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진의 공상일기] 어버이날 : 엄마, 아빠 미안해
2024-05-18 전수진
어버이날인데 잊어버렸다. 매스컴도 아무 날도 아닌 것처럼 지나갔다. 나와 똑같은, 응석받이 엄마에게 연락이 왔다.
"동생은 선물 보냈는데 넌? 꽃 하나도 없어?" 나는 효녀가 아니다. "알았어, 보낼께"하고 보낸 것은 진짜 카네이션.
실은, 우리 엄마는 이제 카네이션은 안 받으신다. 먹을 것이랑 입을 걸로 드려야 하는데... 그래도 혹시나 하고 보내봤다. 기분이란 게 있으니까. 조금 무뚝뚝한 성격의 우리 엄마는 "알겠다" 하면서 받으셨다. 부모님을 챙기기가 점점 어렵다.
창문을 여니 날씨가 오롯하니 따뜻해졌다. 이 나이에 슬슬 자취하고 살라는 무언의 압박이 문자 너머로 느껴진다. 근데 희한하게도 부모님한테 더 안겨있고 싶다. '나의 길을 향해 항해를 해야지' 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사랑하는 부모님인 것만 같아서. 계속 애기처럼 같이 있고 싶다.
어렸을 때 썼던 '엄마, 아빠 사랑해요' 카드. 고사리 손으로 그린 조막만한 카네이션. 그것에도 마냥 기뻐하시던 부모님. 하루하루 후회하지 말자.
무슨 반성문같다. 어쨌든 고마운 어버이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