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억 투입된 익산 미륵사지 석탑...'일관성 없이 복원' VS '검토 거친 것'
내부 적심 구성 달라진 건 사실...전문가 검토 거쳐
(내외뉴스=한병호 기자) 국내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전북 익산의 국보 제11호 미륵사지 석탑이 20년의 보수 및 정비가 마무리되면서 다음달 준공식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총 230억원이 투입된 복원사업이 일관성 없이 돌을 쌓아 올렸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문화재청은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익산 미륵사지 석탑의 내부 상·하 적심의 구성이 달라진 것은 석탑의 구조적 안정성 확보와 역사적 가치 보존을 함께 고려하여 나타난 결과”라고 해명했다.
지난 21일 전북은 익산 미륵사지 석탑의 해체·수리를 완료하고 오는 23일부터 일반에 석탑의 완전한 모습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익산 미륵사지 석탑은 지난 1998년 안전진단 결과 콘크리트 노후 등 구조적 문제가 확인되어 1999년 문화재위원회에서 6층까지 해체수리를 결정하면서 보수작업에 착수했다. 이후 국립문화재연구소가 2001년부터 본격적인 석탑의 해체조사에 착수했고, 2017년까지 원래 남아 있었던 6층까지 수리를 완료했으며, 최근 가설시설물의 철거와 주변정비까지 모두 마무리했다.
미륵사지 석탑의 수리과정은 일반에 공개해 확인이 가능했으나, 그동안 수리를 마친 석탑의 모습은 가설시설물로 가려 놓아 그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감사원은 21일 국가지정문화재 보수복원사업 추진실태 감사를 벌인 결과 “문화재청이 익산의 미륵사지 석탑을 보수정비하면서 원형대로 복원하기 위한 사전 검토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륵사지 석탑의 상하부 내부 형태가 원형과 달리 층별로 달라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축석 방식을 변경하면서 안전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아 구조적으로 불안정해 향후 붕괴 가능성에 대한 우려마저 나왔다. 미륵사지 석탑을 해체할 당시 탑의 몸체에 해당하는 ‘적심’(석탑 내부에 돌과 흙을 쌓아 올려 탑의 몸체를 구성하는 부분)은 모양이 일정하지 않은 석재들로 쌓여 있었고 사이의 틈은 흙으로 채운 형태였다.
문화재청은 기존 적심부 석재들의 일정하지 않은 모양과 품질 저하를 이유로 적심석 대부분(97.6%)을 직사각형 모양의 새로운 석재로 교체해 반듯하게 쌓기로 계획했다. 이후 석탑의 2층 적심부까지 새로운 석재 가공작업을 진행하다가 2016년 초 원래의 축석 방식과 부재를 보존한다는 이유로 당초 설계와 달리 3층 이상의 적심에 대해선 기존 부재를 재사용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이로 인해, 석탑 상하부의 내부 적심이 다른 형태로 축석되는 등 일관성이 없는 방식으로 복원됐다.
특히, 축석 방식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구조적 안정성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적심은 석탑 구조의 안정성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구조 계산 등을 거친 후 설계도서를 마련해 시공해야 하는데도 설계도서 없이 탑을 쌓아 올렸다고 지적했다.
또, 3층 이상 적심부의 틈을 채우기 위한 충전재를 황토를 배합한 ‘무기바인더’(무기질 접착제)로 변경하면서 자문 등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보수 전 미륵사지 석탑의 붕괴 원인 중 토사 유실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을 감안하면 성능이 낮은 황토를 배합한 충전재를 선택한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석탑 복원에 도입한 축석 방식이 틈을 유발해 구조적으로 불안정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 구조 안정성 검증 후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 방안을 검토하라”고 문화재청장에 통보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축석 방식 보존과 기존 부재 재사용 가능 여부 등을 검토하고 실측설계도서 없이 문화재를 수리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주의를 요구했다.
문화재청은 이에 대해 “석탑 1, 2층은 당초 설계대로 대부분 새로운 석재를 사용했으나 전문가 자문과 문화재위원회 검토 결과 새로운 석재가 과다하게 들어가고 기존 적심석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3층 이상부터 옛 석재를 재활용해 보수했다”고 해명했다.
설계 변경 건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설계 변경 시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설계변경도서에 준하는 도면을 작성하여 시행하였고 지금까지는 구조 안정성에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감사원에서 제기한 구조적 안전점검 등을 실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