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가 '혼술족'·'홈술족' 늘린다
'단주(斷酒)모임' 대부분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운영 중단 경험
(내외방송=김승섭 기자) 직장·일상생활 불가, 필름끊김, 나를 떠나는 주위 사람들, 알코올성 간염, 간경변, 간경화, 섬망으로 인한 뇌손실 등.
지긋지긋한 술에서 벗어나기 위해 알콜릭들은 'AAA(익명의 알코올 중독자 모임)' 등을 찾아 단주하며 술을 끊기 위해 노력하거나 자의 또는 타의로 폐쇄병동(알코올치료센터)에 입원하곤 한다.
그런데 코로나19 위기의 장기화로 인해 모임도 못하고 오히려 혼술족(혼자 술을 마시는 사람)·홈술족(집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이 증가함에 따라 알코올 중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사정임에도 불구하고 알코올 중독의 치료·관리 수준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알코올 중독 추정 환자(이하 알코올 중독자) 중 관련 진료를 받은 비율은 약 4% 수준이고,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이하 중독관리센터) 등에 등록해 관리를 받는 비율은 약 0.6%에 불과했다.
또한 '단주(斷酒)모임' 대부분이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운영을 중단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알코올 중독자 수는 당해연도 주민등록인구수에 알코올 사용장애 1년 유병율인 3.5%(알코올 남용 유병율 2.0% + 알코올 의존증 유병율 1.5%)를 곱한 값으로 추정한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알코올 중독자 수는 2018년 150만 5390명, 2019년 151만 7679명, 2020년 152만 6841명이었다. 2020년을 기준으로 보면 알코올 남용이 87만 2481명, 알코올 의존증이 65만 4360명인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실제 알코올 중독자 중 이로 인한 진료를 받는 환자는 매우 적었다.
오히려 알코올 중독증 진료를 받은 환자수는 2018년 7만 1719명, 2019년 7만 1326명, 2020년 6만 4765명으로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기준 알코올 중독자 대비 알코올 중독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의 비율(이하, 알코올 중독 진료율)은 4.2%에 불과했다.
같은 해 시도별로 알코올 중독 진료율을 살펴보면, 세종(1.7%), 전북(3.0%), 전남(3.4%), 서울(3.8%), 충남(5.4%) 순으로 진료율이 낮았고, 진료율이 높은 시도는 제주(7.0%), 인천(5.9%), 강원(5.5%) 순이었다.
알코올 중독자의 지역사회 등록관리율은 더 심각했다.
지역사회 등록관리율이란 알코올 중독자 대비 지역의 중독관리센터 등에 등록해 알코올 사용장애를 관리받는 사람(이하 등록관리자)의 비율을 의미한다.
등록관리자는 2018년 1만 295명, 2019년 9471명, 2020년 9042명으로 줄었는데, 이에 따라 지역사회 등록관리율도 2018년 0.68, 2019년 0.62, 2020년 0.59로 줄었다. 작년의 경우 알코올 중독자 약 170명 중 1명만 지역사회에서 등록·관리된 셈이다.
이에 대해 인 의원은 지역사회 등록관리율이 낮은 이유는 기본적으로 관련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021년 정신건강사업안내'에 따르면 중독관리센터는 인구 20만 이상 시·군·구에 설치할 수 있는데, 전국 226개 시·군·구 중 인구 20만 이상 지역은 99개에 이르지만 설치된 중독관리센터는 50개소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64%(32개소)는 근무하는 종사자가 5명 이하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단주 운영에도 많은 차질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단주모임이란 알코올 중독자가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등 알코올 중독 치료를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모임을 말한다.
복지부를 통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 이전 단주모임을 운영해왔던 중독관리센터 45개소 중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운영을 중단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곳은 40개소(88.9%)에 달했다.
인 의원은 "지난해 국회는 음주에 대한 관리와 규제를 강화하는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술과 음주에 대한 경각심을 흡연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것이 논의의 시작이었다"며 "하지만 알코올 중독 등 음주로 인한 폐해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 더 많은 알코올 중독자가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와 접근성을 강화하고, 알코올 중독자가 지역사회에서 관리받을 수 있는 인프라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