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수묵화는 못하는 게 없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수묵별미 : 한중 근현대 회화'

2025-01-09     임동현 기자
치바이스(齊白石)

(내외방송=임동현 기자) '한국과 중국의 대표 근현대 수묵채색화를 한 자리에서 조망한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고 있는 <수묵별미(水墨別美) : 한중 근현대 회화>를 소개하는 글이다. 이 전시는 양국 유일의 국가 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과 중국미술관이 소장한 한중 대표 근현대 수묵채색화 총 148점을 통해 전통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양국의 수묵 예술이 어떻게 독자적으로 발전해가는 지를 조망한다. 그리고 관람객들에게 이 말을 전한다. '수묵화는 결코 과거의 장르가 아니다. 수묵화는 현대 미술이다'. 그리고 또 하나, '수묵화는 못하는 게 없다'!

일단 이 전시에서 가장 관심이 가고 궁금한 부분은 중국의 근현대 수묵화다. 중국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위해 중국 국가문물국 지정 1~3급 문물을 대거 출품했다. 이는 중국 내에서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높은 작품들이 한국에 왔다는 의미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1급을 포함해 총 32점의 문물이 전시된 것은 국내 어떤 미술관에서도 전례가 없었다"고 전했다. 그야말로 중국이 자랑하는 작품들을 직접 볼 수 있는 것이다.

팡쥔(方駿),

사회주의 국가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수묵화는 어떻게 달라져갔을까?  중국 역시 전통적인 수묵화에 변형을 가하면서 '고전을 바탕으로 현재를 열고', '동서양의 융합'이라는 이념을 실천해나간다. 물론 변화 속에서도 간직했던 것은 바로 '자강불식(自强不息)'으로 대표되는 민족 정신이다. 전통에 현대적인 해석을 더한 작품들, 채색을 더해 수묵화를 '회화'의 영역으로 확대한 작품들, 중국의 노동자들과 노동 현장을 그린 작품들 등 소재와 표현이 확대된 현대적인 중국화들이 눈길을 끈다.

한국화도 역시 근현대 큰 변화를 맞이했다. 기존의 '서화'가 일제강점기에 이르면서 글씨와 그림이 분리되어 붓과 종이, 먹으로 그린 그림을 '동양화'라고 일컫기 시작했고 수묵에 채색이 더해진 작품들이 속속 등장했다. 그러면서 차츰 지필묵을 이용해 그린 그림을 '동양화'가 아닌 '한국화'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이제 '동양화'는 서서히 사라져가는, 옛날 말이 되어가고 있다.

김아영,

언젠가 이야기한 적이 있는 것 같지만 담백함, 여백의 미 등 한국화만의 특징이 살아나면서 중국, 일본 등과 다른 요소들이 자리잡았고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 발전시킨 장르이기에 이제 당당하게 '한국화'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김은호, 김기창, 이상범 등 20세기 초기 작가들을 시작으로 이종상, 김선두, 김아영, 황창배, 민경갑 등 한국 수묵화의 맥을 이어가는 작가들의 작품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그리고 수묵화는 지필묵과 더불어 색깔이 담기기 시작했고 도시의 풍경, 일터로 향하는 노동자, 가수 마이클 잭슨의 초상화 등 소재도 상당히 다양해졌다. 그림만 보면 수묵화인지 회화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작품들도 보인다. 

김선두,

이 전시는 분명 한국과 중국의 근현대 수묵채색화를 조망하는 전시다. 하지만 전시를 보다보면 수묵화가 어디까지 발전하고 어디까지 변화되는가를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흔히 우리는 수묵화라 하면 '자연 풍경'을 연상하고 단조롭고 비슷비슷한, 옛날 사람들이 그렸던 그림으로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수묵화로 우리는 노동을 표현하고, 도시를 표현하고, 색의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그래서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수묵화는 못하는 게 없다!

전시는 2월 16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