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지역을 알리고 문화를 알리는 '글로컬콘텐츠' 전략들
'유네스코 세계유산과 글로컬콘텐츠' 국제컨퍼런스 지면중계 ⑤
(내외방송=임동현 기자) 지난 16일 국립안동대학교 국제교류관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과 글로컬콘텐츠'를 대주제로 한 국제컨퍼런스가 열렸다. 인문콘텐츠학회(회장 김상헌)와 (사)한국전자출판학회(회장 이건웅)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국제컨퍼런스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중심으로 지역별 문화콘텐츠 발굴과 활용 사례를 공유하고 발전 방향을 함께 모색하는 자리였다. 특히 이번 컨퍼런스는 '국제 섹션'을 통해 해외 각국의 사례를 공유하고 이를 함께 논의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내외방송은 다양한 문화콘텐츠 개발 연구와 방안이 나왔던 이번 국제컨퍼런스의 주요 내용을 '특별기획'을 통해 연재한다. 이 기획은 다양한, 그리고 새로운 문화콘텐츠 발굴에 필요한 힌트를 이번 연재를 통해 얻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만들었다.
Niantic AR 게임의 지역 POI 선정과 커뮤니티 참여에 관한 연구 : 포켓몬고 사례 분석을 중심으로 (방현지 이동수, 상명대학교)
2017년 출시된 Niantic의 AR 게임 <포켓몬 GO>는 사용자 위치기반 시스템을 통해 유저의 현위치를 파악한다. 포켓몬고는 GPS 및 유저가 등록한 POI(Point Of Interest, 관심 지점) 정보를 기반으로 지역에 따라 수집할 수 있는 포켓몬을 다르게 설정해, 유저들에게 더욱 높은 현실감을 제공해왔다.
Niantic이 해외의 모든 POI를 실물로 확인하고 등록하는 행위에는 시공간적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포켓몬고 유저가 신청한 POI를 포켓스톱 및 체육관 위치를 선정하는데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Niantic가 유저에게 제공하는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POI 선정 승인 기준은 탐험하기 좋은 곳, 운동하기 좋은 곳,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좋은 장소다.
지역 POI 선정에 있어 포켓몬고 유저 커뮤니티는 게임 내 소외 지역 접근성을 향상시키며, 가이드라인ㅇ르 기반으로 한 공정한 심사를 통해 건전한 게임 문화를 조성한다. 또 지역 POI 등록을 통하 커뮤니티 참여는 지역 사회와 게임의 상생 효과를 강화시킨다. POI로 선정된 장소들은 유저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홍보되며, 지역 명소에 대한 인지도와 방문자가 늘어나는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Niantic이 지역 POI를 수집하기 위한 과정은 다섯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유저의 레벨 기준이 충족해야 하며, 유저가 지역의 POI 정보를 등록하면, 유저 커뮤니티를 활용해 심사를 진행한다. 기준을 충족한 POI 정보는 Niantic의 게임에 등록되며, 이후 기여한 유저에게 게임 내 보상을 제공한다. 커뮤니티의 참여는 단순히 게임 내 장소 추가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게임과 지역 사회 간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중요한 매개체로 작용할 수 있다.
봉화 가래골마을 브랜드 스토리텔링 탐색 : 죽은 자의 환갑잔치, 사갑(死甲)의 마을 축제화 발상 (윤선혜 손진 도연희 김공숙, 국립안동대학교)
가래골마을은 동네가 이루어질 당시 마을 주변과 계곡에 가래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어 오가는 상인들이 '가래골'이라 불렀다고 한다. 옛 사람들은 무덤가에 가래나무를 심어 가꾸었고, 여러 문헌에서 가래나무로 관을 만들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즉 가래나무는 '효', '죽음'과 관련된 나무라 할 수 있다.
지역 브랜드 스토리텔링을 위한 기초는 먼저 매력적인 이야깃거리를 찾아내는 것이다. 스토리텔링 개발 4단계는 일반적으로 '스토리텔링 목록 작성, 대표 스토리 선정, 테마 발굴, 테마의 일관성 및 지속성 유지'로 정리될 수 있다. 가래골마을에서 '사갑'은 청송 심씨 가문의 풍습으로 환갑을 넘기지 못하고 사망한 부모의 환갑 때 지내는 제사이자 죽은 이의 환갑 잔치를 치러주는 것이며 지금도 잔치가 이루어진다.
사갑 날에는 자식들뿐만 아니라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 음식을 나누어 먹고 고인의 가족을 위로하며 함께 즐긴다. 사갑은 죽은 지 오래된 가족의 죽음을 슬퍼하는 날을 넘어서 고인을 '기억'하는 마을 사람들에게 베풀고 즐기며 위로받는, 슬픔과 즐거움을 함께 하며 삶(생일)과 죽음(제사)이 공존하는 알이라고 할 수 있다. 효와 죽음의 상징인 가래나무는 마을에 사라졌지만 지금까지 오는 사갑 풍습 중에서 '죽은 자의 환갑잔치'라는 테마를 발굴해 마을 축제로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구체적 프로그램은 개발 이전이며, 마을과도 의견 조정이 이루어져야한다. 현재 몇 가지 발상은 매년 가래골마을에서 의미있는 날을 선정해 축제일을 정한다는 것, 이 시기에 방문하는 관광객 중 원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가래나무 식수 행사에 참여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는 '모든 이를 위한 사갑 잔치, 생과 사는 하나'라는 메시지를 일관성 있게 실현하기 위해서다. 참여자들의 가족 이름을 붙인 가래나무 심기로 마을은 각자의 가족을 기억할 수 있는 장소가 되어, 다음 사갑 축제일에 지속적인 방문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글로컬 상호문화콘텐츠의 개념 디자인 : 아시아의 차문화를 중심으로 (여월 조진 강다은 장문신 아즈자르갈 유영초, 한국외국어대학교)
'상호문화콘텐츠'는 상호문화주의(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공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념)의 이념과 가치를 구현하는 표현물(콘텐츠), 또는 문화다양성의 관점에서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상호문화콘텐츠는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면서도 글로벌 시대의 보편작 가치를 추구하며, 지역의 특수성과 세계의 보편성을 조화롭게 융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다양한 문화 간의 이해와 소통을 증진시키고, 창의적으로 혁신적인 문화 생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차의 상징성은 차(茶)라는 말 그 자체에 있다. 실크로드를 따라 차문화가 전파되면서 한국, 일본에서는 'cha'로 발음되고 '샤이(shay)'(아랍어), '테( te)'(대만), 'tea'(영어), 'Tee'(독일어)로 이어졌다. 몽골에서 차는 아침 식사, 여성을 의미하며 공동체와 상생이라는 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스리랑카에서 차는 음료를 넘어 국가 브랜드를 형성한 문화적 정체성으로 자리를 잡았고 일본은 정신 수양의 한 방법으로 삼을 정도로 매우 정교하게 발달됐다. 한국은 자연과의 조화, 심신수양, 풍류정신 등 최신의 전통적 가치관을 내포하고 있다.
차를 기반으로 한 상호문화영상콘텐츠의 경우 각 나라의 고유한 차문화 가치를 인정하고 소개하며(문화다양성), 차문화를 경험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상호작용)를 제공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능한 다국적 제작팀으로 구성하거나, 콘텐츠 제작에 각국의 문화적 배경을 가진 전문가를 자문위원으로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
또 상호문화축제콘텐츠의 경우도 기본적으로는 같은 원리로 구성하며, 특히 다양한 문화적 배경의 차문화 전문가와 활동가들로 축제기획위원회를 구성할 것, 단순한 수동적 전시가 아닌 각 문화권의 차 시음과 제조의 참여와 체험을 통한 상호작용의 프로그램을 강화할 것이 요구된다. 아울러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환경친화적인 축제 형식은 물론,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오감체험의 실감콘텐츠를 통한 축제를 통해 접근성을 제고해야한다.
한국 탈에서 나타난 구비문학적 요소와 전시 콘텐츠로의 확장 가능성 모색 : 하회세계탈박물관을 중심으로 (최병근, 국립안동대학교)
하회세계탈박물관은 국내 탈 외에도 세계의 여러 탈을 전시하고 있는 국내 최초의 탈 전문 박물관으로, 탈과 관련된 다양한 설화들도 함께 전시하고 있다. 그러나 설화가 지니고 있는 구술성과 다양성, 변용성 등의 특성이 가려진 채 글로 씌여진 설명 패널로만 전시되고 있는 점은 상당히 아쉽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박물관이라는 공간이 아직까지도 유물 보존, 지식 전달의 목적이 강하기도 하면서 제한적인 공간에서 설화라는 다양성을 제시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과제라는 것도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탈 박물관의 경우에는 사립박물관으로,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기에도 재정적인 문제, 공간의 문제 등 여러 한계가 있기도 하다. 그러나 탈 박물관은 하회마을이라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과 연계해 국보인 하회탈을 포함한 세계의 여러 탈을 전시하고 있고 국제탈춤페스티벌이라는 지역 축제와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은 기존보다 더욱 복합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전시공간으로서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다.
설화의 구술성을 경험하는 공간으로서 원 설화를 차용하여 새로운 설화를 창작해보거나 이를 토대로 다른 관람객들과의 공유, 소통으로 설화의 다양성, 변용성을 체득할 수 있도록 전시 공간을 구성한다면 살아있는 텍스트로서의 설화 전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텍스트 전시 콘텐츠 제시는 박물관이라는 공간보다는 텍스트를 주로 전시하는 공간인 문학관에서 많은 시도가 이루어져 왔다.
탈 박물관의 설화 전시 콘텐츠 가능성 모색은 사라져가고 잊혀져감과 동시에 텍스트로 고정되어가는 설화를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의미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려해야 할 문제점은 분명 있지만 유네스코 유산, 국보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중요한 공간이며 탈과 관련된 유래를 살펴볼 수 있는 설화 역시 전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설화를 활용한 전시 콘텐츠의 개발은 지속적으로 논의되어야한다.
영화 <하이재킹>에 재현된 '반공 서사'의 의미 연구 (유병준, 국립안동대학교)
기존 대부분의 한국 '반공 영화'가 한국전쟁을 소재로 서사를 구축했다면, <하이재킹>은 '항공기 납북 미수 사건'을 모티브로 활용했다. 즉 남과 북의 대치가 극대화된 전쟁의 상황이 아닌, '일상적'인 차원에서 반공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영화는 '공산화'와 '반 공산화'간의 대립을 통해 서사를 전개하고 있으며 종국에는 '북괴의 기습 남침에 의해 평화로웠던 대한민국은 아비규환이 되었지만, 고마운 UN군의 지원과 용감한 국군의 멸공정신으로 결국에는 격퇴한다'라는 대한민국의 '공식기억'을 재생산하고 있다.
영화에서 북괴는 '김용대'(여진구 분)이며 '고마운 UN군의 지원과 용감한 국군'은 전태인(하정우 분)에게 역할이 부여되고 있다. 전태인은 일관되게 '정의롭고 따뜻한' 면모를 보이며 김용대는 일관되게 '악'한 존재로 규정된다. 대부분의 반공 서사가 한국전쟁이라는 '비일상적인' 상황을 통해 관객들에게 '일상의 감사함'을 느끼게 한다면, <하이재킹>은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상'에 경각심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현대 사회 구성원들과 '반공'에 대한 문제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의미를 함축한다.
<하이재킹>은 반공에 대한 문제를 다시금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더 나아가 '일상적'인 차원에서 반공에 대한 경각심을 제기하며 그 심각성을 극대화한다. 이를 반공영화 부활의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닞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 영화는 다시금 '반공의 기억'을 상기시킨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