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사무총장 3연임 포기 선언···강경화 차기 사무총장 도전?

2020-07-14     박인숙 기자

(내외방송=박인숙 기자)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지난 2006년부터 이끌고 있는 앙헬 구리아 사무총장이 “4선 도전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와 함께 한국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OECD 차기 사무총장에 도전해야 한다는 기류가 커지고 있다.

구리아 사무총장은 현지시각 10일 성명을 내고 “14년간 OECD를 이끌면서 회원국들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노력해왔다. 더 이상 임기를 이어가려는 노력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멕시코 재무장관과 외무장관을 지낸 구리아 사무총장은 2006년 라틴아메리카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OECD 사무총장을 지냈다. 그는 회원국들의 동의를 얻어 5년 임기를 두 번 연장했고, 세번째 임기는 2021년 5월까지다. 한 번 더 도전해 임기 20년을 채울 수 있지만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구리아 사무총장의 이런 판단에는 미국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OECD 주변에서는 ‘미국이 구리아 사무총장의 장기 재임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이다. 또 각 회원국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OECD는 조만간 차기 사무총장 선출절차를 시작한다. 오는 9~10월에 각 회원국이 후보자를 내고 내년 2월까지 심층 인터뷰가 이뤄진다. 이후 후보를 압축한 다음 내년 3~4월 회원국 협의를 거쳐 차기 사무총장을 선출하면 내년 6월부터 5년 임기를 시작한다.

차기 OECD 수장에 도전하는 나라가 윤곽을 드러내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일본의 후보 여부도 관심이 주목된다. OECD는 유럽과 북미 중심의 선진국 모임이기 때문에 중동의 이스라엘과 터키를 빼면 실질적인 아시아 회원국은 한국과 일본뿐이다. 1961년 설립된 OECD는 동양인 사무총장이 선출된 적이 없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OECD 사무총장에 도전해볼만 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강 장관은 BBC 방송 등 외신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K-방역을 이야기하며 여러 선진국에 눈도장을 찍었다. 강 장관 특유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전 세계에 보였다는 평가와 영어가 능통하다는 점이 차기 사무총장 출마의 이유로 힘을 받고 있다.

이런 평가는 국내에서 그치지 않는다. 유럽의 한 외교 소식통은 “최근 국제기구 수장에 여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강 장관이 영어가 능통하다. 외교부 장관으로 3년 넘게 재임 중인 강 장관이 다음 자리로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유엔에서 근무했던 강 장관이 이미 국제기구 경험을 갖췄다”고 덧붙였다.

다만, OECD가 경제가 중심이 되는 기구라서 강 장관이 걸어온 길과 다소 거리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또 OECD는 본부가 파리에 있어 영어와 함께 불어를 공식 언어로 지정하고 있기 때문에 사무총장이 불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이 당연시된다는 점도 한국인이 도전하기에는 장벽이 될 수 있다.

한편, 한국의 OECD 사무총장 도전은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출과 연동돼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WTO 사무총장에 도전한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당선될 경우 선진국들이 OECD 사무총장까지 한국에 몰아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이유에서다.

반대로 유 본부장이 WTO 사무총장 도전에 실패할 경우 한국 정부가 OECD 사무총장에 후보를 내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차기 WTO 사무총장은 오는 10월 선출될 예정이다.

OECD는 2차세계대전 이후 1947년 유럽의 부흥을 목적으로 ‘마샬플랜’에 따라 1961년 9월 서유럽 18개국, 미국, 캐나다 등 자본주의 국가를 중심으로 설립된 기구다. 우리나라는 1995년 가입신청을 해 1996년 12월 가입됐다.

가입 전 한국의 OECD 가입을 놓고 찬반 기류가 있었지만, 코로나19 사태 속에도 ‘한국은 주요국 중 경제성장률이 가장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성장했다. 또 ‘차기 수장 자리에 강 장관이 무리 없다’는 평가도 지배적인만큼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은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