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황금연휴 ‘코로나 2차 대유행’ 가능…싱가포르 반면교사로 31번 확진자 데자뷔 경계해야

2020-04-23     조규필 기자

(내외방송=조규필 기자) 다음 주로 다가온 황금연휴. 5월 4일 하루 연차 휴가를 사용하는 직장인이라면 최대 6일까지 쉴 수 있다. 전국 유명 숙소들은 이미 예약이 꽉 찼다. 그동안 코로나 여파로 주춤하던 항공권 값도 제 자리를 찾았다. 아직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기간이지만 많은 이들의 마음은 느슨해졌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22일 브리핑에서 “자연 감염으로 집단면역을 이루거나 백신으로 집단면역을 높이지 않은 채 가을·겨울철을 맞으면, 국민 대부분이 면역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추가 확진자 수가 한 자릿수로 떨어지며 코로나 사태가 안정됐다는 여론이 형성됐지만, 여전히 긴장을 늦추긴 이르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31번 확진자의 사례 데자뷔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일부 전문가들은 언제든 느슨해지면 싱가포르와 같이 확진자가 급증할 수 있다”며, 교회와 학교 등 단체 활동으로 인한 집단 발병은 여전히 큰 위험성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초만 해도 홍콩·대만과 함께 방역 모범국 평가를 받았던 싱가포르는 성급한 개학 결정과 30만명가량의 이주노동자가 공동 거주하는 기숙사에 대한 관리 소홀로 한 달여 만에 그 위상이 급격히 추락한 바 있다.

이 교수는 코로나에 감염된 사람의 몸에 항체가 생겼다는 조사 결과에 대해 ‘코로나에 걸리면 항체가 생기는 것은 맞지만, 어떤 집단으로 놓고 봤을 때 얼마나 많은 항체들이 계속 유효하게 생기느냐가 관건’이라며 이는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언제라도 대유행이 발생할 수 있는 소지가 있으니 백신이 빨리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람 대상 임상은 미국, 중국, 한국에서 각각 시작됐으나 최소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자연 감염으로 집단 면역을 이루기 위해선 구성원의 60% 정도가 감염돼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망자는 그 수치만큼 늘어날 것이다. 집단 면역을 위해 순고한 생명을 희생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황금연휴기간에 ‘나 한 사람 정도는 괜찮겠지’하는 생각으로 거리를 누빈다면 대구 집단발병과 같은 비극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경각심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