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는 시간, 매초매분...'타임 투 스노우(Time to Snow)'

공기 흐름으로 스티로폼 알갱이 제어해 그래픽 이미지 표시 스티로폼 알갱이 날려 눈보라 만들고, 흡착해 시간 표시 9월 말, 대전 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서 대형 스크린 전시

2023-09-14     정지원 기자
KAIST

(서울=내외방송)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드는 요즘 문득 겨울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1년 중 3개월 남짓한 겨울을 매시간 느낄 수 있는 예술·과학 작품이 탄생했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는 "이우훈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연구팀이 공기의 흐름을 제어해 스티로폼 알갱이의 흩어짐과 모임(집산)을 통해 그래픽 이미지를 표시하는 신개념 기계식 디스플레이 '스노우 디스플레이'를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겨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하얀 눈이다. 바람과 함께 흩날리는 함박눈은 마치 눈보라 같지 않은가.

연구팀은 이 장면을 미디어아트 작품에 녹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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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디스플레이 시스템은 전자 시계처럼 생긴 검은 박스(챔버) 안에 스티로폼 알갱이가 담겼다. 챔버 안에 스티로폼 알갱이들을 날려 흩트리는 부양 팬과 알갱이들을 흡착해 거르는 검은색 매쉬 패브릭 스크린, 공기 통로 개폐장치, 배기 팬이 장착됐다. 부양 팬이 작동되면 스티로폼 알갱이들이 집산을 반복하면서 원하는 그래픽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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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스노우 디스플레이 주변에 아무도 없으면 누군가 올 때까지 눈보라를 일으키도록 설계했다. 누군가 눈보라 앞으로 점점 다가가면 뿌옇던 디스플레이는 환하게 개며 현재 시간이 표시된다. 손짓을 통해 눈보라를 만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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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바뀔 경우 잠깐 눈보라가 일고, 다시 새로운 숫자가 나타난다. 누군가 제 갈 길을 떠난다면 그 순간 숫자는 후드득 떨어지고, 다시 함박눈이 내린다. 타임 투 스노우(Time to Snow).

이 교수는 "우수한 성능의 LCD나 LED 기반 디스플레이가 있음에도 미디어 아티스트나 디자이너들은 나무나 종이, 플라스틱과 솜털 등 손에 잡히는 물리적 픽셀(화면 구성 최소 단위)을 이용한 기계식 대안 디스플레이를 꾸준히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물리적 픽셀이 표현하는 그래픽 이미지가 일상에서 경험하기 불가능한 심미적 감동을 제공하기 때문에 스노우 디스플레이도 향후 다양한 시각 콘텐츠를 전달하는 아날로그 감성의 대안 표시장치로 널리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이우훈

김명성 석사와 백선우 석사과정이 함께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대회인 'ACM SIGGRAPH(시그래프)' 아트갤러리에 최근 전시됐으며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디자인 콘셉트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한편, 연구팀은 이 기술을 바탕으로 가로 2m, 세로 1m 크기의 대형 사이니지(공공장소에 설치되는 디스플레이)를 제작하고 있으며 이달 말 대전 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에 설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