 이처럼 불법 촬영물을 사이트로 송출해 실시간 생중계한 경우는 처음으로, 경찰은 작년 12월 초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해 3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피의자들을 차례로 검거하고, 피해 모텔에 설치된 카메라를 모두 철거했다.

▲범행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무선 IP카메라를 효율적으로 탐지할 수 있는 기법도 개발했다.

카메라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나 적외선을 포착하는 방식의 기존 카메라는 가까이 다가가야만 탐지가 가능했다. 반면 경찰이 이번에 개발한 탐지기는 카메라가 통신할 때 발생하는 고유 기기번호와 신호 세기를 결합하므로 수m 떨어진 곳에서도 탐지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숙박업소 측에서는 객실 내 셋톱박스와 콘센트, 헤어드라이어 거치대, 스피커 등에 틈새나 작은 구멍이 뚫린 곳, 불필요한 전원 플러그가 꽂힌 곳 등이 있는지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며 "이용자는 객실 불을 끄고 스마트폰 불빛을 켜 렌즈가 반사되는 곳이 있는지 살피면 카메라 설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