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코뿔소’ 들이닥친 韓 경제

中, 코로나19 봉쇄조치 확산…실업율 증가·기업 심리 위축 美, 2023년 6월까지 기준 금리 최대 3.5% 도달할 듯 러, 우크라이나 침공…유가 인상·물가 상승 ‘고공행진’ 韓, 금리 인상으로 인한 가계부채 ‘뇌관’ 터지나

2022-06-04     권희진 기자
봉쇄된

(내외방송=권희진 기자) 회색코뿔소’는 지속적인 경고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긴 위험 요인을 뜻하는 말이다. 최근 한국 경제 전망에 ‘회색코뿔소’를 비유하는 시선이 늘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 기조에 따른 가계부채 문제와 중국 경제 불황의 여파 등 대내·외 악재가 동시에 터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고용시장 부진 및 코로나 봉쇄조치로 경기 침체

중국의 4월 실업률은 2년 이래 최고치인 6.1%를 기록하면서 고용 불안의 우려는 최고조에 달했다. 중국은 실업이 가파르게 상승한 데다, 기업들이 공동 부유 규제 여파 등으로 채용에 소극적인 가운데, 코로나 봉쇄 충격까지 겹치면서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취업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지난 5월 20일 국제금융센터 김기봉 책임연구원은 “중국의 실업률이 6개월 연속 상승한 가운데, 특히 가용인력 감소로 인해 인력 공급이 부족한 젊은 층의 실업률이 전체의 3배에 육박한다”며 “4월 전체 신규 취업자도 수도 코로나19 이전 대비 10% 감소했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정부 규제가 서비스업에 집중되면서 부동산·IT·교육 등이 타격을 받았다”며 “특히 교육이 경우 영리 추구가 금지되면서 고용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구인 배율이 전년 대비 10% 수준으로 급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가 경제 중심지인 상하이와 베이징 등으로 확산되면서 기업 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태에서 봉쇄 조치로 근로자의 도시 간 이동 취업도 크게 제약됐다”고 부연했다.

특히 코로나19 봉쇄 여파가 서비스업뿐만 아니라 제조업으로 전이되면서 고용지표의 추가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비정규직 등 취약 계층의 고용 불안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이러한 고용 불안은 소비 위측 등 중국의 경기 하방 압력을 가중시키고, 성장동력을 약화시키는 등 사회 불안을 자극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또한, 경제 구조개혁의 핵심인 국유기업 구조조정까지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까지 언급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김 연구원은 “중국의 가계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악화된 고용으로 인해 경기 부진이 심화될 뿐만 아니라, 핵심정책 목표인 소비 및 서비스업으로의 성장방식 전환을 크게 제약할 가능성이 크다”며 “실질 실업률이 과소집계됐을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일부 노동자들일 하루 10시간 이상 노동에 시달리는 등 그동안 누적된 사회 불평등 관련불만이 배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중기적으로는 중국 당국이 고용 부진을 우려, 생산성이 민간 대비 80%에 불과한 국유기업 개혁을 늦추면서 경제시스템 개선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봉쇄도시

美, 저금리 시대 종말…‘빅스텝’ 성큼

금리 인상의 진앙지인 미국은 오는 2023년 6월까지 3.25~3.5%의 최종 정책금리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연방준비제도(Fed·연준) 파월 의장은 지난달 17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주최한 ‘퓨처 오브 에브리싱’ 행사에서 “주식시장에 변동성이 있더라도 시장이 연준의 향후 금리 인상을 미리 반영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금리 인상 기조를 분명히 했다.

이후 19일 CNBC에 따르면 연준 내 대표적인 매파(통화긴축 선호인사)로 꼽히는 에스터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증시가 힘든 한 주를 보내고 있지만, 연준의 긴축 움직임을 고려할 때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당장은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기 때문에 이를 끌어내리기 위해 금리를 조정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김윤경 국제금융센터 자본시장부장 “올해 2.75%, 내년 중반 3.35%로, 연초 대비 전망치가 2% 상향조정됐다. 향후 6월과 7월, 각각 0.5%씩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투자은행(IB)들은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 인상)도 배제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일부 투자은행은 미국의 기준 금리를 최대 4%로 전망했다. 노무라증권은 “연준이 6. 7월에 0.75%씩, 9, 11, 12월 0.25%씩 인상해 올해 총 3%가 되고, 내년 2, 3, 5월에 0.25%씩 인상해 총 3.75%~4%가 될 것”이라며 “오는 2023년 중 미국의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 후퇴로 긴축 사이클이 마무리되고 오는 2024년에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제홈

여기에 최근 주요국들이 빅스텝 정책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향후에도 가파른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지난 5월 20일 국제금융센터 ‘주요국의 최종 정책금리 전망 및 시사점’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영국 등 주요국의 현재 정책금리에서 최종 정책금리까지 남아 있는 인상폭은 1.25~2.5%다,

김 부장은 “미국, 캐나다, 유로존,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주요국들은 인플레이션 기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가능한 빠르게 정책 금리를 인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며 “특히 연말까지 높은 인플레이션이 예상되고, 몇몇 국가들은 올해 빅스텝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금리 인상 기조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냐는 것이다.

김 부장은 “최종적인 기준 금리 도달 시기는 대체로 내년 중반 정도로 예상되고 있으나, 인플레이션 요인, 경제성장 전망 등에 따라 국가별로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향후 단기 국채금리는 정책금리 인상과 더불어 추가 상승하고, 장리 금리는 인플레이션 전망에 따라 높은 변동성을 보이다가 오는 2023년 이후 하락,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같이 대외 여건이 악화되면서 투자와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는 등 경기 하방 위험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제 ‘회색 코뿔소’의 현실이 코앞까지 닥쳤다는 의미다. 대중국 수출 증가세는 둔화되고, 자동차 등 일부 산업의 생산 차질이 지속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나고 있으며, 제조업 심리지수가 전월에 이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기름값이

지난 5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간한 경제동향 보고서에서에 따르면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지속되고, 주요국의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도 확대되면서, 원자재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올해 들어 국제 유가는 세계 경기 개선에 따르는 수요 확대 속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산유국 공급 확대 제한 등으로 급등하고 있다”며 “향후 전쟁 장기화 가능성 미국과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산유국간 갈등 지속, 생산설비 투자 부진 등으로 공급량 확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특히 국제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리나라 경제 전망을 더욱 암울하게 하고 있다. 국제 유가는 배럴당 평균 100달러 선를 상회할 가능성도 언급되는 상황이다. 유가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 물가는 높은 상승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부형 이사는 “국내 경기 회복세 지속이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원유 및 주요 원자재 가격의 높은 상승세 지속과 그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이 공급측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와 서방국의 대러시아 제재 확대,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 정책 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악화 가능성 또한 물가상승 압력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5개월째

우리나라의 채권·주식·부동산 등 자산시장도 요동칠 전망이다. 코로나19 이후 부동산 가격이 높은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이로 인한 가계부채 문제는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과도한 가계 부채가 우리 금융·경제 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변동금리대출 비중이 높아진 가운데, 향후 부동산경기의 조정 가능성과 더불어 관련 대출의 부실화 가능성을 경계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예금은행 가계대출의 고정금리 비중은 신규취급액 기준 지난 2019년 말 48.4%에서 2020년 말 31.9%, 2021년 10월 20.7%로 축소됐다. 고정금리가 준 만큼 변동금리가 증가한 셈이다.

지난 2021년 12월 발간된 한국은행 ‘금융안전보고서’에 따르면 주택매매가격의 경우 대출규제 강화,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최근 들어 상승률이 다소 감소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 측은 “4월 중 가계대출은 기타대출 감소폭 축소에 따라 1조 3000억원 증가했다”며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전세 및 집단대출 관련자금 수요가 지속되며 전월 대비 소폭 증가했다”고 밝혔다.

주택담보대출은 지난 4월 2조 8000억원이 증가했다. 이 중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1조 2000억원.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은 1000억원이 각각 상승했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전보고서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약한 규제가 적용되고 있어 풍선효과 등의 발생 우려가 있는 비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 비은행대출 등에 대해서도 꾸준한 모니터링과 규제 방향을 조정해야 한다. 여기에 자산시장의 자금 쏠림으로 금융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가계부채의 자산시장으로의 유 입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결국 정부와 금융 당국은 중국 경제의 하방압력, 미국의 금리 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유가 상승 등의 대외 정책이 터지고 나서야 가계부채 문제에 진화에 나섰지만, 적체된 문제가 일소될 때까지 우리 경제가 감내해야 하는 진통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