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탐사] 힙스터의 성지가 된 ‘성수동’

2020-11-02     이화정 아나운서

(내외방송=이화정 아나운서)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대한민국 경제발전사를 간직한 곳이다. 1960년대 각종 제조공장이 밀집해 준공업단지로 활성화됐고, 1970년대부터 모여든 수제화 업체가 하나의 골목을 만들고 역사를 만들었다. 성황을 이루던 성수동은 1990년대 들어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업황이 쇠락하며 낡은 건물만 남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5년 ‘서울의 센트럴파크’로 불리는 서울숲이 조성돼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곳이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당시 성수동은 임대료가 낮은 공장 건물들이 많았다. 이런 요소에 매력을 느낀 젊은 예술가와 청년 사업가들이 이곳으로 모이며 자연스럽게 문화공간이 형성됐다.

이와 함께 때마침 불어온 복고 열풍은 옛 느낌이 남아있는 성수동을 ‘뉴트로’(newtro)의 성지로 떠오르게 했다. 독특한 문화공간과 잡화점, 색다른 분위기의 카페가 속속 자리 잡으며 젊은이들을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최근 성수동은 경제발전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에서 대중의 큰 흐름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고유한 패션과 문화를 좇는 일명 ‘힙스터’의 성지로 거듭났다. 힙스터 대열에 합류하고자 직접 성수동에 나가봤다.

성수동 수제화 거리

1990년대에는 1000여개 구두 공장이 들어선 수제화의 중심지였지만, 지금은 500여개 구두 제조업체가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뚝섬역과 성수역 사이에는 경력 수십 년의 명장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각종 구두를 제작해 판매하는 곳이 밀집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발을 만든 것으로 알려진 유홍식 수제화 명장 1호의 가게와 성수동 수제화 디자이너들의 대표 제품을 모아 놓은 ‘성수 수제화 희망 플랫폼’은 인기 매장이다. 또 성수동 구두 제작업체 25곳이 연합해 운영하는 ‘성수수제화타운’(SSST)도 인기가 높다.

복합문화공간과 잡화점

성수동에 위치한 다양한 복합문화공간은 핫플레이스로 주목을 받고 있다. 제조 공장 고유의 건축 양식을 살려 인테리어를 새롭게 한 공장형 카페와 전시장 등이 인기를 얻으며 젊은이들의 거리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성수동 연무장길에서 이런 독특한 복합문화공간을 쉽게 볼 수 있는데 ‘대림창고’, ‘할아버지 공장’, ‘오르에르’(orer), ‘성수연방’, ‘바이산’(BAESAN) 등이 대표적이다.

공장형 카페의 선두로 꼽을 수 있는 ‘대림창고’와 ‘바이산’은 카페와 레스토랑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넓은 공간을 활용해 그림이나 전시품을 함께 두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런 신개념 공간은 전시는 전시장에 가서 봐야 한다는 기존의 틀을 깬다. 커피 한 모금, 피자 한 조각을 즐기다가도 고개를 들면 자연스럽게 전시가 눈에 보이는 형태인 것이다.

또 ‘성수연방’에는 식당과 카페, 잡화점, 서점 등 원하는 것을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 조성돼있다. 건물 중앙이 뚫린 한옥 중정 모양의 구조가 눈에 띄는데, 이곳에서 상시로 벼룩시장이나 전시가 열리기도 한다. 이외 수제 비누와 인테리어 소품, 액세서리, 문구류를 판매하는 ‘WDH’(Width × Depth × Height) 등의 잡화점도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성수동 곳곳에 위치한 그래피티도 성수동을 매력적으로 느끼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독특한 성수동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