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없는 천사'의 선한 영향력, 주민들을 '천사'로 만들다
매년 쌀 300포 기부하던 천사 '기부 중단'에 주민들 뜻 모아 '300포 기부'
(내외방송=임동현 기자) 14년 동안 해마다 쌀 300포를 보낸 '얼굴없는 천사'의 선행이 주민들을 천사로 만들었다. 천사의 기부가 중단되자 주민들이 모여 어려운 이웃에게 줄 쌀 300포를 만들어내고 주민들이 쌀을 날라 소외 이웃에 쌀을 기부했다.
서울 성북구 월곡2동에는 지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14년간 해마다 20kg 포장 쌀 300포를 주민센터로 보낸 '얼굴없는 천사'가 있었다. 그는 늘 이름 밝히기를 거부한 채 "어려운 분들이 명절을 날 수 있도록 쌀을 보내니 잘 부탁한다"는 말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천사의 쌀이 도착하는 날이면 월곡2동 주민들은 어두운 새벽에 주민센터에 모여 도착한 트럭에서 쌀을 내렸다. 300포의 쌀을 나라는 긴 줄이 뿜어내는 입김이 색다른 장관을 연출했고 "이 쌀을 나르려고 운동을 열심히 한다"는 주민들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상월곡실버센터 어르신들은 쌈지에서 만 원씩을 내주고,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좁은 집에서 홀로 생활하는 이웃을 위해 소반, 디딤판 등 생활소품을 만들어 전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올해, 천사의 기부가 중단됐다. 올 1월 월곡2동 주민센터에는 "이젠 쌀을 보내드리기 어렵게 됐다. 정말 미안하고 감사했다"는 천사의 전화가 왔다. 천사의 소식에 놀란 월곡2동 주민들은 쌀을 지원받아야하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주민들이 제2의 '얼굴없는 천사'가 되기로 했다.
주민들은 나눔을 위해 지난달 17일부터 '월곡2동 마을 천사 온기나눔 사업' 캠페인을 진행했다. 취지에 공감한 월곡2동 주민, 관내 직능단체, 금융기관, 마트 등이 팔을 걷고 나서며 기부 릴레이를 이어갔다.
월곡2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협의체 기금을 활용해 백미를 지원하고, 지역사회 기부자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월곡2동 주민자치회도 천사의 나눔의 뜻을 이어가는 것이 지역사회를 위한 의미 있는 실천이라는 공감 속에 마음을 모았다. 지역의 금융기관(월곡 새마을금고)과 마트(제이엘마켓탑), 기업(동아티엔에스), 개인 기부자 등도 동참했다.
이렇게 얼굴 없는 천사가 심은 나눔의 선한 영향력 덕분에 캠페인 시작 보름여 만에 백미 300포(10kg)를 달성할 수 있었다.
‘제2의 얼굴 없는 천사’들이 마련한 쌀 300포는 지난 11일 오전 월곡2동 주민센터에 전달되었다. 쌀 300포를 실은 트럭이 월곡2동 주민센터에서 앞에서 멈추자 천사가 보낸 쌀을 날랐던 주민 40여명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쌀을 날랐다.
쌀을 모두 내리고 난 후 주민들은 지난 14년 소외 이웃을 위해 쌀을 기부하며 지역에 나눔의 가치를 확산하고 주민에 자부심을 안긴 ‘원조 얼굴 없는 천사’에 대한 감사의 메시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