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유네스코 미래유산 등재 노력과 문화유산의 '디지털 활용' 노력
'유네스코 세계유산과 글로컬콘텐츠' 국제컨퍼런스 지면중계 ④
(내외방송=임동현 기자) 지난 16일 국립안동대학교 국제교류관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과 글로컬콘텐츠'를 대주제로 한 국제컨퍼런스가 열렸다. 인문콘텐츠학회(회장 김상헌)와 (사)한국전자출판학회(회장 이건웅)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국제컨퍼런스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중심으로 지역별 문화콘텐츠 발굴과 활용 사례를 공유하고 발전 방향을 함께 모색하는 자리였다. 특히 이번 컨퍼런스는 '국제 섹션'을 통해 해외 각국의 사례를 공유하고 이를 함께 논의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내외방송은 다양한 문화콘텐츠 개발 연구와 방안이 나왔던 이번 국제컨퍼런스의 주요 내용을 '특별기획'을 통해 연재한다. 이 기획은 다양한, 그리고 새로운 문화콘텐츠 발굴에 필요한 힌트를 이번 연재를 통해 얻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만들었다.
한국 산림녹화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의 의의와 과제 (유영초, (사)산림문화콘텐츠연구소)
현재 한국의 산림녹화기록물은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과정을 진행 중에 있으며 오는 2025년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의 최종 심사를 통해 등재 여부가 결정된다. 이 산림녹화기록물들은 한국의 황폐화된 국토를 성공적으로 녹화한 세계적인 사례의 기록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고 판단되며 특히 개발도상국의 산림 복구 모델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하지만 세계적인 산림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지닌, 산림녹화기록물에 대한 연구는 전무하다시피하다. 산림녹화에 관한 학술도서는 불과 몇 권뿐이며 관련 논문 역시 십수 편에 불과하다. 특히 산림녹화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으로서 어떤 가치와 의미를 지니는 지에 대해서는 단 한 편의 논문도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의 산림녹화는 세계적인 성공사례로 알려져 있다. 거의 100년 이상 국토가 황폐화되었던 상황에서 산림녹화를 성공적으로 이루어낸 한국의 사례는 최근의 사막화, 기후 위기 등에서 매우 중요한 역사적 중요성을 갖는다. 세계적으로 휴양림을 국가적 사업으로 관리 운영하고 산림치유시설을 국립으로 운영하는 나라는 찾아보기 어려우며 숲해설가. 산림치유지도사 등을 국가전문자격으로 관리 운영되고 있는 나라는 찾기 힘들다. 이와 같은 정황만으로도 산림녹화기록물은 한국사회에서의 중요한 사회적, 정신적 가치물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산림녹화는 개발도상국 중 유일하게 조림에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고, 원조를 받았던 국가가 지금은 그 산림녹화 모범 사례를 인류의 산림녹화 표본으로 제공하고 있다. 즉 산림 복구가 필요한 다른 개발도상국에 적용할 수 있는 모범 사례로서 기후 변화, 사막화 방지 등 국제 이슈에 본보기가 될 것이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다면 기록유산의 디지털화를 통해 온라인 교육 플랫폼에서 활용 가능한 교육 자료를 만들고, 가상현실(VR) 또는 증강 현실(AR) 기술을 활용한 몰입형 교육 콘텐츠 개발이 가능해진다. 특히 외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산림녹화 경험을 공유하는 콘텐츠를 개발해 국제적인 상호문화 교육 협력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고, 기록유산을 활용한 전시, 공연 등 문화 프로그램을 개발해 관광 자원화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이 콘텐츠가 국제적으로 주목받으면, 한국의 산림녹화 경험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아질 수 있는 선순환구조를 갖게 될 것이다.
공간적 실천과 문화장소의 가능성을 향하여 : 덴마크 워크뮤지엄과 우먼뮤지엄의 사례를 중심으로 (이수진, 경성대학교)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는 노동자의 박물관이 있고 덴마크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인 항구도시 오르후스에는 여성박물관이 있다. 우먼뮤지엄과 워크뮤지엄은 특정한 대상이나 주체를 설정하고 찬양하거나 대상화하지 않는다. 대상이나 주체와 관람자를 가로막는 유리벽은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사물을 대상화하거나 인물을 영웅화시켜 다루지 않는다. 입구도 웅장하지 않고 일상의 공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뮤지엄들은 주체들이 공동체를 생산하는데 적극적으로 개입하도록 하는 장소다. 우먼뮤지엄은 여성과 남성이 덴마크공동체에 적극 개입할 수 있는 조건을 생산한다. 주체의 욕망이나 발언이 민주적으로 조절하는 방식으로 그리고 분기적 주체의 생산하는 문화장소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그 조건을 생산한다. 과거의 여성과 현재의 여성, 미래의 여성을 연결하고 여성과 관련된 다른 이들을 연결한다.
노동자도 마찬가지다. 부정적인 모습이든 긍정적인 모습이든 그러한 연결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덴마크 여성과 노동자 주체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를 찾아낸다. 또한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종합하는 협의체는 문화장소로서 살아있는 뮤지엄을 구축하고 타인들과 연결된 주체들의 공간을 마련한다.
문화장소에서의 공간적 실천으로 관람자는 새로운 세상은 언제나 가능할 수 있다는 상상력의 힘을 믿게 된다. 뮤지엄이라는 문화장소는 분기적 주체를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그 분기적 주체들은 서로 연결되어 다양한 차이들을 조절하는 공동체의 씨앗을 심고 있다.
디지털헤리티지 기반 불교 폐사지 활용전략 연구 : 스토리텔링형 테마아카이브 유형 분류를 중심으로 (유동환, 건국대학교)
국가유산청은 2010년 이후 폐사지에 대한 전국적인 학술조사를 실시했고, 2020년 1차 완료 후 전체 현황을 발표했다. 그리고 2021년 이후 대상지를 선별해 2차 발굴조사와 이산문화재조사 외에 '사지 종합 아카이브'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폐사지의 유산 소재 특성을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폐사지는 대부분의 유산을 소실하였지만 그 정보는 기록유산이나 지명(유래)에서 장소성을 확인할 수 있다. 둘째, 폐사지는 지상의 유적이나 유물은 사라졌지만 지하의 매장문화재를 갖고 있는 매장유적지다. 셋째, 폐사지 지상의 유물은 도난과 이동 등 다양한 이유로 흩어진 이산문화재이다. 넷째, 사찰 기능이 정지되어 폐사지가 되는 사건(전쟁, 탄압, 화재 등)의 다양성과 특수성이 있다. 다섯째, 폐사지를 무대로 펼쳐진 불교 무형유산 정보의 종합 보고이다.
폐사지는 얼핏 사찰의 기능이 정지된 죽은 공간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절터'는 처음 건립될 때부터 사라질 때까지 승려로부터 신자에 이르기까지 사부대중이 찬란한 불교문화를 향유했던 삶의 무대였다. 이 무대는 매력적인 인물과 그 인물이 온몸으로 겪어낸 사건을 품고 있는 보물창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파편화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데에서 멈춘다면 문화유산 가치사슬은 정보 보존에만 그치게 된다. 폐사지 테마의 디지털화-아카이빙-시각화-콘텐츠화(산업화)하는 전체 가치사술이 선순환을 하려면 스토리 요소를 구조화하고 스토리텔링 원리를 적용해서 시스템을 구축하고 서비스 관리를 해야한다. 그래야 일반 관람객은 폐사지를 직관적이고 입체적으로 실감할 수 있고, 창작자들은 폐사지에 담겨진 창작이야기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태권도, 평화의 여정 그리고 유네스코 남북공동 등재와 미래유산 (김갑수(aSSIST), 황종환(전주대학교), Lewis Sanko(삼육대학교))
남북한이 공동으로 태권도를 유네스코 무형문화재로 등록하려는 근본적인 이유와 근거는 태권도를 통해 공통분모를 발견하여 이를 통해 최소한의 대화의 통로를 만들어 남과 북의 대화를 통한 지구천 전체와 소통하는 긴 호흡의 문화 공동체를 구성하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이를 볼 때 남북공동 등재는 정치적인 갈등을 넘어 사회문화적 접근이나 한반도 평화와 화해라는 미래공동문화 구축 효과라는 점에서 절실하고 실효적인 방식이라 판단된다.
태권도는 한민족 유전자를 통해 면면히 흘러 전수된 특별한 몸동작을 기반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대한민국의 건국과 발맞추어 재탄생한 우리 민족의 고유한 몸운동이다. 태권도는 우리의 고유한 문화유산으로 끝없이 진화하고 변모하고 있으며 앞으로 지구촌의 평화를 이어주는 공동의 스포츠로 발전해야한다.
전통무예가 스포츠화되면서 겪고 있는 전통의 상실과 전통을 고집하면서 대중의 인기로부터 멀어져 전통마저 유지하지 못하고 서서히 사라져가는 갈림길에서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다. 유네스코 등재라는 단순화된 논리로 대대로 이어오는 전통적인 몸움직임의 다양성을 잃어버리고 획일화되어 몸움직임이라는 자연적인 생태계가 무너지는 것도 주의깊게 들여다보아야할 부분이다.
'장소'로서 메타버스 공간과 디지털문화유산 경험의 미래 (장진희, 고려대학교)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와 함께, 문화유산 분야에서도 메타버스의 활용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점차 커지고 있다. 메타버스 공간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문화유산 경험의 방식과 접근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메타버스를 단순한 감각적 경험을 제공하는 일시적 공간이 아닌, 의미와 기억이 형성되는 '장소'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메타버스 공간이 장소성을 획득하기 위한 조건은 첫째, 물리적 세계에서 경험하는 공간 인지의 구조와 유사한 감각적 피드백과 상호작용을 제공해야 한다. 둘째, 사용자들 간의 사회적 상호작용이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사용자가 경험한 사건과 기억이 축적되고, 시간적 연속성을 가지는 구조를 형성해야한다. 이를 위해 메타버스는 사용자들이 특정한 공간을 다시 방문할 때 이전 경험을 떠올릴 수 있는 시각적, 공간적 단서들과 스토리텔링을 제공해야 한다.
디지털문화유산은 단순 정보 제공이나 흥미 위주의 접근을 넘어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확장되는 살아있는 유산으로 기능해야한다. 사용자는 단순 관람자가 아닌 유산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참여자의 역할을 할 수 있고 메타버스가 사용자들간 연결과 대화를 촉진해 새로운 해석과 의미 형성을 가능하게 하고, 전 세계 사용자들이 유산을 경험하고 논의할 수 있는 사회적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