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빛으로 써내려간 불교 경전, '묘법연화경'이 돌아오다

14세기 제작 추정, 문화재청 "올 3월 일본에서 국내로 들여오는 데 성공"

2023-06-15     임동현 기자
묘법연화경

(서울=내외방송) 고려시대 불교의 경전을 옮겨 적은 사경(寫經)인 <묘법연화경 권제6>이 일본에서 돌아왔다.

15일 문화재청은 "올 3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하 재단)을 통해 <묘법연화경 권제6>을 국내로 들여오는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묘법연화경 권제6>은 감색 종이에 금·은니(금 또는 은가루를 아교풀에 개어 만든 안료)로 경전을 필사해 절첩본(병풍처럼 접는 식으로 만들어진 책의 형태)으로 만든 고려 사경으로 14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6월 소장자가 재단에 매도 의사를 밝히면서 처음 존재가 확인됐고, 이후 문화재청의 행정지원과 수차례에 걸친 재단의 면밀한 조사와 협상을 거쳐 올 3월 국내로 들여왔다"고 밝혔다.

<묘법연화경>은 '누구에게나 부처가 되는 길이 열려있다'를 기본 사상으로 한 경전이며, 총 7권 중 제6권에 해당하는 <묘법연화경 권제6>은 묘법연화경 전파의 중요성과 공양 실천에 대한 강조를 주내용으로 하고 있다.

특히 내용 중 23품에 해당하는 '약왕보살본사품'에는 묘법연화경을 '여러 경전 중 제일'로 표현하면서 '이 경전을 듣고 스스로 쓰거나 다른 사람을 시켜 쓰면, 그 얻는 공덕은 부처님의 지혜로 그 많고 적음을 헤아려도 그 끝을 알 수 없다'고 적혀 있다. 여기에는 자신의 몸을 태워 공양을 했다는 '약왕보살'의 전생을 설법하며 수행자들의 정진을 권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불교 경전을 옮겨 적은 '사경'은 본래 불교 교리를 전파하기 위해 제작됐지만, 점차 공덕을 쌓는 방편으로 알려지면서 널리 제작됐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에 사경 제작이 성행했고, 국가의 안녕을 빌거나 돌아가신 부모의 극락왕생을 바라는 목적으로 제작됐으며, 이를 바탕으로 '사경원'이라는 국가기관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와 함께 4개의 화면으로 경전의 내용을 압축 묘사한 변상도(變相圖)가 있다. 화면 우측에는 묘법연화경을 설법하는 석가모니불과 그 권속이 그려져 있으며, 좌측에는 사람들이 성내며 돌을 던져도 ‘그대들은 모두 성불하리라’고 말하는 상불경보살품(제20품)의 장면, 타오르는 화염 속에 자신의 몸을 바쳐 공양하는 약왕보살본사품(제23품)의 장면 등 <묘법연화경 권제6>의 내용 가운데 가장 극적인 장면들이 담겨있다. 

특히 화면 우측의 설법 장면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화면을 선으로 빼곡하게 채운 점 등에서 14세기 후반 고려 사경의 특징이 드러난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공개하는 <묘법연화경 권제6>은 불교문화유산으로서의 종교적 가치와 뛰어난 미적 가치를 함께 자랑하며, 70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보존 상태가 양호해 향후 다양한 연구와 전시 등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문화유산 환수는 복권기금으로 추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