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바깥 미군 비용까지 내라" 美, 방위비 분담금 점입가경

드하트 방위비협상 대표 '5배 뛴 5조원대' 가파른 인상 요구 비공식 방한 이틀째...국내 정재계 인사와 접촉...탐색전 주한미군 주둔 비용 외 해외 배치 자산 유지비용 등 포함 우리 정부 "국회감사가 불가능한 항목까지 지불 불가"

2019-11-07     모지환

미국이 현재 진행 중인 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에서 주한미군의 주둔 비용 외에 해외에 배치 중인 자산의 유지비용 등을 포함해 총 47억달러(약 5조5000억원)를 요구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미측은 한반도 방위에 미국이 쓰고 있는 총액이라며 천문학적 금액을 제시한 뒤 "그중 일부만 받겠다"며 항목별로 일정비율만 뽑아 이 금액을 제시했다고 한다. 방위비 협상의 미측 수석대표로 지난 5일 기습 방한한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안보협상·협정 담당 선임보좌관은 우리 정·재계 인사 등을 만나 이런 사실을 설명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대한방위공약 이행 노력에 대해 한국은 더 큰 기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한·미 간의 방위비 분담 협상이 내년부터 차례로 있을 일본·독일·나토 등과의 협상 '기준'이 된다는 점을 의식해 ▲총액은 늘리고 ▲협정의 유효 기간은 줄이며 ▲인상률은 높이는 식의 가파른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측의 이 같은 기류는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지난 5일 입국 직후 한국을 "동아시아 발전에서 아주 강력한 공여국(供與國)"이라고 부른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외교가에선 "미측이 한국 압박을 위해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방위비는 국회의 비준을 받아야 하는 사항이며 해외에서 발생해서 우리 국회의 감사가 불가능한 항목까지 지불할 수는 없다"고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드하트 대표가 직접 정계 여론 등을 듣기 위해 3박4일 일정으로 한국에 왔다는 것이다.

한편 청와대는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이날 스틸웰 차관보와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을 각각 만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과 방위비 분담 협상 등 한·미 간 동맹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김 차장은 지소미아와 방위비 분담 등 현안에 대해 우리 입장을 자세히 설명했고 이에 대해 미측은 한·미 동맹이 동북아 안보의 핵심축(linchpin)임을 누차 강조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