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모를 찾을 수 없는 구조'에 갇힌 입양인들, 그 '막힘'을 전하고 싶었다"
영화 '케이 넘버' 조세영 감독
(내외방송=임동현 기자) 어린 시절, 여러 가지 이유로 해외로 입양을 가야 했던 이들이 어른이 되어 친부모를 찾기 위해 한국을 찾는다. 하지만 이들이 마주하는 것은 조작된 서류와 감춰진 기록들, 그리고 숨겨진 진실이다. 친부모를 찾으러 가는 여정은 여러 문제들로 인해 번번이 실패로 끝나고 극적으로 상봉을 한다고 해도 그것은 기쁨이 아닌, 엄마와 자식에게 큰 상처가 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고아 수출국'의 오명을 써야 했던 한국. 한국은 이들의 기록을 지워가며 '이방인'으로 내몰았고 아무렇지도 않게 '경제 성장'의 허울 속에서 우리의 아이들을 해외로 보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관객상, 서울독립영화제 대상을 받으며 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에게 '해외 입양'의 가슴아픈 이면을 전했던 조세영 감독의 <케이 넘버>가 14일 일반 관객들에게 선을 보인다. 영화를 통해, 관객들의 관심을 통해 부모를 다시 찾으려하는 한 입양인의 마음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이 마음에 동감한다면 <케이 넘버>의 상영관을 찾아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당신도 목격해야하는 이야기이기에 그렇다.
-상영관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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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 넘버>가 14일 개봉한다. 개봉을 앞두고 어떤 마음이 드는지
제가 다큐멘터리 감독이다보니 영화에 출연하신 분들이 관객들이나 외부 사람들이 소감이나 리뷰 등을 들으면서 그 반응올 저에게도 알려주시는데 그분들의 삶에 다시 개입해서 들어가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혹시나 이야기가 잘못 전달되서 그분들에게 피해가 가거나 안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을 조심해야하는 부분이 있다. 영화 개봉도 제작의 일부고 마지막 단계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 시간도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했고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대상을 수상했다
부산에서 관객상을 받았을 때 정말 좋았다. 관객투표에서 1위를 했다고 하니까(웃음) 관객분들이 이 작품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생각했다. 이 영화를 만들면서 입양인들과 소통을 했지만 한국인들, 비입양인들에게는 해외 입양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들을 기회가 없었던 상태에서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말 걸기를 한 건데 그 말 걸기가 제대로 전달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서독제에서 상영했을 때에도 반응이 궁금했는데 대상을 주시니 역시 이 작품이 이해를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 출연한 미오카 밀러님이 서독제 때 한국에 오셨는데 한국 관객들에게 잘 전달이 되고 있다는 걸 알고 매우 기뻐하셨다. 폐막식 때도 함께 있었는데 수상자 호명이 계속 안 되니까 '저 분이 혹시 서운해하시면 어쩌지?'라는 걱정도 했지만(웃음) 마지막에 대상이 호명되고 같이 무대로 가서 소감을 발표했다. 그리고 이번에 개봉에 맞춰서 다시 한국에 온다.
미오카님은 지금도 부모를 찾고 싶어하는데 영화에서 본 것처럼 어떤 방법을 써도 이루지지 않기에 언론에 노출되기를 원한다. 그래야 혹시라도 부모님이나 가족들, 관련된 분들이 자기를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화가 일반 관객들에게 선보여서 이를 계기로 부모를 찾을 수 있지 않나라는 마음으로 이번에 오신다.
입양인이 입양 기관에서 서류를 카피해달라고 하는데 담당자가 강하게 거절하는 대화가 깔리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2004년 다큐를 찍으면서 이 상황을 본 것이 <케이 넘버>의 시작이라고 들었는데
방송 다큐를 만들기 위해 입양기관에 취재를 갔었다. 그 때는 해외 입양에 데해 알고 있던 게 아무 것도 없었고 다큐 주제도 입양이 아니었다. 국내 입양기관에 취재 갔다가 주기적으로 방문해서 입양갈 아이들을 보살펴주는 입양인이 있었는데 그분과 그분의 한국인 친구분이 '기관에 가서 서류를 받으려하는데 카메라가 무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같이 가자고 하더라. 해외 입양기관에 가서 다행히 촬영을 할 수 있게 되었는데 '서류를 카피해달라'고 하니 담당자가 '우리 회사의 사유재산이라 카피를 해줄 수 없다. 고아원과 입양기관의 날짜가 다른데 내가 어떻게 아나' 이런 식으로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 결국 입양인은 서류를 얻지 못했다.
당시에는 무슨 상황인지 잘 몰랐고 워낙 담당자가 당당하게 이야기하기에 담당자 말이 맞는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마지막에 그렇게 싸우던 입양인과 담당자가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니 더 이상했다. 나중에 물어보니 '안에서는 열불이 나는데 다음에 또 요구하면 저 사람이 싫어할까봐 그렇다. 서류 안 주면 나만 손해다'라고 하더라. 그 궁금증을 갖고 15년을 지내다가 2018년, 미국으로 입양간 입양인이 시민권이 없어 불법체류자로 추방됐다는 기사를 봤다. 입양을 갔는데 시민권이 없고 불법체류자가 됐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조사를 하면서 2004년에 일어난 일과 결을 같이한다는 느낌이 들었고 제가 갖고 있던 궁금증을 풀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케이 넘버>를 만들게 됐다.
미오카 밀러 씨와는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뭔가 하나하나 알아갈수록 엄청난 것들이 얽혀있다고 봤다. 제가 목격한 것을 관객들도 목격하고 이를 통해 '당신은 무엇을 느끼는가'를 묻고 싶었다. 그러려면 그 사례를 보여줄 입양인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영화에 나오는 단체 '배냇'을 통해 2022년 세 번째로 한국을 방문한 미오카님과 만나게 됐다.
그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입양 부모와 사이가 좋지 않아 청소년기에 시설로 보내졌고 2017년에 시민권이 없어 추방당할 뻔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저분이라면 이야기를 펼치는 하나의 출입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러면서 미오카님, 배냇 활동가들과 함께 부모를 찾는 여정을 함께 한 것이다.
부모를 찾을 듯 찾을 듯 하면서 결국은 찾지 못하는 일이 반복된다. 주소를 보고 위탁모라고 생각해서 찾아갔지만 '아니다'라는 답을 듣고 친자매라는 신고도 들어오지만 결국 아닌 것으로 판명난다
영화를 보시면 알겠지만 가는 곳마다 해결되는 것이 없다. 처음에는 부모를 만날까 못만날까하는 마음으로 보게 되지만 모든 단계에서 뭔가가 턱턱 막히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관객들은 이 여정에서 보아야하는 것이 '무엇을 찾을까'가 아니라 '뭐든지 찾을 수 없는 구조'가 이루어져 있다는 걸 보게 된다.
뭔가를 찾을 듯 찾을 듯 하면서도 찾을 수 없는 구조, 답답한 현실을 보고 느낀 것을 우리가 목격했으니 그 느낌을 관객에게 전하기로 했고 그 막힘이 잘 전달되는 것이 이 영화의 힘이라고 봤다. 어느 하나 온전함이 없었다. 그 온전함이 없음을 보여주자. 그게 핵심이다.
이야기를 들으니 미오카씨의 '덤덤한 기다림'을 표현한 컷들이 순간 기억났다
제작할 때 이견이 있었다. 이 분이 너무 감정 컨트롤을 잘 하니 공감이 안 된다는 의견이 있었고 이 장면이 좋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저는 지금이 좋다고 본다. 미오카님 자신의 말로는 원래는 '감정적'인 성격인데 그 모습을 안 보이고 싶다고 한 적이 있고 어릴 때 입양 부모에게 학대를 당하고 자수성가하면서 안 좋은 상황이 많았기에 감정이 아닌 이성적으로 헤쳐나가는 게 몸에 뱄다고 한다.
워낙 부모를 찾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다가 깨진 경험이 계속 쌓이다보니 이제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래도 영화에도 나오는 것처럼 조금씩 조금씩 무엇인가가 나오기 때문에 계속 한국을 찾으시는 거다. 사실 지금 미오카님의 남편이 몸이 좋지 않아서 간호를 해야하는데 이번 영화 개봉이 언론에 노출되는 마지막 기회, 영화를 통해 엄마나 가족을 찾을 수 있다는 마음에 이번에 다시 한국을 찾은 것이다. 그래서 앞에서 말한 대로 <케이 넘버>는 아직 제작 중이다. 절대 끝나지 않을 제작(웃음).
케일린 바우어 씨의 이야기도 인상깊었다. 친모를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친모는 '다시는 안 만났으면 좋겠다'라고 외면한다
사실 굉장히 잔인한 장면이다. 입양인들을 만나 영화를 찍는다고 하면 '잘 나왔으면 좋겠다. 응원한다'고 하면서 '웬만하면 나를 안 찍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얼마나 그들의 눈에 끔찍하게 보일 지가 짐작이 되는 거다. 그 어려운 걸 허락한 사람이 케일린이다.
사람들은 보통 '눈물의 상봉'을 많이 기대하는데 케일린의 경우는 '너희들이 머리 속에 알고 있는 상봉은 다 가짜야.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한 번 봐봐'하는 느낌이었다. 정말 고통스러웠던 장면은 경찰이 엄마와 딸을 만나게 한다면서 저에게 통역을 요청했는데 '오지 말라'는 엄마의 말을 케일린에게 전해야하는 것이었다. 제가 당황해서 말을 못하고 있던 중에 케일린이 나를 바라보는데 너무나 힘이 들고 잔인했다.
이 잔인함의 화살은 경찰이나 엄마, 통역사에게 갈 것이 아니라 '체계 없음'에 가야한다. 부모를 만나려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인데 정부에 그에 맞는 체계를 세우고 갑작스런 만남이 아닌 메일, 영상 등을 통해 차츰차츰 관계를 좁히는 단계를 거쳐야하는데 갑자기 경찰서에서 만나라고 하는 것은 엄마에게도 폭력적이다.
뭐든지 주먹구구로 하다보니 2차 트라우마가 발생하는 것이고 그 잔인함의 피해자는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되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잔인함의 책임을 물으면 안 된다. 책임을 져야하는 곳은 국가와 입양기관인데 그들은 나몰라라 하고 있고 우리는 '눈물의 상봉' 운운하며 '안됐네' 이런 생각만 한다. 이게 말이 된다고 보나?
영화를 보면 크게 세 가지 내용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미오카씨가 엄마를 찾는 여정, 입양인들의 현실과 투쟁, 그리고 한국이 '고아 수출국'이 된 과정이다
주민번호도 없고 본인 이름이 입양기관에서 조작하거나 잘못 쓴 경우도 있어 이름조차 확인이 안 되니 이름과 주민번호가 없어 호적을 주지 못하는 아이러니가 있다. 미국인도 아니고 한국인도 아니라 보호막이 없는 상태다. 입양을 갈 때 출생 등록 자체를 지우는 순간부터 위험한 상태로 내모는 것이다. 비행기에서 아이가 실종되거나 죽었다는 이야기가 없다. 기록 자체가 없기에 공백이다. 폭행을 당하거나 살해를 당해도 가해자는 법적 책임이 없다. 이미 사라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입양을 가면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편의적인 생각으로 기록을 삭제하고 그로 인해 한국에 못 오게 하려는 의도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입양인들이 다시 부모를 찾고 싶어하는 것은 본능의 문제다. 내가 어디서 태어났고 나를 낳으신 분이 누군지를 당연히 궁금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그리고 지금의 상식으로는 얼마든지 다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다면 늦게라도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는 못하더라도 준비는 해야한다고 보는데 안 한다. 이메일올 보내면 답이 오는 데 몇 달이 걸리고 한국에 와서 직접 부모를 찾겠다고 하면 나중에 연락준다면서 또 몇 달을 기다리게 한다. 입양인들 입장에서는 '계속 딜레이시켜서 부모님들 돌아가시는 시간만 기다린다'는 불만이 생기게 된다. 돌아가시면 안 올 거라고 여기는 것이다.
정부와 홀트아동복지회와의 밀착을 통해 '고아 수출국'이 되는 과정을 세세하게 보여준다. 우리가 알고 있던 '홀트'의 이미지와 완전히 다른데(웃음)
아이를 원하는 국가가 있고 '아이들이 많아 경제 성장이 안 된다'는 국가가 있다. 경제성장을 하려먼 입 하나라도 줄여야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인데 그 체계가 아무렇지도 않게 반복되고 받아들이는 상황이 된 것이다. 1986년의 경우 한 해 9,000명 이상이 입양되어 정점을 찍었는데 그 무렵부터 이미 저출산이 시작됐다. 저출산 시점에 입양이 정점에 다다랐다는 것은 체계 자체를 멈출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영화에서도 홀트를 상대로 소송을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저도 홀트에 궁금한 것이 많지만 인터뷰를 요청해도 답을 주지 않고 있다. 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매체가 지난 2~3년간 홀트와 인터뷰를 못했다. '대답해줄 의무가 없다, 기록이 없다'는 입장만 반복할 뿐이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70년대 '헤이그협약'이 생겼고 우리나라는 아직 가입을 하지 않은 상태다. 이 협약이 현 시점에서 여러 한계가 보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아동 최우선 이익 중심', 아동의 입양이 아동을 위한 최우선의 이익인가를 국가가 생각해야한다는 내용이 협약에 있다. 미혼모 등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원 가정이 있다면 여기를 지원하고 케어해즈고 만약 어려우면 국내 입양이나 시설을 생각해야하는데 우리는 원 가정을 케어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보낼 생각부터 하고 있다. 헤이그협약의 사고 체계는 기관이 아닌 국가가 맺어야한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저 정도였나?'라는 생각을 하실 것 같다. 이 정도로 해외 입양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몰랐을 것이다
개념적으로 아는 것과 실체적으로 내가 느껴서 아는 것은 다른 차원이라고 본다. 입양인들의 사연과 이야기를 저는 목격했고 목격한 것을 관객들에게 전하면서 '당신이 목격을 했기에 그 다음에 무엇을 할 지는 스스로 본인이 찾아서 나가야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저 스스로 고통에 처해있는 이들이 목소리를 내면 '저 뒤에 무엇이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갖게 되고 그것을 알아가는 과정이 다큐 영화를 만드는 힘이었다. 제 영화를 본 관객들이 '설득하지 않아서 좋았다'라는 말을 많이 해주셨는데 제가 의견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저도 궁금증을 풀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고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기에 그렇게 봐주신 것 같다. 그것도 하나의 '다큐 영화의 영향력'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영화를 보시는 분들께 하고픈 말이 있다면?
몇 번 인터뷰를 했는데 정말 중요한 이야기를 안 한 것 같다. <케이 넘버>를 보러 극장에 꼭 오시라. 당신이 알고 있는 것 이상을 보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