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내각, 베이루트 폭발참사 책임지고 사퇴

2020-08-11     서효원 기자

(내외방송=서효원 기자) 레바논 내각이 수도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대형 폭발참사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총사퇴를 발표했다.

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는 현지시각 10일 대국민 연설에서 “폭발참사와 관련해 내각이 총사퇴를 한다”고 밝혔다. 디아브 총리는 이날 “베이루트 폭발은 고질적인 부패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디아브 총리가 이끄는 내각은 지난 1월 이슬람 시아파 정파 헤즈볼라의 지지를 얻어 출범했으나 정치 개혁과 경제 회복 등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고, 폭발참사가 겹치면서 약 7개월 만에 물러나게 됐다.

미셸 아운 대통령은 총리의 사임을 승인하면서, 새로운 내각이 구성되기 전까지 현재 혼란스러운 상황을 관리해줄 것을 당부했다.

하산 디아브 총리의 사임 발표는 폭발 사건 이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커지는 가운데 이뤄졌다. 베이루트 도심에서는 지난 8~9일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특히 8일 대규모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 과정에서 경찰 1명이 숨지고 시위 참가자 및 경찰 23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9일부터 압델-사마드 공보장관과 다미아노스 카타르 환경장관, 마리 클라우드 나즘 법무장관, 가지 와즈니 재무장관 등 장관 4명이 연달아 사임 의사를 밝히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레바논 정치 혼란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4일 베이루트에서는 대형폭발이 발생해 160여명이 사망하고 600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레바논 정부는 사고 원인에 대해 베이루트 항구 창고에 6년 전부터 보관된 인화성 물질 질산암모늄 약 2750t이 폭발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를 두고 레바논 내에서는 정부 관료들이 위험한 질산암모늄을 베이루트 도심과 가까운 곳에 사실상 방치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