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날도 텅 빈 명동거리…그래도 마음만은 따뜻하게

2020-12-24     이지선 기자

(내외방송=이지선 기자)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서울 중구 명동은 평년보다 훨씬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명동 특유의 길거리 먹거리들, 한국 사람보다 많았던 외국인들, 친구, 연인들로 붐볐던 길이 마치 목적의식을 갖고 바삐 움직이는 듯한 사람들만 소수 보일 뿐 텅 비어있었다.

명동성당 앞 2층짜리 올리브영은 유일무이하게 여전히 많은 손님들로 꽉 차 매출을 올리는 모습이었다. 빠르게 살 것만 사고 나오는 게 아니라 요기 거리도 사고 즐기는 사람들로 여유롭고 화려한 크리스마스 이브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었다.

명동성당에는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기 위한 구유 조형물이 설치돼 있었고 이 앞에서 만큼은 많은 사람들이 이를 축하하고 기도하기 위해 들러 사진도 찍고 연말연시를 위한 묵상도 하는 각자 다른 빛깔을 가진 신자 또는 관광객들의 진풍경이었다.

명동성당 오후 2시부터 3시 경 모습은 대성전 안에서 기도를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고, 성탄 대축일 미사를 위해 제대에 미사를 위한 많은 것들을 갖다놓는 등 준비로 분주해 보였다. 사람들은 때가 때인 만큼 모두 지친 표정이었다. 성탄인 만큼 밝고 기대에 부푼 발걸음을 혹시나 예상하고 찾았지만 예년과는 많이 달랐다. 성탄 구유 앞에서 사진을 찍는 모습도 그 때 만큼은 웃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코로나 성탄절임을 느끼게 해줬다. 이 조형물 앞에서는 25일 0시 미사에 앞서 아기 예수를 말구유에 안치하는 구유 예절이 진행된다.

한편 명동성당은 서울시와 정부의 방역 지침으로 24일과 25일 예정된 성탄 대축일 미사를 비대면으로 실시한다.

명동성당 관계자는 “오늘 24일 오후 8시, 10시, 12시에 미사가 있는데 출입 인원이 15명으로 제한돼 있다”면서 “시민들의 현장 참석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미사가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신자들은 집에서 인터넷 또는 TV 방송을 통해 미사에 참례할 수 있다.

명동을 찾은 한 시민은 “명동에 온 김에 명동성당까지 들렀다”면서 “코로나19 시대지만 오늘은 특별한 날 아니냐. 2021년 건강을 위해, 나라를 위해 기도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명동성당 구유 앞에서 사진을 찍던 수녀님은 “시민으로서 방역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미사가 평년처럼 진행되지 못해 아쉽지만 건강과 평화를 위한 날인만큼 정부에 협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매섭게 춥진 않지만 사람들의 표정이나 실제 마음까지도 조금은 서늘해 보이는 크리스마스 이브. 상점이나 식당 등 내부에 들어서면 온정 넘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나서야 마음이 안심되는 그런 24일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