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면역과 적응면역 특성 모두 가져...KAIST, 'NK 유사 T 세포' 발견
선천면역과 적응면역 경계에서 작동하는 새로운 면역세포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 통해 'NK 유사 T세포' 발견 연구팀 "인체의 면역 반응,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어"
(내외방송=정지원 기자) 면역학의 영역에서 둘로 나눠져있던 선천면역과 적응면역을 아울러 작동하는 새로운 면역세포가 발견돼 앞으로 인체 면역 반응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KAIST는 8일 "신의철 의과학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박수형 의과학대학원 교수와 주동진, 박준용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선천면역과 적응면역의 특성을 모두 지니는 새로운 유형의 'NK 유사 T 세포'를 간에서 발견하고 그 특성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인체에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병원성 미생물이 침입하면 가장 먼저 선천면역이 작동한다.
선천면역은 신속하게 작동하지만, 병원성 미생물의 종류를 구분하지 못하고 기억면역을 형성하지 못한다.
적응면역은 감염 후 4~5일이 지나 서서히 작동한다.
느리게 활성화되는 대신에 각각의 병원성 미생물을 구분하고, 회복 후에는 기억면역세포를 만들어 같은 미생물이 재침입했을 때 재빠르게 반응할 수 있다.
특히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감염된 세포를 제거하는 면역세포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 중 NK세포(자연살해 세포)는 선천면역, T세포는 적응면역 특성을 띠는 대표적인 면역세포다.
이 면역세포들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인식하는 방식이 다르다.
NK세포는 스트레스 분자 발현이 증가한 것을 통해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감지하고, T세포는 바이러스 단백질 조각을 항원(면역반응 유도)으로 감지한다.
지금까지 면역학계에서는 이렇게 두 세포를 명확히 구분해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NK세포와 T세포의 특성을 모두 지니는 'NK 유사 T세포'를 새롭게 발견했다.
이 세포는 T세포 수용체(세포 내 존재해 세포 기능에 변화를 일으킴)를 통해 바이러스 단백질 항원을 인식하는 대신 NK세포 수용체인 'NKG2C'를 통해 비정상적인 세포를 감지하고 제거할 수 있다.
특히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간에 존재하는 면역세포를 주로 분석했다.
간은 면역학적 1차 관문 역할을 하는 특이한 장기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소장이나 대장으로부터 들어오는 혈액은 전신 순환계에 합류하기 전에 간을 먼저 지나는데, 이 과정에서 장으로부터 들어온 많은 외부물질이나 병원성 미생물들이 간에서 걸러진다.
또, 간은 병원성 미생물에 대한 과독한 면역반응을 조절해 면역학적 관용을 나타내는 장기로도 알려져있다.
연구팀은 이처럼 복잡하고 정교하게 조절되는 간의 면역학적 특성을 상세히 분석하기 위해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이라는 최신 연구기법을 적용해 분석했다.
이 기법은 세포 집단으로부터 세포들을 하나하나 분리해 아주 적은 양의 RNA 유전자를 증폭하고, 차세대염기서열 분석법(한 번의 실험으로 수백만 개 이상의 DNA 염기서열을 분석)으로 배열해 해당 세포의 유전자 발현량을 분석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통해 NK 유사 T세포가 발견됐고, B형 간염 바이러스로 만성 간 질환을 앓는 환자의 간에서 이 세포 수가 증가한다는 것도 알아냈다.
아직까지 NK 유사 T세포가 바이러스 감염 등 각종 질환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연구팀은 현재 이 세포가 체내에서 감염뿐만 아니라 각종 원인을 통해 비정상적으로 변산 세포들을 선택적으로 제거해 체내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가설을 세우고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신의철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최신 연구 방법인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 기술을 이용해 복잡한 간장 내 면역세포들을 상세히 분석할 수 있었다"며 "이를 통해 새로운 유형의 면역세포인 NK 유사 T세포를 발견한 중요한 연구"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NK 유사 T세포의 생리 및 병리적 기능을 밝히는 연구를 지속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는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외과 및 내과 연구팀과 KAIST 의과학대학원이 간의 면역학적 특성을 규명하기 위해 수행한 협동 연구 성과다.
이 성과는 중개 연구(translational research)를 통해 인간 면역학을 새롭게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준영, 나민석, 최승진 KAIST 의과학대학원 박사가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간장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 '간장학 저널(Journal of Hepatology)'에 5월 26일 온라인 게재됐다(논문명: Identification of a distinct NK-like hepatic T-Cell population activated by NKG2C in a TCR-independent man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