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테리아 잘 조절하면 '산업계 효자' 될 것

미생물 데이터베이스 이용해 효과적인 유전자 억제 박테리아 선정 항생제 내성 물질 73% 억제

2023-05-14     정지원 기자
사진은

(서울=내외방송) 박테리아는 우리에게 두 얼굴을 보여준다.

김치나 된장, 술을 담글 때 발효를 도울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이나 의약품 등을 만들 때 활용된다.

유익한 박테리아가 있는 반면, 우리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성 박테리아도 있다.

이렇듯 박테리아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고부가가치 물질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상엽 KAIST(한국과학기술원)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 연구팀이 다양한 박테리아에서 표적 유전자(이상세포의 특정 부분을 표적으로 인식해 세포 증식 억제)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신규 sRNA(RNA가 아미노산과 결합해 리보솜으로 운반하는 전달RNA) 도구를 최근 개발했다.

이 도구는 앞으로 합성생물학이나 대사공학, 병원균 대응연구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상엽

연구팀은 먼저 미생물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수천 종의 미생물 유래 sRNA 시스템을 검토했다.

이중 가장 높은 유전자 억제 기능을 보인 '고초균(자연계에 널리 분포하는 비병원성 균)' 박테리아 sRNA 시스템을 최종 선정해 '광범위 미생물 적용 sRNA(이하 BHR-sRNA)'라고 이름 붙였다.

BHR-sRNA는 박테리아 성장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박테리아에서 효과적으로 유전자 발현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

특히,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 항생제 내성 병원균이 생산하는 독성인자를 억제할 수 있었다.

병원균 중 하나인 표피포도상 구균(주로 피부에서 발견되며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에게 위험성이 증가함)의 항생제 내성 원인으로 꼽히는 바이오필름(생물막, 세포 밖으로 물질이 분비돼 형성되는 얇은 막) 형성을 73% 억제했다.

또, 폐렴을 일으키는 페렴막대균에서 항생제 내성을 58% 약화시켰다.

BHR-sRNA는 산업에서도 제 기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폴리아마이드 고분자(강력한 보습과 면역 강화 능력이 있음)의 원재료인 발레로락탐 ▲포도향 첨가제인 메틸안트라닐산 ▲청색 천연염료인 인디고이딘을 최고 농도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엽

이 교수는 "기존에는 각 박테리아마다 유전자 억제 도구를 새로 개발해야 했는데, 이번 연구는 다양한 박테리아에서 작동하는 도구"라고 말했다.

조재성 박사후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한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최근 온라인 게재됐다(논문명: Targeted and high-throughput gene knockdown in diverse bacteria using synthetic sRN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