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자가검사키트 도입해 방역 수칙 완화"...방역당국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

보건교사들 “실효성 의문...학교방역 틀 붕괴”

2021-04-14     최유진 기자

(내외방송=최유진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자가검사키트를 활용해 다중이용시설의 방역 수칙을 완화하자고 요청하면서 방역당국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12일 노래연습장에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도입하는 시범 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방역당국은 자가검사키트는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이라며, 자가검사키트 활용으로 다중이용시설의 방역조치를 완화하는 건 어렵다는 입장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13일 코로나 중대본 백브리핑에서 “자가검사키트가 허가되지는 않았지만, 허가 이후 약국에서 구매하도록 할 예정”이라며 “집에서 보조적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가검사키트는 10~30분 안에 코로나 확진 여부에 대한 검사를 확인할 수 있지만, 정확도 문제로 아직 국내에는 허가된 자가검사키트는 없다. 또 자가검사키트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3~6시간 걸리는 유전자 증폭 검사(PCR)와 달리 10~30분 안에 확진 여부를 확인할 수 있지만 증폭 과정이 없어 미량의 바이러스는 검출할 수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국내 연구팀의 연구 결과 신속항원검사키트를 통해 음성을 음성으로 확인해 내는 특이도는 100%였지만 확진 환자를 양성으로 찾아낼 수 있는 민감도는 17.5% 수준으로 낮았다. 민감도가 낮으면 실제 감염 환자가 '음성' 판정을 받을 수 있어 전문가들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도 13일 코로나19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정례브리핑을 통해 “자가검사키트는 분명히 편리하지만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판단해야 할 영역”이라고 밝혔다.

이 단장은 “현재 환자발생 상황이 엄중하고 의료인의 헌신과 여러 관계자들의 희생으로 방역이 이뤄지는 아슬아슬한 상황임을 생각하면 자가검사키트 활용을 전제로 유흥업소나 다중이용시설 방역조치를 완화하는 것은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지난 13일 노래방 등 다중이용시설 등에 이어 학교에도 자가검사키트를 도입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해 등교를 정상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오 시장은 “학생들이 지금 요일을 정해 등교하는 등 제한이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학습 활동을 못하고 있다”며 “외국의 경우 학교에서 교사들이 자가진단키트 활용을 극대화하고 있고 학생들도 사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일선 학교의 보건교사들은 학교방역의 틀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차미향 보건교사회장은 “학교에 정확도가 낮은 자가진단키트를 도입하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지고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방역은 연습하면 안 되는 부분”이라고 우려했다.

박주영 보건교사노동조합 위원장도 “의료진이 아닌 일반인의 경우 검체 채취가 제대로 안 돼 정확도가 더 낮을 수 있고, 타인이 검사를 해주더라도 방호복 입은 의료진이 아니라면 전파 위험도 높다”면서 “신뢰할 수 없는 검사임에도 불구하고 방역에 대한 사람들의 경계심이 흐트러지거나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도 1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자칫 본인이 양성인데 음성으로 나왔을 때 전파 위험이 더 커진다”며 “자가검사키트를 보조적으로는 쓸 수 있지만 '음성'이 나왔다고 해서 바로 마스크를 벗고 술 마시거나 대화하다가 전체가 감염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자가검사키트 도입을 여러 차례 주장해온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설령 위양성이 나온다 하더라도 PCR 검사를 추가로 진행하면 된다”며 “진단키트는 미국 FDA(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았으며, 위험하지도 않고 누구나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교육청 측은 “오 시장이 (학교 자가검사키트 도입 시범사업을) 언급하긴 했으나 정부와의 협의 결과에 따라 호흡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서울시는 다음 주부터 자가검사키트 도입에 대한 협의에 들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