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안 입는 옷으로 에코백, 파우치 만들면서 자원순환 실천해요"

서울 '성북구 리앤업사이클플라자', 주민들 호평 속에 성장

2025-04-12     임동현 기자
성북구

(내외방송=임동현 기자) 과거 인상깊게 봤던 캠페인 광고가 있었다. 지나가던 강아지가 승용차 옆에서 볼일을 보려고 하자 이를 숨어서 지켜보던 찌그러진 캔이 급하게 승용차 옆으로 달려가 강아지의 소변을 받아준다. 승용차가 캔에게 "Who are You?(누구냐?)"라고 묻자 캔은 "I'm Your Father!(나는 너의 아버지다!)"라고 답한다. 그리고 영화 <스타워즈>의 OST를 연상시키는 음악과 함께 등장하는 카피.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쓰레기로부터 탄생됩니다. 재활용, 자원을 만드는 시작입니다".

그 캠페인 광고의 메시지를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며 확인할 수 있는, 그리고 스스로 재활용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곳이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 성북구 상월곡동에 개관된 '성북구 리앤업사이클플라자'다. 이 곳은 재활용(리사이클)과 새활용(업사이클) 문화의 확산을 위해 마련된 곳으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자원순환 교육공간과 재활용센터, 새활용품 전시관과 분리배출 체험관, 태양광 시설과 재활용품으로 만든 휴게공간이 있다. 여기에 옥상에는 주민들의 휴식터와 어린이들의 체험장이 될 옥상정원이 만들어진다.   

이 곳은 그야말로 재활용 체험과 교육은 물론 주민이 함께 어울리는 생활 공간으로 자리잡았고 여기에 인근 기관들과의 협력도 이루어지면서 벌써부터 주민들의 큰 관심과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그렇게 성북구 리앤업사이클플라자는 '자원순환 거점'으로 하나하나 성장해가는 중이다. 플라자의 이민희, 안창연 강사는 교육 강사이면서 동시에 플라자에 상주하며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성북구

"서울시에 5개 플라자가 있는데 저희는 기존의 재활용센터를 리빌딩해서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었어요.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자원순환 교육을 하고 있지만 저희는 성북구의 특성을 살려서 성북구에서 쓰레기가 얼마나 나오는지. 구에서 어떤 방식으로 분리 배출하는지를 마을 주민들이 직접 알게 하고 체험하게 하면서 우리 동네를 더 깨끗이 해야겠다는 마음을 갖도록 하고 있어요. 또 성북구에 봉제 업체들이 많다는 것에 착안해 미싱으로 생활용품을 만드는 수업을 진행한다는 것도 저희만의 특징입니다".

교육장에 있는 12대의 미싱은 안 입는 청바지나 현수막을 이용해 에코백을 만들고 입지 않는 한복으로 파우치 등 소품을 만드는 교육에 활용된다. 미싱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한복'과 '새활용소품 만들기'는 매주 화요일 4주 과정으로 진행되며 미싱을 활용해 개인 작업을 할 수 있는 '모두의 미싱'도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오전과 오후 시간에 진행된다. 

무엇보다 성북구 리앤업사이클플라자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접근성. 지하철 6호선 상월곡역 4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플라자가 있다. 주변에 성북정보도서관을 비롯해 월곡2동 주민센터, 상월곡실버복지센터, 햇살어린이공원 등 주민들이 자주 찾는 곳들이 있어 방문이 용이하다는 것 역시 장점이다.

재활용품을

"오래 전부터 건물을 만들고 있어서 주변 주민들이 엄청난 기대를 갖고 계셨어요. 5개 구에서 미싱을 보유한 곳도 없고 교육만 전문으로 하는 분들이 상주하는 곳도 없어요. 오시는 분들이 아주 좋아하십니다. 장애인들도 많이 찾아주시고 아주 좋아하세요. 주민이 가장 찾기 쉽고 편리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곳이 가득한 곳입니다".

성북구 리앤업사이클플라자가 진행 중인 프로그램은 앞서 소개한 프로그램 외에도 자원순환이론 교육 및 다양한 새활용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에코 업사이클러'(매주 수요일), 가전제품을 직접 수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가전 수리교실'(매주 수요일) 등이 있다. 

특히 가전 수리교실은 2층에 위치한 재활용센터의 수리기사가 직접 강의를 맡아 주민들에게 화제가 되고 있다. 세탁기, 청소기, 에어콘 필터 등을 직접 고치고 청소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면서 수리비 절약과 더불어 가전제품을 폐기하지 않고 직접 고쳐서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주민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다고 한다. 

자원배출

여기에 직접 쓰레기를 분리 배출하면서 쓰레기 분류에 대한 정보와 자원순환의 효과를 체험할 수 있는 체험장, 패트병과 레코드, 재생 원단 등을 활용한 옷과 가방, 구두, 노트, 핸드백 등을 전시한 전시장 등을 통해 재활용, 새활용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쓰레기 분리 배출만 잘해도 멋진 옷과 구두, 가방, 파우치, 그리고 예술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분리 배출은 물론 쓰레기를 줄이는 실천이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 

"공간 자체가 정말 좋고 성북구 주민들이 자원 순환에 아주 관심이 많으세요. 성북구가 서울 25개 구 중에 쓰레기 배출량이 많지 않은 곳인데 관심이 많으신 분들인 만큼 그 분들을 잘 교육시킨다면 쓰레기 배출량을 더 줄일 수 있고 서울에서 가장 쓰레기가 적은 구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자원을

"석관동에 재활용선별장이 있어요. 원래 여기가 안전 문제 등으로 인해 개방이 되지 않은 곳인데 저희가 올해 재활용선별장 투어를 하자고 구에 건의를 했거든요. 여기를 찾으면 내가 귀찮다고 한 번 헹구지도 않고 버리는 쓰레기가 얼마나 더러운 쓰레기가 되는 지를 볼 수 있어요. 매일 이 곳에 46톤의 쓰레기가 들어오고 일하시는 분들이 직접 일일이 손으로 분리를 하십니다. 냄새도 나고 해서 정말 일하시는 분들이 힘들어하십니다. 그 일하시는 모습을 눈으로 보신다면 절대로 쓰레기를 그냥 버릴 수 없을 거에요. 한 번만 헹구고 라벨 떼고 깨끗하게 버리시면 되요.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쓰레기를 안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물어보았다. 쓰레기를 덜 만드는 법은? 해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요즘은 많이 없어졌지만 비닐봉지 같은 걸 종종 주시는 분들이 계시잖아요. 그럴 때 '괜찮습니다'라고 거부하면 되요. 누가 준다고 하면 쓸데없는 것이라고 해도 받는 게 사람들의 특성인데 쓸데없는 것 받지 않고 '괜찮다' 한 마디만 해도 쓰레기를 줄이는 가장 중요한 실천이 될 수 있습니다".

주민을

강사들은 성북구 리앤업사이클플라자를 찾으려는 이들에게 한 가지 부탁을 전했다. 이는 성북구 리앤업사이클플라자가 구민들에게 하는 약속이 담겨 있다. 실천이 곧 환경보호임을 다시 전해보고자 한다.

"주차 공간이 넉넉한지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물론 몸이 불편하시면 차를 이용하실 수 있지만 자원 순환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면서 자동차를 타고 오신다는 것은 지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거리가 가까우신 분들은 걸어서 오셨으면 좋겠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와 주신다면 저희도 주민 여러분이 기대하시는 만큼 열심히 준비해서 잘 알려드리고 잘 체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같이 약속하시죠. 상월곡역 4번 출구에 바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