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5·18보상금 받아도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 가능"
"국가배상청구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
(내외방송=신새아 기자) 국가로부터 5·18 광주민주화운동 피해 보상금을 받으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한 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27일 헌재는 옛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5·18보상법)'이 법익의 균형성을 위반한다는 내용의 위헌법률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구 5·18보상법은 보상금 지급 결정에 신청인이 동의하면 민사소송법에 따른 재판상 화해가 성립됐다고 본다. 보상금을 받은 뒤에는 국가에 별도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없었다.
앞서 이모씨 등은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심의위원회 결정에 따라 정부로부터 보상금 등을 지급받았다. 이후 지난 2018년 이들은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군 수사관 등의 가혹 행위 등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인해 입은 정신적 손해를 국가가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그러나 구 5·18보상법에 따라 별도의 위자료를 청구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에 이씨 등은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되던 중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고, 헌재는 이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헌재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의 소송물은 일반적으로 적극적·소극적·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청구로 분류된다”면서도 “5·18보상법 조항을 보면 적극적·소극적 손해에 대한 배상은 고려되고 있지만 정신적 손해배상에 상응하는 항목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위 법 조항상 보상금에는 정신적 손해에 관한 배상이 포함되지 않았으며, 보상금 지급 결정에 동의한 것만으로 배상 청구를 금지하는 것은 국가배상청구권을 제한해 헌법에 어긋난다는 취지다.
이어 “보상금을 심의·결정하는 보상심의위원회가 보상금 등 항목을 산정함에 있어 정신적 손해를 고려할 수 있다는 내용도 발견되지 않는다. 보상금 등 지급만으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적절한 배상이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보상금 지급결정에 동의했다는 사정만으로 정신적 손해에 대해서까지 재판상 화해가 성립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은 국가배상청구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지적했다.
헌재는 또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적절한 배상을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박탈되는 것으로서, 그 제한의 정도가 지나치게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