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이해하지 못했던 도자공예의 역사, 이제라도 만나니 반갑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한국 현대 도자공예 : 영원의 지금에서 늘 새로운'

2024-12-29     임동현 기자
한국미술품연구소(유근형)

(내외방송=임동현 기자) 고려청자, 조선백자 등으로 우리에게 인식되고 있는 도자. 도자 역시 시대의 변화를 피할 수가 없었다. 이는 '도자의 현대화'로 이어졌고 크고 무거운 단점을 벗어나 작고 아담하면서 멋을 잃지 않는, 새로운 방식의 '공예'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됐다. 그렇게 무겁게만 느껴지는, 멋은 보이지만 비슷비슷해보인다는 단점이 보였던 도자가 지금의 우리에게 다가가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현대 도자공예 : 영원의 지금에서 늘 새로운>은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도자공예의 발전과 변화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 그동안 도자가 조명되지 못했던 이유는 기법과 양식에만 이목이 집중되어 작품 하나하나의 고유한 멋을 이해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멋있고 예쁘다'는 건 알지만 비슷비슷한 스타일로 인식되어 작품 자체에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도자 하나하나의 무게감이 있기에 전시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도 아쉬운 점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전시는 그동안 느끼지 못한 도자공예의 재미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감상할 가치가 있다.

오향종

전시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극복해가는 1950년대에서 시작된다. 이 시기에는 국립박물관(현 국립중앙박물관) 부설 기관으로 설립된 한국조형문화연구소의 '성북동가마'가 조선백자를, 조각가 윤효중이 세운 한국미술품연구소의 '대방동가마'가 고려청자를 계승하며 도자기의 역사를 이어갔다. 도자기가 수출용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시점도 이 시기였다. 현대 도자공예의 시작은 전통의 계승이었고 이 속에서 조금씩 현대화의 시도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후 박정희 정부는 '국가정체성 확립'이라는 미명 아래 '민족중흥 정책'을 펼치는데 이는 도자가 본격적으로 현대화가 되어가는 계기가 된다. 김익영, 윤광조, 조정현 등은 백자, 분청사기, 옹기 양식 등의 조형성을 발전시켰고 화가들과 도예가들이 협업한 청화백자가 제작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국가 재건 건축물의 외벽에 도자가 장식이 되기도 하는데 1964년 <오양빌딩>, 1967년 <세운상가> 등이 그 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도화 시리즈'는 도예가 안동오와 화가 서세옥, 김기창 등이 협업한 결과물이며 김수근, 김중업 등 당대 최고의 건축가들이 미술계 작가들과 협업해서 만든 '건축도자'는 도자의 영역이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를 살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만나게 되는 작품이 바로 오향종의 <라이브 2>(2024)다. 이 작품은 빚어진 흙이 옹기의 형상이 되어가는 과정을 설치미술로 보여주는데 사람과 자연의 영향을 받아 옹기로 변해가는 흙의 역동성을 느낄 수 있다.

김석환
신성호

그리고 우리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맞으면서 국제 예술 양식을 받아들이며 새롭게 변하가는 도자공예 작품들을 만나게 된다. 이제 도자는 단순히 청자나 백자, 도자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내는 하나의 예술 장르로 거듭나기 시작한다. 도자로 설치미술이 가능해졌고 조각이 가능해지면서 새로운 조형물들이 속속 등장하게 됐다. 김석환은 삼국시대 토기, 도기 등의 모양을 활용하면서 현대식으로 아기자기하게 만든 <작품>(1986)을 만들었으며 신성호는 다양한 동물들의 표정을 흙으로 빚어낸 <헤드 시리즈>(1994)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시기 식기 세트, 그릇 세트 등을 만들었던 '광주요'의 등장은 당시 새로운 소비 계급으로 부상한 '중산층'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도 했다.

21세기 도자는 이제 전통을 넘어 다른 미술 장르, 새로운 소재 등과 함께 하며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조선시대 '백자대호'를 이어 붙인 김준명의 연작, 혼합토에 생분해성 플라스틱과 물감을 함께 섞은 오세린의 <숲 온도 벙커>, 감자와 고구마, 옥수수 등을 표현한 김진의 <사랑, 감자, 노동>, 폐도자기를 활용한 심다은의 <인간의 암석> 등 젊은 작가들이 선보이는 작품들은 도자기가 하나의 작품을 이루면서도 동시에 시간이 지나 폐기가 되더라도 다른 작품의 소재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오세린
김진

그렇게 우리는 '도자'가 과거의 유물, 과거의 멋이 아니라 지금도 젊은 작가들에 의해 끊임없이 연구되고 끊임없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현대화가 전통을 살리고 있는 것이다.

현대 한국 도자공예의 발전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이 전시는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와 함께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도자 전시가 생각보다 쉽게 이루어지기 어려웠고 쉽게 이해하기도 어려웠다는 사실이다. 경제 발전, 올림픽, 그리고 비엔날레의 활성화 등 시대의 흐름 속에서 변화를 겪었지만 여러가지 문제들로 파악하기 어려웠던 도자공예의 역사를 이제라도 만나 반갑다.

전시는 2025년 5월 6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