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이재명,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놓고 ‘옥신각신’

2020-09-01     전기복 기자

(내외방송=전기복 기자)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둘러싸고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면충돌했다. 이를 두고 여권 내부에서는 우려와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홍 부총리는 지난 31일 국회 예결위에서 ‘재난지원금을 30만원씩 100번 지급해도 선진국 평균 국가부채 비율보다 낮다’는 이 지사의 발언에 대해 “책임 없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미래통합당 임이자 의원이 이 지사의 발언을 놓고 ‘아주 철없는 얘기죠’라고 다시 묻자, 홍 부총리가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 자칫 잘못하면 국민들에게 오해의 소지를 줄 수 있는 발언이다”라며 동조했다.

이에 이 자리에 있던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홍 부총리는 신중치 못한 발언에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 부총리의 언급은 이 지사가 자신을 미래통합당에 비유한 데 대한 반격으로 풀이된다.

이 지사는 앞서 지난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홍 부총리가 2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난색을 보이는 데 대해 “논리적으로 통합당이 하는 얘기”라며 사실상 선공을 날린 바 있다.

또 28일에는 MBC 라디오에 출연해 “30만원은 50~100번 지급해도 선진국 평균 국가부채 비율인 110%에 도달하지 않는다며 2차에 이어 3·4차 재난지원금 지급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홍 부총리의 국회 발언이 공개되자 이 지사는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 “국정 동반자인 경기도지사의 언론 인터뷰를 확인도 안 한 채 ‘철이 없다’는 통합당 주장에 동조하며, 책임 없는 발언이라 비난하신 것이 당황스럽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홍 부총리의 처신을 강하게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진성준 의원은 “논거를 들어 입장을 밝힐 일이지 분별없는 비난에 동조할 일이겠느냐”며 “홍 부총리는 언행에 신중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이상민 의원도 “부총리의 생각이라기에는 고뇌나 긍휼 의지가 없으며 참으로 무책임하다. 정말 화급한 상황에 한가하게 국가부채를 운운하며 재난지원금에 완고한 홍 부총리야말로 무대책이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 지사는 1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또 한 번 전 국민 대상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거듭 주장했다. 그는 “선별이냐 보편이냐를 갖고 공력을 낭비하며 우물쭈물했던 과오를 반복하면 경제적·정신적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어마어마한 희생을 치르게 될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어 긴급재난지원금의 경제적 효과를 부정적으로 보도한 한 언론의 보도를 겨냥해 “재난지원금 효과를 평가 절하하려는 의도를 가진 일부 언론에서 통화정책기관인 한국은행의 자료 일부만을 인용 보도해 국민에게 큰 혼란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언론매체는 전날 한국은행 보고서를 근거로 들며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으로 1조원을 지급하면 그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2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이 지사는 “보고서에 명시된 분석 시간의 한계와 재난 기본소득의 수요위축 방지 효과는 한국은행의 공식 견해가 아닌 집필자 개인의 견해인 점 등을 언급하지 않고 일부 내용만으로 보도하는 것은 국민 기망 행위나 다름없다. 자료의 일부 내용만을 떼어내 국민에게 잘못된 인식을 갖게 하는 보도 행태를 멈춰주시길 정중히 부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