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책 한 장 하실래요?' 10년 후의 나를 만들 수 있습니다"
'책 읽는 대한민국' 행사 기획, 김정연 넥스트컬처랩 대표
(내외방송=임동현 기자) 4월 23일. 이 날은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서 책을 사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는 '세인트 조지의 날'이자 <햄릿>을 쓴 대문호 셰익스피어, <돈키호테>를 쓴 세르반테스가 세상을 떠난 날이다(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1616년 같은 날에 세상을 떠났다).
이를 바탕으로 1995년 유네스코 총회는 전 세계인의 독서 증진과 독서 문화의 확산 등을 위해 이 날을 '세계 책의 날'로 정했다. 영상 매체가 주를 이루고 독서 인구가 줄어든다는 걱정이 나오고 있지만 책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독서가 주는 상상력과 창의력의 힘은 지금도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 20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출판인들, '북멘토'들과 시민들이 함께 하는 '세계 책의 날' 행사가 열렸다. 그리고 그동안 책에서 멀어졌던 '잠재독자'를 대상으로 한 북클럽 '책 한 장 하실래요?'가 만들어졌다. 이 행사를 기획하고 실행한 김정연 넥스트컬처랩 대표는 '서울와우책페스티벌'을 비롯해 다양한 축제의 총감독을 맡았고 이번 행사에서도 북클럽을 통해 독서에 대한 관심을 유도했다.
세계 책의 날을 맞아 책을 중심으로 한 축제를 만들어 낸 과정, 그리고 재미있는 독서와 재미있는 축제에 대한 생각을 김정연 대표에게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책 읽는 대한민국' 행사 준비하시느라 수고가 많으셨다. 이 행사의 일환으로 '책 한 장 하실래요?'를 진행하는데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책을 가까이 하지 못하는 '잠재독자'들을 독자로 이끄는 북클럽을 운영한다. 이번에 처음 시도하는 프로젝트다. 창업, 웹툰, 직장생활, 공감 소통, 과학, 예술, 영상 등 10개의 관심 분야로 나누어 150명씩, 도합 1,500명을 모집하고 각각의 관심 분야별 전문가(북멘토)가 다양한 활동을 통해 독서를 독려할 예정이다. 지난 20일부터 모집을 하고 있으며 많은 분들이 가입해주시고 호응해주셨다.
북클럽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독서 인구가 줄어들고 있고 출판 시장도 하락세인데 출판 시장을 다시 살리고 독서 생태계를 유지시킬 수 있는 힘은 바로 독자라고 보고 있다. 독자가 있어야 독자들이 만족하는 좋은 책이 나올 수 있고 이는 곧 독서 생태계의 활성화로 이어진다고 봤고 책을 곁에 두려 해도 관심이 없는 잠재독자들을 대상으로 해야겠다고 봤다.
기존의 북클럽 활동과는 다른 점이 많이 보이는데 준비 과정을 듣고 싶다
독서 인구가 줄어든다고 하지만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곳곳에 있다. 전국에 독서 동아리들이 많고 곳곳에서 소모임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다. 하지만 책을 읽는 사람들 중에는 소극적인 성격을 가진 분들이 많다. 자기가 혼자 독서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것을 끄집어내기가 쉽지 않다.
우리의 목표는 1년에 0권, 책을 곁에 두려해도 관심을 갖기 어려운 잠재독자들이다. 잠재독자를 독자로 만들려면 일단 자신의 관심사, 취향, 하고 있는 일 등과 연관을 지어야한다고 생각했고 요즘 관심있는 10개 분야를 조사해 그 관심사의 전문가인 북멘토을 매칭시켰다.
북멘토는 단순히 '책을 읽읍시다'라고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챙겨주고 안아주는 역할이다. 나의 관심사를 책과 연결시켜 책을 곁에 두는 과정을 만들어 준다. 요즘 관심사인 제2의 인생, 은퇴 후 삶의 계획 등이 책과 함께 녹아들 수 있도록 전개되어 있고 20대부터 50대까지 각 연령대의 관심사를 책과 연결하고 있다. 처음에는 책을 쓰신 저자가 아닌 각 장르의 전문가 중심으로 했지만 그 다음은 책을 쓰신 분도 연계해 책을 가까이 하고 전문 분야가 스토리로 연결될 수 있도록 짰다.
북클럽 챌린지에 참여하면 어떤 혜택이 있는지?
본인이 원하는 장르를 선택하면 챌린지를 하게 되는데 짧은 챌린지가 있고 긴 챌린지가 있다. 5월말부터 9월까지 활동하게 되며 '책 한 장 하실래요?'라는 슬로건에 맞게 한 장부터 시작해 한 권, 열 권까지 목표를 통해 책을 즐기고 가볍지만 진중한, 상중하 단게의 챌린지로 구성되어 있다. 북멘토들도 응원 메시지 보내드리고 챌린지에서 점수를 모으면 그에 따른 보상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9월에 1,500명이 다 모이는 자리가 마련되는데 참가자들이 응원하고 격려하고 서로 자랑도 하면서 북클럽 활동 결과를 공유하게 된다.
이번 행사가 정부(문화체육관광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주최로 이루어진다. 이 자체가 성과라고 할 수 있는데
북클럽 모집도 처음이고 '책 읽는 대한민국'의 총체적인 사업이 된 것도 처음이다. 세계 책의 날과 북클럽 챌린지, 그리고 '책의 해' 이 세 가지가 '책 읽는 대한민국' 사업의 총체적인 합이라고 보시면 된다. 이번이 첫 시도다. 지금은 독서가 강조되고 있지만 독서 안에 있는 콘텐츠, 스토리의 힘이라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
지금 이 시점에 '독서'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지?
독서가 주는 힘이 있다. 저는 그 힘을 믿는다. 책을 만들고 문화 사업을 하는 모든 일련의 과정에는 다 이야기가 묻어 있고 그 이야기에 힘이 있다. 각각은 떨어져 있지만 각자의 이야기,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 들어가있다. 나만의 이야기, 이야기의 중심을 만들다보니 책의 힘이 커지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콘텐츠들이 부활할 수 있다. 이는 곧 국가 경쟁력과 연결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다. 책을 읽으면 상상력, 창의력이 풍부해진다. 영상은 다 표현이 되기에 상상을 할 여지를 남기지 않는데 책은 다양한 상상이 가능하다. 이는 두뇌 개발은 물론 내 미래의 삶, 나의 지향점과 연결되어질 수 있다. '10년 후의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것도 상상 아닌가. 그 안에 상상이 있고 이야기가 있고 미래의 계획이 있고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디디면서 10년 후의 나를 만드는데 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들은 바로 그 상상과 이야기가 더 풍부하다.
어떤 마음으로 이번 행사를 준비했는지?
지금 하고 있는 행사, 그리고 북클럽 등 다양한 모임을 많이 만들고 또 많은 분들이 함께 하고 추천해주셔서 삶의 질이 풍요로워졌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이는 공공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에 그렇다. 안 그러면 그냥 유명 가수 콘서트 표 팔고 미술관 티켓 팔면서 돈을 벌면 되겠지만 저의 정체성은 모든 국민이 문화를 누리고 그 저변에는 독서가 깔려 있다는 것이기에 그 의미를 담아 이 행사를 하게 된 것이다.
제가 그 동안 홍대에서 서울와우책페스티벌을 9년을 했고 서울국제도서전 총감독 2년 했고 경의선책거리축제도 6년 반 정도 했는데 이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보니 나만의 이야기가 생겼고, 문화의 힘과 영향력을 전달하고픈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이런 행사를 하는 마음은 다같이 즐겁게 놀고 이야기하고 싶다는 것이다(웃음).
이 행사도 처음에는 '책과 즐거워지세요'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려했다. 가볍게 보일 수 있겠지만 결국 즐거워야하지 않나. 사람은 즐거워야한다. 즐거운 곳에 가고 싶지 않나. 그 모토가 깔려 있다. 즐거워야 책을 읽을 수 있다. 또 하나, 독서는 습관이다. 5월부터 9월까지의 시간은 바로 책 읽는 습관을 들이는 기간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긴 하다(웃음).
한편으로는 1,500명이 참여한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이 적을 수도 있다는 걱정도 든다
앞서서 말한대로 독서하는 사람들이 소극적이다. 나서거나 자랑하는 스타일이 아니기에 결국 활동하는 사람들만 하게 된다. 그래서 독서 동아리를 이끄는 게 쉽지 않은데 우리는 일단 1,500명에 너무 한정하지 않으려 하고 나 홀로 활동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게시판 등 온라인을 통해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양한 축제를 기획하고 감독하셨는데 축제에 원래 관심이 많았는지?
제가 어릴 때 경기도 송탄의 미군 기지 부근에서 살았는데 1년에 한 번 독립기념일이 되면 미군 부대에서 햄버거도 굽고 꼬마 기차도 타고 노래자랑도 하는 축제가 열렸다.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여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재미있구나, 축제가 정말 즐겁구나'라고 느꼈고 어린 마음에 '나도 이런 걸 만들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는데 그 꿈이 이루어졌다.
넥스트컬처랩은 언제 만들어졌는지?
2023년에 만들어졌는데 사실 계획없이 회사를 만들었다(웃음). 그전에도 축제 총감독을 많이 맡았는데 한국에서는 총지휘자보다는 그 행사를 주최하는 단체가 중심이 되고 있었다. 그래야 신뢰감이 생기고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단체들과 함께 독립적으로 일을 하다가 이 현실을 보니 '나만의 소속이 있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했고 내가 터를 만들면 다른 사람들이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으로 창업을 결정했다.
지역 축제를 보면 처음에는 재미가 있지만 그 다음해부터 똑같은 형식, 똑같은 행사로 인해 재미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축제를 만드는 사람들이 즐거워해야하고 축제를 즐기는 시민들이 즐거워야한다. 그래야 축제가 지역 문화에 녹아들고 사람들을 연결해 줄 수 있다. 축제의 변질 여부는 시민이 주체가 되어 하느냐 아니면 정부나 지자체가 지원을 해주니까 하는 것이냐라는 차이에 있다.
지금 사라진 지역 축제들이 상당히 많은데 지자체 지원이 끊겨서 사라진 경우도 있지만 축제의 필요성이 사라지면서 사라진 경우도 많다. 만드는 사람들, 즐기는 사람들이 즐거워야하고 많은 사람들이 동참해야한다.
올해 '서울그림책축제'도 넥스트컬처랩이 맡았다고 들었다
예전에는 그림책하면 동화책을 많이 연상을 했는데 사실 그림책은 남녀노소 연령대가 없다. 물론 글에 따라 수준이 나뉘기는 하지만 그림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기에 그림책은 연령대를 가리지 않는다. 성인 대상으로 폭을 넓히고 싶고 책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그림책을 통해 책에 관심을 갖게 하고 싶다.
또 하나 원하는 것은 직업군의 확대다. 제가 미대를 나왔고 서양화를 전공했는데 순수회화 쪽은 갈 길이 보이지 않아 후배들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래서 그림책이 회화를 하는 이들에게 하나의 직업이 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 지금 8월, 혹은 10월로 개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10월에 열릴 가능성이 지금은 높다. 그리고 홍대에서 아트페어도 준비하고 있다.
북클럽에 들어오신 분들께 꼭 하고픈 말씀이 있다면
많은 분들이 참여했으면 좋겠고 망설이지 말고 과감히 도전해보시길 바란다. 그리고 이 활동을 통해 책을 읽는 습관을 만드셨으면 한다.
앞으로 '김정연이 만들고 싶은 축제'는 무엇인지?
우선 우리 넥스트컬처랩의 목표가 '삶과 문화를 연결하는 것'인데 삶에서 문화를 만나고 이들이 이어질 수 있는, 빛나는 삶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먼저 전하고 싶다. 그리고 제가 만들고 싶은 축제는 기획자들도 즐길 수 있는 축제, 아티스트가 성장하는 축제, 시민들이 함께 만드는 축제, 그리고 즐거운 축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