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유세 흥행참패’한 트럼프…NYT, “10대 청소년과 K팝 팬들에 한 방 먹었다”

2020-06-22     정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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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방송=정영훈 기자)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1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2일만에 재개한 선거유세가 애초 100만명이 입장 신청을 했다는 사전 공언과 달리 2만석 규모의 센터는 3분의 1이나 텅 비어 저조한 참석률로 '굴욕'을 당한 배경에는 10대 청소년들과 K팝 팬들이 합작한 '노 쇼' 시위가 있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재선캠프 브래드 파스케일 선거 대책본부장은 전날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열린 유세장 참석률이 저조한 이유가 입구에서 시위대가 지지자들의 입장을 막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기대와 달리 참석이 저조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BOK센터 밖에서 시민들을 만나기로 했던 일정도 취소했다. 그는 이날 유세 연설 내내 흑인 시위대와 주류 언론, 중국은 물론, 방역 당국, 민주당 대선후보 등에게까지 전방위로 분노의 언어를 쏟아냈다.

하지만 이와 달리 세계 10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SNS 틱톡을 사용하는 미국 청소년들과 K팝 팬들이 수십만장에 달하는 표를 예약하고는 현장에 나타나지 않은 것이라고 NYT가 보도했다.

트럼프 캠프가 지난 11일 트위터에 털사 유세장 무료입장권을 휴대전화로 예약하라는 공지를 띄우자 K팝 팬들이 이 내용을 퍼다 나르며 신청을 독려했고, 틱톡에서도 관련 동영상이 널리 퍼졌다.

이들 대부분 사용자는 글을 올리고 나서 하루, 이틀 후 게시물을 삭제했다. 트럼프 캠프 측이 눈치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세 당일 밤 자신들의 '노 쇼' 캠페인이 승리를 거뒀다고 트위터에 선언했다.

민주당 한 하원의원은 트위터에서 ‘급진적인 시위대가 참석을 방해했다’고 주장한 파스케일 트럼프 캠프 본부장에게 "사실 당신은 틱톡을 쓰는 10대들에게 한 방 맞았다"고 답장을 보냈다.

아이오와주의 메리 조 로프는 틱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 소식에 11일 "1만 9천석 규모의 강당이 텅 빌 수 있도록 지금 가서 표를 예약하고 그가 무대 위에 혼자 서있도록 만들자"고 틱톡에 동영상을 올렸다.

로프의 영상은 다음 날 아침 70만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고, 조회 수는 200만회를 넘어섰다. 로프는 자신이 받은 피드백을 토대로 최소 1만 7천장의 표가 예약됐다고 추정했다. 로프는 "이 나라에는 정치 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 작은 '노 쇼' 시위에 참여한 10대들이 있다"고 말했다.

NYT는 최근 들어 K팝 팬덤이 미국 정치에 점점 더 많이 관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K팝 팬들은 지난 8일 트럼프 캠프가 생일축하 메시지를 요청했을 때, 지난달 31일 댈러스 경찰이 불법시위현장을 담은 영상을 보내 달라고 했을 때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영상을 편집해 대량으로 보내 세를 과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