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 격려품은 '고래밥'...승선원 "어이없다"

국가의 미흡한 조치로 코로나19 집단감염 발생 미각·후각 감퇴한 승선원에 과자박스 선물

2021-07-23     허수빈 아나운서

(내외방송=허수빈 아나운서) 국방부가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귀국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 장병들에게 격려품으로 과자박스를 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승조원 A씨에 따르면 지난 20일 국방부는 ‘위문품’을 명목으로 장병들에게 박스를 보냈다. 박스 겉면에는 ‘국방부 장관 격려품’이라는 글자와 짧은 응원의 메시지도 적혀 있다.

그러나 정작 상자 안에는 고래밥, 미쯔, 아이비 등 시중에 판매되는 과자가 들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장병들은 "목이 아파서 음식을 삼키는 것도 어려울 정도"라며 "코로나로 미각과 후각이 둔해진 상태에서 이런 것(과자)을 선물 받아 헛웃음만 나왔다"고 심정을 전했다.

이어 "국가를 위해 헌신한 대가가 이거인가 싶었다. 국가는 우리를 버렸고 서러워서 직업군인은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앞서 의학계는 코로나19 증상이 발현된 후 성인 환자의 66%가 후각이나 미각 상실 등의 증상을 겪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보고했다. 이 중 대부분은 회복기간 동안 증상이 완화됐지만 10%는 지속적으로 증상을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코로나가 후각과 미각을 둔화시키고 치료 도중 발열과 통증 등으로 과자와 같은 음식 섭취가 적절하지 않다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국방부가 이러한 증상을 고려하지 않고 과자를 선물로 보낸 사실이 알려지자 비난의 여론은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장병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결과라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 원희룡 제주도시사는 SNS를 통해 "정작 필요한 백신은 공급하지 않아 청해부대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더니, 코로나에 걸려 음식 섭취도 어려운 대원들에게 과자를 선물했다"며 "개선 의지도 없고, 반성도 없는 무책임·무능 정부의 결과"라고 서욱 국방부 장관을 임명한 문재인 정부에 책임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