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애니메이션 거장들과의 만남 '움직임을 만드는 움직임'
20세기, 실루엣 인형과 필름에 직접 대고 그린 그림 등 다양하고 기발한 방법으로 움직임 작품 실현
(내외방송=이지선 기자) 정지된 이미지에서 움직임을 시도한 20세기 초반의 애니메이션 주자들의 작품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고 큰 감동도 느낄 수 있는 '움직임을 만드는 움직임'전이 지난 4월 23일부터 오는 9월 2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최되고 있다.
'내외방송'은 12일 '움직임을 만드는 움직임'이라는 철학적인 제목에 매료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을 찾았다.
움직이는 유성 혹은 무성 작품들의 모태가 되는 작품들이 대거 전시돼 있었고 컬러풀한 작품들은 그 화려함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움직이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작가들이 시도한 기법들은 창조적이지 않을 수 없다. 대단하고 대담한 기법들이다.
처음 발걸음을 떼자 전시돼 있는 로테 라이니거 작가의 작품을 보면 20세기 당시 사람들이 움직이는 영상, 그 무엇을 보고자 얼마나 열망했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종이를 가위로 잘라 실루엣 인형을 만든 뒤 조금씩 움직이면서 촬영한 실루엣 애니메이션(그림자로 만든 애니메이션)의 대가인 그의 작을 영상으로 소개하는 '로테 라이니거의 예술'을 보면 인물이 모두 검은색 실루엣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 시대적 관점으로 돌아가서 움직이는 삶의 한 공간을 몰래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었다. 전시실에는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어 이 역시 눈길을 끈다.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난 노먼 매클래런의 작품 기법도 매우 특이하다. 카메라 없이 필름에 직접 그림을 그리거나 채색하는 방법인데 까맣게 된 필름에 스크래치를 내듯 그림을 그리고 이는 노란색, 초록색 등으로 나타난다.
반대로 전혀 노광되지 않은 필름을 현상해 투명한 필름으로 만든 뒤 그 위에 잉크, 컬러펜 등으로 직접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카렐 제만의 '선사시대 탐험'이 눈길을 끈 이유는 영화 '쥬라기 공원'이 떠올라서다. 쥬라기 공원과 같은 컴퓨터 그래픽 방식의 영화가 나오기 이전인데, 그래서 더욱 충격적이다. 카렐 제만의 기법은 그런 영화들의 모태가 되고 영감을 준 기법임에 틀림없다.
화려함에 시선을 빼앗긴 작품은 오스카 피싱거의 '푸른색의 작곡'이다. 그는 카메라 셔터에 맞춰 절단기의 날을 연동시킨 밀랍절단기계와 같은 도구를 발명하면서 애니메이션 영화를 시도하기도 했고, 멀티플레인 애니메이션, 그림자와 액체, 3D 물체 및 흰 종이 위에 목탄으로 그림을 그린 애니메이션 등을 만들었다.
필름에 사운드트랙을 프린트하는 기술인 유성 영화 기술이 가능해지자 음악과 동기화된 흑백 애니메이션 '연구' 연작을 시작하기도 했다.
렌라이의 '투살라바'는 1930년 만들어진 작품으로 수백 장의 드로잉을 그리고 연결해 제작된 애니메이션이다.
'컬러 박스'는 카메라 없이 필름 위에 직접 그림을 그려 만든 세계 최초의 다이렉트 필름으로 꼽힌다.
'움직임을 만드는 움직임' 관계자는 내외방송과의 만남에서 "이번 전시회는 회화와 조각처럼 '정지된 이미지'로서의 미술의 역사와 구별되는 '움직이는 이미지'에 도전한 20세기 초반 애니메이션에 주목한다"면서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만든 선구적 애니메이터 5인과 작품 제작 과정과 기법을 관련 영상과 사진, 자료로 소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영역에 뛰어들었던 이들의 작품에서 창조의 즐거움과 전율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