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의 그림을 향기와 함께 가득 품고 오다

고흐의 생애별로 섹션을 나눠놓은 이해하기 쉽고 친근한 전시회

2022-06-01     이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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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방송=이지선 기자) 맑은 공기, 예술혼이 불타는 것 같은 파주 헤이리 마을. '빈센트 반 고흐: 향기를 만나다' 전시회가 파주 헤이리 마을 '헤이리스'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달 31일 먼 발걸음을 했다. 먼 발걸음이지만 오히려 맑은 공기와 예술혼이 살아있는 곳에 서있으니 무언가 힘을 충전 받는 것 같은 묘한 기쁨이 느껴지기도 했다. 

전시는 지난달 16일부터 오는 8월 28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회는 입장 시 시향 키트를 받게 된다. 관람 후에는 책갈피로도 사용할 수 있다. 한 가지 특별하게 다가왔던 점은 교육 및 체험을 위해 특수한 방식으로 원작을 재현한 레플리카 전시라는 점이었다. 

고흐의 최초의 위대한 예술 작품으로 여겨지는 작품으로 '감자 먹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고흐의 대표적인 그림들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 느낌이 감도는 작품이다. 고흐의 그림이라고 하면 '쓸쓸하고 외로운'이라는 감정이 개인적으로는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감자 먹는 사람들'에서는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따뜻하고 온정 가득하지는 않았다. 인물들의 감정을 알 수 없는 것이 특징 같았다. 

일본 만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떠오르게 한 '물랭 드 라 갈레트', '테오의 아파트에서 바라본 풍경' 등은 고흐가 파리로 넘어가 그린 그림이다. 

에너지 넘치고 건강한 고흐가 생동감 있게 그렸을 그림들을 보다가 2층으로 올라가면 섹션별로 전시가 펼쳐져 있다. 

'자포니즘' 섹션은 서양에 전파된 일본 미술의 영향과 일본풍을 선호하고 즐긴 현상 속에서 고흐가 남긴 작품이 전시돼 있었다. 고흐의 그림 중에 이런 게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일본 정서에 잘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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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의 침실' 섹션은 늘 그림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그의 평생의 삶과 대조해 볼 수 있었다. 참으로 소박하고 그림 그릴 도구만 있으면 됐을 그의 미니멀한 삶을 탄생시켰을 그의 방을 엿볼 수 있었다. 

2층으로 올라오기 직전 1층에서 고흐의 작품이 그려진 시향키트에 뿌린 향기를 맡아보며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더욱 감동이 극대화되고 시향 키트에 어떤 향기를 썼는지 적혀 있어 그림을 이해하고 상상해볼 수 있는 감정선이 부풀어 오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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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카페테라스' 섹션은 고흐가 좋아했던 밝은 노란색 빛으로 채워진 밤의 카페 테라스를 나타냈다. 그림을 매우 들뜬 상태에서 흥분된, 기쁜 감정으로 그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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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갱을 위해 열성을 갖고 그림을 그렸다는 데서 감동이 느껴졌던 '해바라기' 두 점도 볼 수 있다. 

귀를 자르고 병원에 갔다가 퇴원하고 다시 요양원으로 가서 그린 그림들도 인상적이다. 그는 예술적인 끼가 너무 많아 어디로 튈지 몰랐다는 특징을 갖고 있는 화가다. 정신 요양원에서 그렸다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 반듯하고 대단한 창조와 끼를 발산해냈다. 

'별이 빛나는 밤'은 고흐의 심리 상태를 잘 나타낸 작품이다. 그의 불안함. 한치 앞도 볼 수 없고 마음의 안정은 안 되고 그저 공중에 붕 뜬 기분으로 그린 그림은 아닐까. 허무하기 그지 없는 상태.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풍경화지만 그냥 있는 그대로의 풍경만이 아니라 상상을 더한 풍경화라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그동안 우리가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이라고 알고 있던 작품이 동생 테오 반 고흐의 초상화일 수 있다는 논란이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고흐와 동생 테오가 주고 받은 편지도 만나볼 수 있다. 

전시회장은 깔끔하고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의 생애와 감성 등을 진하게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분위기였다.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고 고흐에 대한 몰랐던 사실 등을 알게 되면서 그의 삶 속에 빠져들기도 한다. 섹션 정리가 고흐의 생애 주기별로 알기 쉽게 전시돼 있어 둘러보기에 편했고, 마치 고흐라는 인물을 옆에서 봐온 듯 실감났다. 

향기와 함께 그림의 감동은 더욱 진하게 전해져오고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처럼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해 볼 수도 있는 향기와 함께 하는 전시회. 발상 자체가 특별했고, 영화 한편을 본 것 같은 이색적인 전시회였다. 

갤러리의 아늑한 풍경은 내 방처럼 편안하게 여겨졌다. 그림에 대한 친근함도 있고, 한 사람의 생애 주기별로 그림을 옮겨놓은 풍경은 어디선가 끓어오르는 안정감과 따스함을 주는 것 같았다. 

파주 헤이리마을은 나름 운치가 있다. 데이트 코스로도 좋고, 가족여행으로도 많이 찾는 곳이다. 시향과 함께 색다른 전시회를 관람하고 그림에 대한 긴 여운을 체험해보고 싶다면, 고흐의 찐팬이 돼보고 싶다면 이번 전시를 강력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