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 "마을의 미래를 위해 결단 필요"...'상생·화합 선언'

원희룡 “해군기지 제주도가 불공정 개입, 무리하게 추진”...마을 주민에 사과

2021-05-31     김경호 기자

(내외방송=김경호 기자) 31일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강정마을회는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 과정에서 14년간 이어진 갈등을 완전히 종식하자는 의미로 '상생·화합 공동선언식'을 가졌다.

특히 이번 공동선언식은 강정마을 주민들의 요청으로 마련되는 자리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강희봉 강정마을회 회장은 “더 없이 평화로웠던 강정마을에 2007년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으로 해군기지 건설이 추진되면서 강정마을 공동체는 분열됐다”며 “삶의 터전을 지키고자 했던 많은 주민들은 범법자가 됐고, 이로 인한 고통은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해군참모총장도 사과하고, 제주도지사와 의장도 사과하는 제스쳐를 취하는데, 마을회에서도 무조건적으로 화합이 꼬이게 만드는 것은 맞지 않다는 입장”이라며 “마을의 미래를 위해서도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강정마을의 생존권을 위해 해군기지 건설 반대투쟁을 했던 아픈 역사를 우리는 기억해야 하고, 다음 세대도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라며 “그러나 뿌리 깊게 내린 갈등과 반목을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없다는 마음으로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의 사과를 받고 용서함으로써 미래로 나아가려 오늘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원희룡 제주지사는 “제주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제주도가 불공정하게 개입했고, 주민 의견 수렴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채 무리하게 추진했다”며 “큰 상처를 입은 강정마을 주민에게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도정의 지난 과오를 이해하고,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자는 용단을 내려준 마을주민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또 “강정마을과 도의회, 제주도정이 함께하는 상생선언은 갈등 해소의 끝이 아니라 완전한 해결을 위한 시작”이라며 강정마을과 상생협약을 맺어 적극적인 지원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은 지난 2009년 제주도의회 본회의에서 ‘날치기’ 처리된 절대보전지역 변경 동의안과 환경영향평가서 협의 내용 동의안에 대해 사과했다. 당시 해군기지 건설 예정부지의 일부인 강정 해안 일대 10만 5295㎡는 매립이나 개발이 금지된 절대보전지역이였다.

좌 의장은 “2009년 12월 도의회 본회의에서 제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 사업 관련 동의안이 처리됐고, 이와 연계된 여러 사안에 대해 도의회는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며 “도의회 의장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하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선언식이 서로의 아픔을 씻고 다시 평화로운 강정 마을로 회복될 수 있는 출발점이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앞서 도와 강정마을회는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 지원 기금 조성안을 담은 ‘강정마을 갈등 치유 및 공동체 회복을 위한 상생협력 체결 동의안’을 마련했다.

2021~2025년 중기지방재정계획에 따라 매년 50억원씩 250억원의 기금을 조성하는 안이다. 2025년 이후에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에 입항하는 크루즈 선박 입항료와 접안료의 일정 금액 등을 기금에 반영하는 방안을 담았다.

한편,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와 강정 평화네트워크는 공동선언식이 열린 서귀포 강정크루즈터미널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해군기지 반대의 최전선에서 싸워왔던 주체들과는 단 한마디의 상의도 없었고, 오히려 배제하면서 화합을 말할 수 있는가”라며 “돈으로 강정마을에 대한 문제를 다 매듭 지으려 하는 것, 돈으로 공동체의 회복을 말하는 것에 분노한다. 지역발전이라는 허울을 내세워 해군기지를 유치케 했던 방식으로는 결코 상생도 화합도 그 무엇도 얻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