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희·최은영, 이상문학상 수상 거부…“저작권 양도 요구 부당”

"수상집 수록 땐 저작권 3년간 양도" 조건에… 우수상 수상· 작품 게재 거부 '개인 단편집에 실을 때도 표제작 불가' 독소조항 문제제기 문학사상사 측 "표현상 오해… 계약서 조항 재검토하겠다"

2020-01-06     최유진 기자

(내외방송=최유진 기자)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소설가 김금희(40·왼쪽)와 최은영(35·오른쪽)이 국내 대표 문학상인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을 거부했다.

제44회 이상 문학상 우수상 수상자로 선정된 소설가 김금희 씨가 상을 거부했다.

2020년 제44회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자로 통보받은 김 작가는 출판사 측에서 '수상작 저작권을 3년간 출판사에 양도하고 작가 개인 단편집에 실을 때도 표제작으로 내세울 수 없다'는 조항을 담은 계약서를 보내왔기 때문에 수상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금희 소설가는 트위터에 "지난해 말부터 작가의 권리라는 말을 써야 할 순간이 잦고 어제도 그런 하루였다"며 "어제 모 상의 수상후보작이 되었다는 전화를 받고 일차적으로는 기쁜 마음이었다. 그런데 오후에 계약서를 전달받고 참담해졌고 수정요구를 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거기(계약서)에는 내 단편의 저작권을 3년간 양도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심지어 내 작품의 표제작으로도 쓸 수 없고 다른 단행본에 수록될 수 없다. 문제를 제기하자 표제작으로는 쓰게 해주겠다고 했는데 글쎄, 내가 왜 그런 양해를 구하고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가 이런 말을 여기서 하는 것이 내게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 잘 안다"면서도 "하지만 말하지 않는다면 계속 '양도'라는 단어 속에 작가들의 작품들이 연속해서 갇히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계약서 조정이 그리 어려운가? 작가를 격려한다면서 그런 문구 하나 고치기가 어려운가? 작가의 노고와 권리를 존중해줄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쇼코의 미소'를 쓴 최은영 작가도 이 같은 이유로 우수상을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제가 황순원문학상·현대문학상·젊은작가상 우수작에 오르면서 이런 조건을 겪어본 적이 없다"면서 "저를 포함한 작가들이 보다 나은 조건에서 출판사와 관계 맺기를 희망하는 마음으로 우수상을 받지 않겠다"고 문학사상사 측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

도서출판 문학사상사가 지난 1977년 제정한 이상문학상은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며, 대상과 우수상 작품을 엮어 매년 1월 수상작품집을 발간한다.

문학사상사와 기존 수상자들에 따르면 이런 문구가 계약서에 들어간 것은 지난 43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부터다.

논란이 불거지자 문학사상사 측은 “표현상 문제가 있었다”며 문제가 된 관련 규정은 재검토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