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의 ‘여성 없는 하루’···여성 파업

멕시코 여성단체 기획 ‘우리 없는 하루’, 대규모 파업 끊임없는 ‘페미사이드’ 사건에 분노와 불안 폭발

2020-03-12     이화정 아나운서

(내외방송=이화정 아나운서) ‘세계 여성의 날’ 이튿날인 지난 9일 멕시코의 여성단체가 기획한 ‘우리 없는 하루’ 파업이 멕시코 전국으로 펼쳐졌다. 은행이 문을 닫아 바깥 ATM 기계 앞에 10여명이 늘어서고, 일부 식당과 상점은 아예 문을 닫았다. 여직원 비율이 높아 정상 영업이 힘들거나 업주가 파업을 지지하기 위해 모든 직원을 쉬게 한 경우다.

멕시코 여성들이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투쟁 방식을 택한 것은 만연한 여성 대상 폭력에 대한 분노 때문이다. 지난해 멕시코에선 3825명의 여성이 살해됐다. 잔혹한 ‘페미사이드(femicide)’ 사건이 잇따르는데, 검거와 처벌률은 미미하고, 정부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성들의 축적된 분노와 불안이 유례없는 대규모 파업으로 이어진 것이다.

‘페미사이드(femicide)’는 여성 살해라는 뜻으로 성폭행·가정폭력 살해·증오 범죄 등 성별을 이유로 발생한 살해사건을 의미한다. 넓게는 여성이 희생자가 된 살인사건을 모두 칭한다.

멕시코 일간 밀레니오는 이날 멕시코 전역에서 3640만명의 여성이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했다. 멕시코 여성 절반 이상이 참여한 셈이다. 또한, 정부기관과 정치권, 대기업 등도 파업에 동참했다. 파업에 참가한 여성들은 회사와 학교에 가지 않고, 쇼핑이나 외식도 삼가한 채 모습을 감췄다.

한편, 자동차 판매점 직원 여성은 “개인적으로는 참여하고 싶지 않았지만 회사 차원에서 파업을 지지하기로 해 출근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파업만으로 상황이 바뀔 것 같지 않고 뿌리 깊은 남성우월주의가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