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고조에 中, 희토류 무기화 가능성...美 “공급망 확보 물색”

2020-05-27     이기철 기자

(내외방송=이기철 기자)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사실상 신냉전을 선포하고 전면전에 나서면서 희토류 확보가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중국이 미국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며 이를 무기화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희토류란 무기와 첨단 과학기술 장비 제조에 필수적인 희귀 금속으로, 핸드폰과 전기차 배터리 같은 제품 생산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광물을 말한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 최대 생산국이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현지시각 25일 “미국의 지속적인 자급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공분야는 물론 민간에서도 중국산을 대체할 공급망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미 국방부는 국방물자 확보 예산의 집행 대상 중 희토류를 핵심 품목으로 넣어 이를 확보하려고 노력해왔다. F-35 스텔스 전투기의 경우 920파운드, 버지니아급 핵잠수함에는 9200파운드의 희토류가 필요하다. 토마호크 미사일의 항속 시스템과 제트엔진 등에 들어가는 희토류의 종류만 17종에 달한다.

미국 내에서 희토류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노력은 2010년부터 계속됐다. 중국은 당시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의 영유권을 둘러싼 일본과의 분쟁 과정에서 희토류 공급 중단을 시사하며, 이를 무기화한 적이 있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은 중요한 광물 공급을 보장하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상무부는 2019년 이를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미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미국은 2016~2017년 희토류 생산을 완전히 중단했다가 2018년 1만 8000t, 지난해 2만 6000t을 생산했다. 세계 생산량의 12.4%를 차지해 중국 13만 2000t(63%)에 이어 세계 2위 생산국이다.

캘리포니아 마운틴패스 광산 외에 알래스카주와 와이오밍주, 텍사스주 등지에 초기 개발 단계에 있는 희토류 광산이 있지만, 희토류 채굴은 물론 가공·정제 등의 모든 수단을 함께 개발해야 한다는 점에서 미국 업계는 해법을 강구하지 못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에서도 중국이 유리하다.

컨설팅 회사인 해먼드 인터내셔널그룹의 희토류 전문가인 데이비드 해먼드는 “경고등은 켜졌지만, 우리는 아직도 정확히 어떻게 대응에 나서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과 감정의 골은 깊어지는 가운데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 등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