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잘못된 통계로 연일 비판여론 방어막..."8일간 검사가 한국 8주치보다 많아"

2020-03-26     김병호 기자
백악관에서

(내외방송=김병호 기자)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미국 내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8일간 검사 건수가 한국의 8주간 수치를 넘어섰다는 잘못된 통계를 연일 인용하며 방어막을 치고 있다. 특히, 한국과 비교하며 미국의 검사능력을 부각하고, 코로나19 급증에 따른 내부 비판론을 완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미국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단연코 훨씬 더 많은 검사를 했다고 방금 보고받았다"며, 한국을 '검사 면에서 매우 성공적인 나라'라고 밝힌 뒤 "사실 지난 8일간 미국은 한국이 8주간 한 것보다 더 많은 검사를 한다"며 잘한 일이라고 전했다.

미국이 검사 수에서 한국을 넘어섰다는 말은 전날 낮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처음 나왔다. 백악관 관계자가 미국의 8일간 검사 수가 한국의 8주간 검사보다 많았다고 전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미처 알지 못했다"며, "이를 기억하는 건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의 검사가 더 좋다"고 발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말은 미국 내 비난여론 진화용으로 보인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현재 미국의 환자는 5만 5천명으로 중국(8만 1천명), 이탈리아(6만 9천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데, 최근 확산속도면에서는 미국이 가장 빠르다.

미국은 자체 개발한 검사 키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수주를 허비하고, 초기 검사 부족으로 인해 지역사회 전파를 막을 황금시간을 놓쳤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발병 초기 코로나19 위험성을 경시하는 태도를 보인 것도 환자 급증의 요인이 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한국과 검사 건수를 비교한 이런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한국의 지난 8주간 검사 건수는 35만 7천건으로, 미국이 8일간 실시한 검사 건수 22만건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 누적 통계가 37만건이라면 한국(35만 7천건)을 앞선다.

또 한국은 확진자 증가속도 둔화에 따라 검사 건수가 하루 약 1만건으로 줄어들었지만, 미국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미국이 검사 건수에서 앞서는 상황은 이어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코로나19 관련 의료 장비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의료장비 지원요청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 한국보다 검사 수치 등에서 앞섰다고 말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