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박물관이다] 종각역 8번 출구, '경성 피스톨'이 있다
종로경찰서 터 '김상옥 의거 터'
(내외방송=임동현 기자) 1923년 1월 12일 밤, 일제 경찰력의 중심인 서울 종로경찰서에 폭탄이 터졌다. 폭음과 함께 건물 일부가 무너지고 7명의 중경상자가 발생했다. 일본 경찰의 중심인 종로경찰서가 폭탄의 공격을 받았다는 것은 곧 일본 경찰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상황이었다. 이 곳에 폭탄을 던진 이는 바로 34세의 청년 김상옥이었다.
김상옥은 철물점을 경영하며 비교적 부유한 삶을 살던 사업가였지만 1919년 3.1운동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독립운동에 뛰어들게 된다. 일본 고관, 친일파를 응징하는 암살단을 조직하기도 했던 그는 1923년 사이토 마코토 총독이 일본제국회의 참석을 위해 도쿄에 가는 것을 기회로 그를 암살하려 했다. 하지만 일제가 경계를 강화하면서 암살 거사가 차일피일 미뤄지자 김상옥은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투척하는 것으로 작전을 바꾸었다.
그는 단신으로 두 손에 권총을 잡고 일본 경찰과 총격전을 벌였고 일본 경찰 간부들은 그의 총에 목숨을 잃었다. 일제는 '경성 피스톨' 김상옥 단 한 사람을 잡기 위해 군 병력을 총동원하기도 했지만 김상옥은 겨울 혹한 속에서도 계속 일본 경찰을 피했다.
하지만 그해 1월 22일, 누군가의 밀고로 인해 최후의 은신처가 밝혀졌고 결국 김상옥은 서울 효제동에서 기마대와 무장 경관 400명에 맞서 혈혈단신으로 맞서다 마침내 자신의 머리에 총을 쏘고 순국했다. 일본 경찰이 그를 얼마나 무서워했으면 이미 머리에 총을 쏘았는데도 살아있다는 생각에 벌벌 떨며 문을 열 엄두조차 내지 못했고, 결국 그의 어머니를 현장에 불러 생사를 확인하게 하는 비인간적인 행위를 하게 된다.
'경성 피스톨' 김상옥의 존재는 지난 2015년 최동훈 감독의 영화 <암살>에서 하정우가 맡은 '하와이 피스톨'의 모티브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고 영화 <밀정>에서는 박희순이 김상옥 열사로 분해 강렬한 첫 장면을 남겼다. 이후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를 포함해 각종 다큐들이 나오면서 그의 존재감을 온 국민이 알게 됐다.
이제 그 이야기를 기억하며 종각역 8번 출구로 가보자. 8번 출구 바로 앞 '김상옥 의거 터'다. 김상옥이 폭탄을 던진 종로경찰서가 있던 곳이다. 이 표지석 세워진 때는 2016년 4월, 영화 <암살>이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한 이후의 일이다. 그 터 부근에는 YMCA 건물이 서 있고 상점, 음식점 등이 세워져 있다. 종로경찰서의 흔적은 완전히 사라졌지만 늦게라도 김상옥의 존재가 작게나마 드러난 것이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순국한 효제동 집터는 이후 허물어져 골목길의 일부가 되어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하지만 그 골목으로 가는 버스정류장에는 '김상옥 의거 터'라는 이름이 있다. 그리고 이를 달래듯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 그의 동상이 있다. 작게나마 일본군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그의 기백을 전하는 마음으로 김상옥 열사 동상에 있는 글로 마무리를 지으려한다.
'적의 심장부에 폭탄을 던지고/ 떼지은 왜경과 싸우고 또 싸우다/ 아아 내조국이여 외쳐 부르며/ 최후의 일발로 자결 순절하신/ 거룩한 님의 의거 터에/ 그 모습을 새겨 세워/ 높은 공을 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