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정 칼럼] 맹자의 욕망과 고품격의 삶
(내외방송=김서정 박사) 공자(公子)의 가르침을 이어받은 사람은 맹자(孟子)이다. 맹자는 공자의 도를 이어받은 유교의 적통(嫡統)으로서 공자의 이상을 널리 세상에 펴려고 했다. 그리해 맹자도 욕망을 제어(制御)하려는 공자의 사상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맹자는 욕망의 불가피성을 직시했다.
첫째, 맹자에게 욕망은 피할 수 없는 것이며 인간이 살아있는 한 욕망하는 존재라는 견해이다. 서양의 스피노자(Spinoza) 역시 인간의 본질은 욕망이라고 주장했다. 맹자는 욕망의 부정적 차원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욕망 자체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욕망이라는 것은 자기 스스로를 보존하고 자신의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생명 본능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맹자는 특히, 재산(財産)과 지위(地位)에 대한 욕망을 사람들이 모두 원하고 바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성적(性的)인 욕구를 가지는 것도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다만, 그러한 욕망하는 마음을 홀로 소유하거나 혼자 즐기지 않고 백성들과 함께 나누지 않음을 지적(指摘)하고 비판(批判)했던 것이다. 예컨대, 정부(政府)의 관료(官僚)들이 자신들의 욕망대로만 행동한다면 백성들은 더욱 어려운 지경(地境)에 빠지게 된다는 것을 말하고자 했던 것이다.
둘째, 맹자에게 욕망은 지나친 과욕(過慾)이 아니라면 무방(無妨)하다고 생각하는 측면이 있었다. 맹자는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고 주장했다. 인간의 본성(本性)과 천성(天性)은 선천적으로 착하다는 성선설(性善說)인 것이다. 즉, 인간은 누구나 착하므로 궁극적으로는 사단(四端)을 향해 발전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사단이란 사람의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네 가지 마음씨를 말한다. 곧 타인을 사랑하고 어질게 행동하는 인(仁)에서 우러나오는 가엾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인 측은지심(惻隱之心), 사람으로서 행하여야 할 바른 도리인 의(義)에서 우러나는 자신의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타인의 착하지 못함을 미워하는 수오지심(羞惡之心),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할 도리인 예(禮)에서 우러나는 겸손으로 양보할 줄 아는 사양지심(辭讓之心), 사물의 시비(是非)와 선악(善惡)을 분별할 줄 아는 지(智)에서 우러나는 옳고 그름을 가릴 줄 아는 시비지심(是非之心)의 네 가지를 칭(稱)한다.
맹자는 모든 인간의 본성은 선하다고 주장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그러한 선한 본성이 사단(四端)으로 확장돼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욕망 에너지의 흐름이 다른 곳을 향(向)하기 때문이다. 즉, 욕망의 흐름을 조절하고 제어(制御)할 수 있는 마음의 수양(修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욕망하는 올바른 대상을 찾아야 하며 마음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셋째, 맹자는 욕망 에너지의 바람직한 흐름을 위해 사물의 이치를 따져서 깊이 생각하는 사색(思索)과 사물에서 해방돼 자유롭고 유쾌한 마음을 유지하는 호연지기(浩然之氣)를 제시했다.
호연지기(浩然之氣)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다소 신비(神祕)로운 방식일 수 있다. 지극히 크고 굳센 도덕적 기상이면서도 하늘과 땅을 다 채워서 어떠한 어려운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맞서는 천기(天氣)와 같은 기운이다. 이런 호연지기는 하루아침에 쌓여지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음은 물론이다. 다만, 꾸준한 믿음의 실천을 통해서 조금씩 서서히 인격의 변화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끝으로, 맹자는 40세 이후에는 왕도정치(王道政治)인 덕치(德治)주의를 주장했다. 이러한 왕도론(王道論)에서 사람은 근본적으로 착하다는 성선설(性善說)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권력으로 내리누르거나 억압하지 않고, 지도자가 인간으로서 어질고 올바른 인격으로 모범적인 덕(德)을 먼저 베푸는 솔선수범(率先垂範) 만이 나라를 바르게 운영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는 맹자의 어머니가 맹자의 교육을 위해 세 번 이사했는데, 그 영향 때문인지 맹자는 세상과 타협하지 않으면서 은퇴한 60세 이후 조용히 살았다. 그의 노후는 세상에 알려진 바가 없다.
그는 내려놓음의 결단을 실천한 사람으로 자신의 욕심으로 움켜쥐고 놓지 않는 사람들과 대비되는 면에서도 고품격의 삶을 확인할 수 있었다.
● 김서정 박사
- 시인
- 상담심리학 박사
- 『작은 영웅의 리더십』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