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주주 반대에 대한항공 경영권 뺐겼다

2019-03-27     최준혁 기자
▲(사진=대한항공

(내외뉴스=최준혁 기자) 조양호(70) 한진그룹 회장이 20년 만에 대한항공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난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1999년 아버지 고 조중훈 회장에 이어 대한항공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지 20년 만에 대한항공 경영권을 상실하게 됐다. 특히, 주주 반대로 대기업 총수가 경영권에 제한을 받는 첫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빌딩 5층 강당에서 제57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 등 4개 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주총에는 의결권 있는 주식의 73.84%(9천484만4천611주 중 7천4만946주)가 표결에 참여했다. 관심이 집중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은 찬성 64.09%, 반대 35.91%로 부결됐다. 

조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려면 찬성 66.66% 이상이 필요하지만, 이날 2.5% 남짓한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지 못해 사내이사 자리를 지켜내지 못했다. 이날 외국인 주주와 소액주주 등도 조 회장에게 등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항공 이사회는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JV) 조기 정착,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총회의 성공적인 서울 개최 등을 위해 "항공전문가인 조 회장의 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조 회장 경영권을 지키는 데 실패했다.

앞서 국민연금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도 조 회장 사내이사 재선임안에 반대 투표를 권고했다.

해외 공적 연기금인 플로리다연금(SBAF), 캐나다연금(CPPIB), BCI(브리티시컬럼비아투자공사) 등도 의결권행사 사전 공시를 통해 조 회장 연임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조 회장은 현재 총 27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로, 대한항공 납품업체들로부터 항공기 장비·기내면세품을 사들이며 중간에 업체를 끼워 넣어 중개수수료를 챙긴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날 대한항공은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부결에 대해 사내 이사직을 상실한 것은 맞지만, 경영권 박탈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는 조 회장이 여전히 대한항공의 최대주주이고,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