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고3 오늘 온라인 개학···일부 학생들 학원서 ‘학교 원격수업’

2020-04-09     김택진 기자

(내외방송=김택진 기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국 중·고교가 9일부터 중3·고3부터 온라인으로 개학한다. 중3·고3 학생들은 오늘 오전 9시부터 각자 집에서 원격수업으로 선생님과 만났는데, 이는 3월 2일 예정이었던 개학이 미뤄진 지 38일만이다.

원격수업은 세 가지 유형으로 진행되는데 교사와 학생간 화상 연결로 수업하는 ‘실시간 쌍방향형’, EBS 콘텐츠나 교사가 직접 녹화한 동영상을 보고 토론하는 ‘콘텐츠 활용형’, 독후감 등 과제를 내주는 ‘과제 수행형’이다. 교사가 자신의 교과와 학교 여건, 학생들의 학년 등을 고려해 세 가지 유형 중에 수업 방식을 고른다. 두세 가지 유형을 섞는 방법도 있다.

오늘 중3·고3에 이어 이달 16일에는 고 1∼2학년, 중 1∼2학년, 초 4∼6학년이 원격수업을 시작한다. 20일에는 초 1∼3학년이 온라인 개학을 한다. 원격수업 적응 기간은 학년별로 개학 후 이틀간이다. 이 기간에 학생들은 수업 콘텐츠와 원격수업 플랫폼 등을 활용하는 방법을 익힌다.

학생들은 집에서 데스크톱이나 노트북, 스마트패드, 스마트폰 등으로 수업을 듣는데, 수업 시간 40∼50분 동안 작은 화면을 계속 보게 하면 학생들이 지루해할 수 있으므로 교사들은 강의나 콘텐츠 시청은 15∼20분만 하고, 나머지 시간은 조별 토론 등을 섞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격수업을 들을 기기가 부족한 학생은 학교에서 대여받았다. 기기가 없는 학생은 22만 3천여명으로 파악됐고, 교육부와 교육청은 ‘32만 1천대를 비축해 기기가 부족하지 않도록 했다’고 발표했다. 시각·청각 장애 학생을 위해 EBS는 온라인 강의에 자막을 넣기로 했고, 국립특수교육원은 점자 교재·수어 영상·자막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발달장애 학생에게는 방문 교육 등이 지원된다.

그리고 온라인 개학 기간에도 초등학교 돌봄교실이 운영된다. 각 초등학교에서는 돌봄전담사와 방과 후 강사 등을 투입해 돌봄교실에 있는 학생들에게 원격수업과 돌봄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했다. 다만, 유치원은 유아들이 원격수업을 듣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휴업을 무기한 연장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르면 4월 말∼5월 초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였다고 판단되면 원격수업과 등교 수업을 조금씩 병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진행되는 가운데 일부 학생들은 학원에 가서 학교 온라인 수업을 듣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계에 따르면, 수도권의 한 영어·수학 전문 보습학원은 최근 학부모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학교 수업 시간과 동일한 시간대에 학원을 오픈해 아이들이 학교 원격수업을 학원에서 듣도록 관리·감독해주겠다”고 알렸다. 즉 학교 원격수업을 위한 ‘자습 시간’을 주겠다는 건데 대치동·목동 등 학원 밀집 지역의 유명 학원과 대형 프랜차이즈 학원까지 이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학부모들의 입장이 찬반으로 갈렸다. 한 학부모는 “집에 있으면 침대도 있고 텔레비전도 있어서 산만해질 텐데 애가 학원에 가면 안심이 될 것 같다”고 말했고, 다른 학부모는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 개학까지 하는데 학원에 온 아이 하나가 무증상 감염자라면 아이들 사이에서 집단감염이 생길 수도 있는 것 아니냐, 정부가 모든 학원을 다 닫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원에서 방역 지침을 지키면서 학교 원격수업을 듣는 것은 괜찮냐’는 질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하는 것인데 원격수업을 학원에서 듣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본다”며, 조치하겠단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에 발표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전국 학원·교습소 12만 6619곳 가운데 4만 657곳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