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 대사 경로, '수도꼭지'처럼 조절...KAIST, '차세대 대사 조절 밸브 기술' 개발

서로 다른 대사 회로의 세기 조절...대사물질 생산 최적화 대장균에 존재하는 1600여개 '전사종결부위' 대량 해독·발굴 공학적 접근 방식인 '합성생물학' 바탕으로 연구

2022-04-14     정지원 기자
KAIST가

(내외방송=정지원 기자) 미생물의 대사 경로를 수도꼭지처럼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차세대 대사 조절 밸브 기술'이 개발됐다.

14일 KAIST에 따르면, ▲조병관 생명과학과 교수 ▲이승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 ▲조수형 바이오융합연구소 교수 ▲최동희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 생명공학과 박사 ▲버나드 팔슨 교수 국제 공동연구팀이 '대장균'에 존재하는 1600여개의 '전사종결부위'를 대량으로 해독하고 발굴해 고부가가치 바이오화합물 생산을 위한 '미생물 대사 회로 설계'를 가능하게 하는 '합성생물학' 기반 기술을 개발했다.

'전사종결부위'란 DNA가 암호화하는 정보를 RNA로 전사(옮겨짐)할 때, RNA 합성이 종결되도록 조절하는 DNA 서열이다.

또 원하는 유전자만 정확히 전사되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기존에는 전사 종결에 관한 데이터가 적어 구체적인 조절 기작(원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연구팀은 '전사종결부위'가 다양한 세기를 가져 인접한 유전자들의 발편을 정교하게 조절한다는 사실을 발견해 이를 '대사 회로 조절'에 이용했다.

'합성생물학'은 ▲생명현상의 복잡성 ▲다양성 ▲낮은 재현성 ▲예측효율 저하 등 기존 바이오기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명체의 구성요소를 설계하고 제작, 조립하는 '공학적 접근 방식'의 바이오 기술이다.

미생물은 다양하고 유용한 바이오화합물을 생산하는 데 이용된다.

효율적인 바이오화합물 생산을 하기 위해서 '대사 회로 조절'이 필수적이다.

단순히 원하는 물질의 생산을 위한 유전자만 과도하게 발현하면, 미생물 생장에 필요한 양분과 에너지까지 소모해 생산에 실패하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팀은 '전사종결부위'를 통해 서로 다른 대사 회로의 세기를 수도꼭지처럼 조절해 대사물질 생산을 최적화할 수 있는 '대사 밸브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에는 전사가 시작되는 부위인 '프로모터(Promoter)'와 번역이 시작되는 '리보솜 결합 부위'를 통해 유전자 발현을 조절했다.

이 방법은 실험 간 편차가 크고, 고가의 화학물질을 요구하는 등 한계가 많았다.

대사

이번에 연구진이 개발한 대사 밸브는 실험 간 편차를 기존 대비 최대 75% 억제할 수 있고, 유용 대사물질인 비타민 B8의 생산을 최대 11배까지 증가시킬 수 있다.

또 미생물의 생장 조건(영양분과 배양 환경)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아 실험실에서 산업으로 규모를 확장할 때 여러 과정을 최소화할 수 있다.

화합물에 따라 첨가하는 원료와 배양 조건이 변화해도 조절 원리가 유지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이 연구는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전사종결부위'의 특성을 규명하고, 이를 대사 조절에 이용한 획기적인 시도를 통해 '차세대 대사 조절 합성생물학 기반 기술'로 기대되고 있다.

조병관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C1 가스 리파이너리 프로그램 및 한국 바이오 그랜드챌린지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은 조병관 KAIST 교수 연구진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추진하는 KRIBB 연구 혁신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은 이승구 박사, 기초과학 연구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은 조수형 KAIST 교수와 함께 이뤄졌다.

국제적으로는 노보 노르디스크 재단의 연구지원을 받은 버나드 팔슨 교수 연구진과 함께 연구를 수행했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 '핵산 연구(Nucleic Acids Research, 영향력지수 16.971)'에 지난 3월 31 게재됐다.(논문명 : Synthetic 3'-UTR valves for optimal metabolic flux control in Escherichia Col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