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 주유 업계 사지로 내몰아…4년새 폐업 250%↑

주유소 거리제한 폐지·유가 자율화…주유소 간 치열하게 경쟁 알뜰주유소 확산, 10% 점유율…“주유소 65%, 평균 매출 미만”

2020-08-19     정수남 기자

(내외방송=정수남 기자) 저유가와 함께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문을 닫는 주유소가 늘고 있다.

(사)한국주유소협회는 6월 현재 국내 영업주유소는 1만 1430곳으로 집계됐다고 19일 밝혔다.

이는 국내 주유소가 감소하기 시작한 2012년 4월(1만 2907곳)대비 11.4% 급감한 것이다.

국내외 유가가 사상 최고이던 2012년 4월부터 국내 주유소는 줄기 시작했다. 당시 전국 등록주유소는 1만3172곳, 영업업소 수는 1만 2907곳으로 사상 최고이던 전달(각각 1만 3285곳, 1만 2916곳)보다 0.9%(113곳), 0.1%(9곳) 줄었다.

이는 2001년 주유소협회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첫 감소였다. 이후 국내외 유가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주유소 수는 가파르게 줄었다.

2010년대 들어 연간 평균 유가가 가장 낮은 2016년(휘발유 1403원/ℓ, 경유 1183원/ℓ) 12월 전국 등록주유소는 1만 2594곳, 영업업소 수는 1만 2010곳으로 4년 사이 각각 5.1%(678곳), 6.9%(897곳)이 감소했다.

같은 기간 폐업주유소는 247.6%(63곳→219곳) 초고속으로 증가했다.

정부가 1990년대 중반 주유소간 거리제한을 폐지한데 이어, 주유소의 석유제품 판매 가격을 자유화 것도 여기에 힘을 보탰다. 종전 정부는 주유소 개설시 지역에 따라 700m에서 2㎞ 간격을 유지하도록 했으며, 가격도 정부 공시 가격으로 판매하게 했다.

이로 인해 서울 송파대로 지하철 8호선 문정역에서 경기 성남대로 분당선 가천대역 4㎞ 구간에는 2012년까지만 해도 모두 8곳의 주유소가 성업했다. 다만, 이 같은 이유로 2곳이 폐업해 현재는 6곳의 주유소만 이 구간에 남아 있다.

거리제한과 가격자율화 시행 이후 주유소들이 과당 경쟁에 내몰렸다는 게 주유소협회 지적이다.

아울러 국내외 유가가 크게 오르자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가 2011년 말 알뜰주유소를 추진한 것도 일반주유소 감소를 부추겼다.

알뜰주유소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정유사의 기름을 구입해 판매하고, 사은품 미지급, 셀프주유소 변경 등으로 고정 비용을 줄여 석유제품이 ℓ당 50원에서 100원 정도 저렴한 주유소다.

산업부 석유산업과에 따르면 2020년 6월 현재 국내에는 농협이 운영하는 농협주유소와 도로공사가 고속국도에서 운영하는 EX-OIL주유소, 자영알뜰주유소 등 1200곳의 알뜰주유소가 영업을 하고 있다.

2011년 12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국내 첫 알뜰주유소가 문을 연지 8년 6개월 만에 전체 주유소의 10% 이상을 알뜰주유소가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당시 정부는 대형마트에 상대적으로 기름값이 저렴한 주유소 설립도 추진했지만, 주유 업계의 강력한 반발로 무산됐다.

아울러 올 들어 코로나19 확산으로 기름 수요가 줄면서 폐업주유소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주유소협회 박동희 과장은 “전국 주유소 가운데 65%가 국내 주유소의 월평균 매출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올 들어 코로나19 창궐로 주유소들이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래 저래 자영주유소만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산업부 석유산업과 관계자는 “앞으로도 국내 유가 안정을 위해 알뜰주유소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일축했다.

한편, 폐업주유소를 철거하기 위해 철거 비용과 토양 복구 비용으로 1억 5000만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폐업주유소가 방치되면서 사회문제로 최근 부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