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리포트] 10시간의 사투, 폐허 속에는 살아왔던 흔적이 남아있었다
미얀마 만달레이 지진, 구조 현장을 가다 ②
(내외방송=송명진 파견기자) 2025년 3월 28일 오후 12시 50분 경 미얀마 만달레이 서북서쪽 17km 지역에 지진이 일어났다. 규모 7.7의 강진으로 미얀마 전역은 물론 태국 방콕에서도 매몰 사고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미얀마에서 최소 5,33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사망자가 1만 명이 넘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군부 독재와 내전, 여기에 강진까지 미얀마는 그야말로 절망 속에 빠져 있다. 하지만 미얀마를 절망에서 구해내려는 국제 사회의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 대한민국 최초의 민간구조단체인 911 S&RT 역시 미얀마에 희망의 손길을 내밀었다. 지난 7일 구조대는 미얀마로 출발해 지진이 일어난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펼치고 있다.
내외방송은 911 S&RT 민간수색구조단의 활동을 중심으로 미얀마 대지진 현장을 직접 전한다. 구조대에 참석한 송명진 파견기자의 글과 사진으로 참사의 현장과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려는 구조대의 노력을 소개한다.
2025. 4. 9
수색 작업 중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이했다,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다량의 현금 다발이 발견된 것이다. 현금은 어딘가에 담겨 있는 상태가 아니라 묶음 형태로 정리된 채 무너진 콘크리트와 먼지 속에 그대로 묻혀 있었다. 구조대는 즉시 미얀마 당국에 현금을 인계했고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어". 불과 얼마 전까지 행복한 보금자리였던 곳이, 낙원이었던 곳이 처참하게 무너졌지만 무너진 현장에서 발견한 것은 사람들이 살아온 흔적, 행복한 시절이 남아있는 흔적이었다.
구조작업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여진이 가장 큰 문제였다. 오후 9시 20분경(이하 현지시간) 지진이 일어나면서 수색을 중단해야했고 이후에도 세 번이나 여진이 계속됐다. 수색 재개와 중단을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허가된 시간인 자정이 되어가고 있었다. 시간은 계속 흐르는데 실종자는 발견되지 않고 여진의 불안도 여전하다. 그렇다고 이대로 수색을 끝낼 수는 없었다. 한 사람이라도 찾아야한다. 그리고 꼭 살아있기를 기도해야한다.
2025. 4. 10
허가받은 시간인 자정을 넘어 30분을 더 연장했지만 실종자로 추정되는 중년 여성 1명, 30대 여성 2명은 끝내 발견되지 못했다. 약 10시간을 쉬지 않고 작업했지만 결과는 허무했다. 구조대원들 모두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 채 하루를 마쳐야했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수색을 시도했는데, 끝내 생존자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안타깝네요". 하루를 넘어 0시 30분, 아쉬움 속에 수색작업은 종료됐다.
오전 8시 30분부터 현지 소방대의 수색 작업이 시작됐다. 그리고 오전 11시 경 머리카락이 발견되고 오전 11시 15분 경 또 한 사람의 머리카락이 발견됐다. 그렇게 12살 여자아이와 58세 여성의 시신을 찾아냈다. 소방대원들이 시신을 수습하고 오후에 장례식장으로 갔다. 여자아이는 무슬림이었고 장례를 마쳤고 힌두교인인 58세 여성은 아직 묘지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구조대는 구조작업과 더불어 지진 피해를 입은 한인들을 대상으로 카운셀링을 실시했다. 현지 당국의 고위간부들이 우리 구조단의 수색작업 소식을 듣고 방문을 하기도 했고 현지 소방대 등 현지인들과 한인들이 많은 도움을 주셨다. 우리는 귀국 전 고마움을 담아 숙소를 제공한 분께 감사의 후원금도 드렸다.
미얀마 만달레이는 아직도 지진의 상처를 안고 있고 찾지 못한 사람들도 많다. 국제 사회의 관심이 더 많이 필요한 곳이다. 일정상 우리는 귀국을 해야했지만 우리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 다시 돌아온다면 언제든 그 곳으로 달려갈 것이다. 나라는 달라도 우리는 모두 친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