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권, 이제 '국민의 기본권'이다"

'문화권 선언'과 토론, 국회에서 이뤄져

2025-01-12     임동현 기자
지난

(내외방송=임동현 기자) 국민의 '문화권' 향유와 예술인들의 문화 활동을 지원하는 정책을 논하는 자리가 지난 10일, 국회에서 마련됐다.

10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조국혁신당 주최로 '사회권선진국 포럼 여덟번째, 문화권'이 열렸다. 이 행사는 사회권으로서의 '문화권' 선언과 함께 문화권에 대한 개념적 접근에 이에 맞춘 문화정책, 대중의 문화적 권리 향유와 예술인들의 문화 활동 보장, 그리고 지역문화정책의 방향 등 다양한 내용의 문화권 향유 방안이 발표되고 논의됐다.

이날 행사에는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과 행사의 중심 역할을 한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을 비롯해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 등이 참석해 문화권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김선민 권한대행은 축사를 통해 "문화는 우리 삶을 담는 그릇이며,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라고 정의하면서 "2005년 '문화헌장'과 2013년 '문화기본법'에서 문화권을 기본권으로 제시했지만, 문화권을 일상에서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지, 어떻게 보장하고 발전시킬 것인지는 과제로 남아있다"고 밝혔다.

김 대행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12.3 내란 사태를 "국민 문화 향유권을 심각하게 훼손한 위헌적 행위"로 규정하고 "그래서 더 부지런히 문화권 증진과 문화적 정의를 이루어내야한다. 우리는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권 선언 "창조할 권리, 참여할 권리, 향유할 권리"

김재원 의원은 '문화권 선언'을 통해 "문화권은 권리를 누리지 못하거나 그 권리를 침해받는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한다"면서 ▲블랙리스트 없는 대한민국 실현 ▲국민의 문화저작권 확대 강화 ▲소외계층, 지역의 문화접근성 강화를 문화권 보장을 위한 정책 과제로 제시하고 이를 위해 ▲강화된 블랙리스트 특별법 발의 ▲저작권법 확대, 개정 ▲문화기본법 내 문화접근성 조항 신설 ▲헌법 개정안 내 문화권 포함을 입법 과제로 내놓았다.

김 의원은 "모든 국민은 자유롭게 문화를 '창조할 권리'를 갖는다, 모든 국민은 차별받지 않고 문화 활동에 '참여할 권리'를 갖는다. 모든 국민은 제한없이 문화에 접근하여 이를 '향유할 권리'를 갖는다"고 밝혔다.

기조 발제는 노영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문화권의 개념적 접근과 문화정책'을 주제로 발표했다. 노영순 위원은 "헌법 규정과는 별개로 문화권은 국민의 문화적 정체성 보호, 행복과 자유를 위해 보장되어야 할 기본권으로 간주될 필요가 있다. 문화권은 헌법상의 자유권, 평등권, 사회권적인 성격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 위원은 "오늘날 자유, 평등, 포용 등의 가치가 강조되면서 예술창작의 표현의 자유 보장, 문화정체성의 보호와 공존, 일과 삶의 균형 등 평등한 문화활동과 누림의 강화가 요구되고 있다"며 '문화적 권리'가 강조되어야하는 이유를 밝히면서 '차별없고 동등한 문화향유권 보장', '포용적이고 차별없는 문화예술교육권의 보장', '차별없는 여가권, 문화 환경권 보장' 등에 발맞춘 정책들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사진=임동현

"지금의 대중은 문화의 소비자, 지원의 대상자 그 이상"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블랙리스트 사태, 미투 운동으로 이행하는 일련의 예술운동의 국면들은 지난 10년간 예술인 복지담론의 국면에서 충분하게 논의하지 못했던 '예술인의 사회적 지위', '예술인의 경제적 조건', '예술인의 정치적 권리'라는 문제의식을 공론화했다"면서 창작 역량이 높은 예술인들의 사회적, 직업적 권리가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예술인의 노동권 보장 및 인정이 필요하며, 검열 없이 재현 및 창작행위를 통해 사회적 발언의 주체로서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을 밝혔다.

이어 지난 2022년 제정된 '예술인권리보장법'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 뒤 "아직 현장 예술인들은 법의 내용을 자세히 알지 못한다.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실질적인 내용, 예술인의 노동권 보장, 예술인 성차별과 성폭력의 피해 구제와 처벌, 예술인구제를 위한 위원회와 '예술인보호관'의 역할 등등을 현장에 있는 예술인들에게 잘 설명하는 여론 수렴을 통해 실효성 있는 시행령을 마련해야한다"라고 말했다.

박주초 주식회사 문화콘텐츠 대표는 "지금의 대중은 문화의 소비자, 지원의 대상자를 넘어 다양한 SNS 플랫폼에서 창작, 소비, 유통의 다중적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중의 창작물에 대한 권리 보호와 수익 분배 구조가 불투명하다. 이는 플랫폼을 통해 문화를 콘텐츠 단위로 향유하는 모든 국민의 문화적 권리가 침해당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최근 유튜브에서 조회수의 88%를 차지하는 '쇼츠'가 대부분 2차적 저작물이며 대부분 원저작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경우라 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저작권법 개정을 통한 대중 창작자의 권리에 대한 보호 및 법적, 제도적 명시가 필요하고 플랫폼에 공개된 창작물의 저작권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 도입이 필요하다. 플랫폼 수익 배분도 투명성 강화와 함께 배분율을 공개해 창작자가 자신의 콘텐츠에 대한 공정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재민 대전세종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2000년대 이후 지역간 문화격차 해소와 이를 위한 문화서비스 전달체계 구축, 지자체 문화 역량 강화가 마련되고 있지만 '지역문화진흥'을 이루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문화산업은 '고학력 노동자를 저임금에 활용하고 있는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예산 계획은 항상 마지막에 결정되는 등 '겉멋'에 치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김천김밥축제, 사리면발축제, 동작댄싱데이 페스티벌 등 최근 화제가 된 지역축제의 예를 들며 "광역 및 기초자치 단체에서 생활밀착형으로, 단위를 세분화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정책과 시간이 부족한 현대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촘촘한 정책이 필요하다. 지역에서의 문화정책은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적 논의로 나라 이끌 수 있도록"

이후 진행된 종합토론에서는 안남일 고려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권재현 안양대학교 교수, 양현미 상명대학교 교수, 홍종열 고려대학교 교수가 토론에 참여했다.

권재현 교수는 "예술인이 왜 필요한지, 예술인의 사회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인식해야 예술인 기본소득, 창작공간 지원 등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서 "지역예술이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지역 예술인들이 지역민의 눈높이에서 그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지역민들의 삶을 예술적 방식으로 존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현미 교수는 "플랫폼 경제는 방송통신과 문화콘텐츠가 분리되면서 사각지대가 됐다. 플랫폼 거머넌스의 새로운 논리가 필요하다"면서 "AI 시대가 도래할 경우 저작권 문제는 더 커질 것이고 일할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예술인들의 위기감이 있기에 기본소득 등 복지의 필요성이 지금보다 더 크게 제기될 것이다. 이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종열 교수는 "그동안의 후속 조치가 선진국의 연구 사례를 주로 참조하다보니 우리나라에 맞는 대응이 쉽지 않았다. 선제적인 대비가 필요하며 이에 맞춰 문화권에 대한 논의를 지속해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행사를 마무리하면서 김재원 의원은 "'문화'라는 것은 어떤 곳에 붙어도 낯설지 않은 단어다. 최근 집회에서 시민들이 보여준 것도 '높은 정치문화'였다"라고 말하면서 "앞으로 나라를 어떻게 이끌지는 이제 문화적인 논의로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