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에서 사랑을 속삭여주마" 구약으로 만나주시는 신을 '샤갈 특별전'에서 만나다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지난 25일부터 다음해 4월 10일까지 열려

2021-11-28     이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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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방송=이지선 기자) 누구나 들으면 아는 화가인 샤갈. 러시아 태생이지만 프랑스에 정착한 화가로서 피카소, 마티스 등과 함께 20세기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한명으로 사랑받고 있는 예술가다. 샤갈에게 가장 의미 있고 중요한 예술 창조의 원천으로 성서를 꼽는데, 지난 25일부터 다음해 4월 10일까지 '성서'를 주제로 한 샤갈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어 화제다.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마이아트뮤지엄에서 관객들과 소통을 시작했고, 2월 1일 설날 당일만 휴관, 나머지는 월요일, 공휴일에도 정상 개관해 언제든 샤갈의 흥미진진한 예술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내외방송에서는 발 빠르게 지난 26일 마이아트뮤지엄을 찾아 샤갈의 유족이 소장한 작품 등 명작과 아시아 최초로 공개되는 대형 그림 2점 등 총 220여점의 오리지널 작품을 감상하고 묵상해볼 수 있었다. 

이번 전시회는 4가지 섹션으로 꾸며졌다. 성경책 한 권을 그림과 함께 생생하게 접해볼 수 있었던 선물 같은 축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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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섹션인 샤갈의 모티프에서는 파리의 낭만적인 에펠탑, 노트르담 성당, 콩코르드 광장 등을 작품에 담아낸 것을 엿볼 수 있다. 그의 고뇌, 상상력, 자유분방하고 솔직한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두 번째 섹션인 성서의 백다섯 가지 장면에서는 드디어 샤갈의 성서 테마로 들어가 성서적 메시지를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샤갈이 이스라엘을 방문하고 영적인 감화를 받아 예루살렘 등 성지들을 대작으로 남겼다. 

방주를 만들어 인류를 구한 노아,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 믿음의 상속자 이사악을 비롯, 야곱, 이집트 재상이 되기까지의 요셉, 무적의 사나이 삼손, 왕국 시대의 시작을 알린 사무엘, 지혜로운 왕 솔로몬, 환상과 소망의 선지자인 예언자 에제키엘 등의 관련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성서를 한 번 시원하게 훑어준 샤갈의 작품들이 그저 감사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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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자손과 번성을 약속, 선물로 받았던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의 말씀은 누구나 성경을 읽는 사람이라면 마음 속에 기대감과 겸손함으로 품고 있을 주옥같은 말씀들이다. 없는 것 없이 다 가진 요셉은 어릴 때 형제들의 시기 때문에 구덩이에 갇히게 되고 겨우 살아나 이집트의 재상까지 된다. 그의 나이 서른살에 말이다. 나중에 형제들을 용서하고 이집트로 불러들여 형제들 모두를 축복해주고 잘 살게 만들어준 요셉의 마음은 지금까지도 사랑과 용서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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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과 환시를 그림 그려나가듯 생생하게 보고 예언했던 에제키엘 예언자는 시원스럽고 때론 과감하게 두려워 하지 않고 선포하는 하느님의 화끈한 종이었다. 예레미야 예언자는 눈물의 예언자이자 선지자다. 울면서 기도를 많이 했고, 예언자 중에서도 너무 고통이 많았던 사람이었다. 그의 눈물을 닦는 모습을 그린 작품도 기억에 크게 남는다. 

세 번째 섹션에서는 성서적 메시지를 보여줬다. 인간 창조, 아담과 이브의 선악과, 아벨과 카인, 이집트 탈출기의 모세,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지혜의 왕 솔로몬 등 일화를 바탕으로 압축해 석판화, 유화, 큰 태피스트리까지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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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땅도 생물체는 더더욱 찾아볼 수 없었던, 물로 돼 있는 궁창 위를 연기처럼 감돌고 있었던 신이 인간을 창조하기까지 여러 장면들이 머리속을 스쳤다. '신의 노여움을 산 이브', '에덴동산에서 쫒겨나는 아담과 이브' 등을 보면서 성경 안에서도 풋풋하고 스릴 있는 창세기를 마음껏 상상하고 그림을 따라 묵상할 수 있었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과 사라를 보면서 정말 큰 믿음이 있으면,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기적적인 일도 이끌리고 생겨날 수 있다는 믿음의 본보기가 돼줬다는 생각이 든다. '다윗과 밧 세바'라는 큰 태피스트리는 다윗과 그의 아내를 그린 작품이다. 다윗이 다윗의 신복인 군인 아내였던 밧 세바를 짝사랑하다 결국 자신의 아내로 맞아들이기까지 내용을 보면 다윗의 훌륭하고 신에게 사랑받았지만 오점을 남길 수밖에 없었던, 그도 인간이기에 고뇌할 수밖에 없었던 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다윗과 밧 세바 사이에서 솔로몬이 탄생한다. 어쩌면 모든 게 신의 계획이었을런지 모른다. 짜여진 시나리오처럼 말이다. 

네 번째 섹션인 또 다른 빛을 향해는 샤갈이 만들었던 포스터와 말년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끝까지 예술혼을 불태웠던 그의 작품들을 보며 또 어떻게 그 많은 성경의 이야기들을 작품에 척척 담아냈을 지, 성령에 감화돼 자신도 모르게 빠른 속도로 만들어 내려갔던 그 작품들은 그 혼자 만든 작품은 아니리라. 분명 신이 함께 해줘서 가능했고 그의 확신에 찬 마음이 그의 손을 움직여줬을 거란 생각이 든다. 

작품을 보러 온 사람들은 어마무시할 정도로 많은 인파였다.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다니며 직접 도슨트 역할을 했던 한 신부님의 열강도 눈길을 끌었다.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더 오래 서서 작품을 온몸으로 느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 감상에 젖어들었다.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하고 '샤갈 특별전'을 찾아보자. 그곳에 탈출기의 하느님께서 광야에서 사랑을 속삭여주듯 깊은 감화를 받아 또다른 제2의 인생이 시작될지도 모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