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납품업체 기술 훔쳐 하도급 제조기술 무단 사용...공정위, 4억 과징금에 檢고발

2019-09-30     최준혁 기자
▲한화

(내외방송=최준혁 기자)  한화가 하도급업체로부터 취득한 스크린 프린터 제조 관련 기술 자료를 자신의 스크린 프린터 개발에 이용한 것에 대해 공정위로부터 과징금·검찰고발·시정명령 등 최고수위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는 30일 하도급 업체의 기술 자료를 유용한 한화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억8200만원을 부과하고 법인과 함께 행위를 주도한 전직 임원 등 3명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한화는 2011년 3월 A하도급업체와 한화 계열사에 태양광 전지 제조라인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스크린프린터를 제조 위탁하는 내용의 합의서를 체결했다. 스크린프린터는 실리콘 기판에 금속가루를 인쇄해 회로선로를 만드는 장비다.

하도급업체는 2011년11월부터 2014년 9월가지 스크린프린터 관련 기술자료를 제출했고, 2015년 11월 하도급 계약 해지시까지 스크린프린터의 설계 변경, 기능개선, 테스트 등 기술지원을 제공했다.

문제는 한화가 2014년 10월부터 하도급업체에 자체 개발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은 채 신규 인력을 투입해 자체 개발에 착수하면서 발생했다. 스크린프린터를 자체 개발할 경우 스크린프린터 제작 시간을 단축하고 경영 효율을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서다. 한화는 2015년 스크린 프린터 자체 제작을 완료해 한화큐셀 말레이시아 법인에 출하했다.

공정위는 한화의 스크린프린터 장비는 하도급업체 기술과 똑같고 웨이퍼 이송 방식 등에서 다른 제조사들의 동작 방식과 뚜렷한 차이가 있는 등 한화가 하도급업체의 기술을 빼돌려 자체 제품을 생산한 것으로 봤다.

이어 공정위는 “대기업이 하도급 거래관계에 있는 중소기업 기술을 요구해 받은 후, 해당 기술을 사용해 자체 개발·생산한 행위에 대해 제재한 첫 번째 사례”라며 “대기업이 중소기업 기술을 원한다면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기술을 구매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사진=공정위

반편 한화측은 스크린프린터는 범용기술로, 하도급업체로부터 기술을 빼돌린 게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위원회는 공정위 사무처의 손을 들어줬다.

위원회는 공정위 사무처가 디지털 포렌식 등을 통해 확보한 증거자료가 기술유용 여부를 입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해당 기술은 연구개발(R&D)비가 30억원 정도 투입돼 최첨단 기술은 아니지만, 공정위는 한화가 하도급업체 자료를 통해서 기술을 개발했다는 증거자료를 확보했다. 일례로 한화는 2014년 10월6일 고객사인 한화큐셀 독일연구소에 자신들의 자체 개발한 스크린프린터를 소개하는 전자우편에서 해당 제품이 하도급업체가 개발한 제품을 토대로 제작한다고 밝혔다.

윤수현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정책국장은 “기술 자료를 받아 자체개발에 활용한 이번 사건의 경우, 기술 자료를 비밀리에 사용하였기 때문에 관련 증거를 찾아내기 어려웠다”고 전재한 뒤 “그러나 한화와 하도급업체 각각 제조물 부품과 핵심 기술 특징 등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을 통해 유용여부 판단이 가능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