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발사...폭력사태로 번져가는 홍콩시위
25일 홍콩 시위, 대규모 충돌로 22명 부상·30명 체포 당국 "시위대가 경찰관 습격·폭행해 1회 경고사격" 경찰, 최류탄 · 물대포 재등장 vs 시위대, 경찰 향해 벽돌 · 화염병 던져 캐리람 ‘송환법 철회 거부’에 양측 부상자 속출
(내외방송=모지환 기자) 홍콩 시위가 다시 폭력 사태로 치닫고 있다. 홍콩 범죄인 인도법(逃犯條例·송환법)' 반대 시위대와 진압 경찰이 25일 또 다시 격렬하게 충돌하면서 지난 6월 이후 처음으로 경찰이 실탄을 발사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최류탄과 물대포도 다시 등장했다.
홍콩 북부 신계지역 샤추이로에서 시위 진압경찰이 38구경 리볼버 실탄 1발을 공중으로 발사했다. 대규모 시위가 시작된 지 12주 만에 처음으로 실탄 경고 사격을 하며 맞대응한 것이다.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총을 쐈다는 얘기가 퍼지자, 얼마 뒤 현장 책임자인 렁콕윙이 “동료 경찰관이 생명에 위협을 느껴 실탄을 쐈다”고 발포 사실을 시인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현지 언론은 “경찰이 실탄 발사 사실을 인정했다”고 즉각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홍콩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경찰이 다른 곳에서도 시위대를 향해 총구를 겨냥하고 있는 사진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SCMP에 따르면 경찰 당국은 25일 오후 7시45분께 추엔완 지역에서 시위대가 상점을 파괴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고, 시위대가 출동한 경찰들을 쇠 몽둥이로 공격하자 생명의 위협을 받은 한 경찰관이 하늘을 향해 1회 경고사격을 했다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 5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에 이송됐다고도 당국은 주장했다. SCMP는 경찰관 6명이 시위대를 향해 권총을 꺼내 들었고, 경고 사격에 이용된 총기는 38구경 권총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시위는 오후 2시30분 홍콩 카이청 지역에서 시민 수천 명이 참여해 시작됐다. 그러나 저녁 시간대로 접어들면서 시위는 점차 격렬해졌다.
오후 6시, 홍콩 중심가 북쪽 췬완 거리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정면 대치했다. 경찰은 시위대에 해산을 요구하며 최류탄을 발사했고, 시위대는 보도블럭에 있는 벽돌을 때어 내 경찰을 향해 던졌다. 거리는 최류탄과 벽돌이 뒤섞이며 한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어 흥분한 시위대가 경찰의 바리케이트를 무너뜨렸고, 경찰은 이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물대포를 발사하기 시작했다. 얼마 뒤 시위대가 휘발유를 넣은 폭탄 6개를 경찰을 향해 던지면서 양측의 충돌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전날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홍콩 시민사회단체 주요 인사들과의 면담에서 송환법 철회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이후 홍콩 시위가 다시 과격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이틀간의 시위에서 시민과 경찰 모두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26일 홍콩 SCMP와 명보에 따르면 지난 25일 오후 11시30분 현재 송환법 반대 시위로 시위대와 경찰 22명이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시위대 역시 경찰이 쏜 고무탄에 눈을 맞아 한 학생이 또 다시 실명 위기에 처했다고 했다.
명보는 12세 남자 어린이를 포함한 시위대 21명이 시위 과정에서 병원 응급실으로 이송됐다면서 이중 1명은 엄중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나머지는 안정을 찾거나 진료를 받고 퇴원했다. 여경 1명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안정을 찾고 퇴원했다.
홍콩 경찰은 시위 과정에서 불법 폭력행위를 한 혐의로 12세 남학생을 포함한 30명 이상을 체포했다. 경찰은 시위 과정에서 '폭도의 습격을 받은' 경찰관 최소 4명이 총기를 꺼내들었다고 인정했다. 단 경찰관들은 하늘을 향해 경고사격을 했다고 강조했다.
중국군 개입 우려와 폭력시위 비판 등으로 잠잠해졌던 홍콩 시위가 12주차를 맞아 다시 폭력사태로 악화되어감에 따라 또 다시 격랑에 빠져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